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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4.04.25 13:01 | 조회 5280

    발레 STP 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김인희 서울발레 시어터 단장

     

    지난 3월26일 발레 STP (Sharing Talent Program, 재능 나눔 프로그램)협동조합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무용단체가 공연을 하였다. 5개의 국내 민간 발레단이 모여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무용계에서는 첫 시도인 이 제도의 첫 이사장을 맡은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을 만나 기획에서부터 앞으로의 꿈까지 궁금한 이야기들을 풀어본다.

     


     



    Q;  협동조합이라는 제도를 선택한 이유는?

    다섯 개 단체(SBT서울발레 시어터, 와이즈 발레단, 이원국발레단, UBC유니버설 발레단, SEO 발레단 : 가나다 순)가 각기 자기 단체의 발전을 위해서 길게는 삼십년 짧게는 십년 이상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모두 열심히 하고 있지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한 단체 보다는 다섯 단체가 힘을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얻을 수 있겠다 생각을 똑같이 하게 된 거지요.

    현재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발레계가 너무나 한쪽으로 쏠려있어 균형 발전되어 있지 않고, 인프라가 너무나 작기 때문에 점점 발레를 전공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발레를 보고 즐기는 관객 저변은 조금씩 늘어가고 있지만 전공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저희 같은 프로발레단에 좋은 인재가 들어올 수 있는 문이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지요.

     

    Q : 조합원 다섯 단체를 모은 선별기준은 무엇인가요?

    연간 공연 횟수, 단원이 얼마만큼 모여서 연습을 하느냐, 학생단원을 배제하자는 기준도 있었고요. 일단 학생들을 데리고 실적을 위해 공연하는 단체는 빼자. 그리고 단체만의 레파토리를 가지고 있느냐 이었어요.

     

    Q : 유니버설 발레단의 경우는 재단이 좋은데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UBC가 재정이 없어서 우리 조합원이 된 것은 아니지요. 우리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것은 물론 돈을 많이 벌어서 단원들의 복지나 수익을 나누는데 공평하자는 것인데, 사실 유니버설 발레단 같은 경우는 협동조합 공연을 해서 수익을 늘리려는 게 아니라 우리 발레계가 가지는 공동의 목표를 함께 하자는 것이지요. 초반에 말씀드렸지만 순수예술 발레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고 그것을 일반 시민도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를 키워나갈 수 있으려면 유니버설발레단 혼자서는 어려워요. 그러니까 다섯 개 단체가 함께 노력하자는 거. 그리고 발레 인프라를 키우고 발레 파이를 키우는 일을 함께 하자는 그 의의를 같이한 것이지 협동조합을 통한 수익을 얻고자하는 것은 아니에요. 문단장과 나는 프로발레단 연합회를 만들려고 무척 노력했었어요. 그런데 국공립을 빼고 나면 프로발레단이 너무 없는 거예요.  연합회를 만들려면 최소한 대여섯 개 단체는 있어야하는데 UBC와 SBT뿐이었지요.

     

     

    Q: 아직 협동조합 운영과 공연이 초기입니다만 다른 단체들에게 협동조합을 권하고 싶은지 또는 다른 협동조합이 생긴다면 경쟁이 되지 않을까요?

    한국무용, 현대무용 끼리 또 모일 수도 있겠지만 발레 쪽에서는 경쟁이라고 볼 수 없는 게 지금 대한민국에 프로발레단이 거의 없어요 . 그리고 이미 현대무용의 박호빈선생님이 발레인, 한국무용인, 그리고 현대무용인을 모아 우리 무용계의 미래를 걱정하고 현주소에 뭔가 좋은 대안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이구동성’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여러 젊은 안무가와 저희들도 물론 ‘이구동성’에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가 있다 보니까 조금 더 발레 파트를 위해 가속도를 올리려면 조직이 너무 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선 다섯 단체가 급하게 모여 재작년부터 연합회를 구성해서 일 년 동안 회의도 해보고 공연도 여러 번 해보고하니 여러 가지 큰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되었지요. 그래서 저희가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쉽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저희 STP협동조합원 다섯 명은 회의를 할 때 만장일치제거든요. 어떤 안건에 대해 누구하나 이해를 못하거나 OK를 하지 않으면 저희는 그 안건을 밀어 붙이지 않는데.....그래서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예술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그런데 이런 전체 조화를 이끌어나가는 데는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Q : 협동조합 후 정부에서 어떤 지원을 받으셨나요?

    이제 노력을 해야지요. 저희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서 인력개발원에서 인턴 사무직원 지원을 받고 있어요. 인턴 사무직원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연말에 모든 행사 기록을 보고해야하는 의무는 있습니다.

     

    Q: 요즘 순수무용인들이 많이 줄고 있어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은 스스로 우리들도 우리가 하고 있는 가치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발레하는 친구들은 본인이 춤을 춤으로써 내가 행복하다 즐겁다라고 말을 하는데 그것에서 좀 더 나아가 내가 공연을 하고 관객에게 보여줌으로 해서 그것이 사회적으로 뭔가 어떤 역할을 일으키고 있고 어떤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지 본인들도 잘 모르니까, 춤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더 힘든 거지요. 그러다보니 순수예술인 발레가 가지고 있는 어떤 사회적 역할이라던가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인정을 전혀 못 받고 있고 그것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고 있지 않아요. 그러면서 “이거 아름다워요, 이거 좋은 거예요, 이거 하세요”가 안 먹혀 들어가고 있는 거지요.

     

    Q : 요새 젊은 엄마들의 인내력도 부족하지 않나요.

    요즘 어머님들이 데이터 중심적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려고 하는 거예요. “A라는 아이가 이렇게 저렇게 해서 B가 됐더라” 하면 우리 아이도 A라는 애처럼 해서 B가 되기를 바라는데 단 한명도 그렇게 똑같이 될 수가 없는 거거든요. 더군다나 예술은 그것이 불가능하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터치하는 순간에 결과를 보려고 하는데 더군다나 예술은 십년, 이십년의 노력이 필요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결과는 잘 나오지 않아요. 그런데 노력은 해야 하잖아요. 그것을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기다리겠어요.

     

    Q : 그래서 인내심을 심어 줄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보여 주는 것이 협동조합의 역할이고 또 위에 말씀 하셨던 순수무용이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을 교육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네 저희 발레협동조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 중의 하나가 교육이에요. 이미 저도 마찬가지고 저희 협동조합에 있는 단체는 모든 단장님들이 공연 중간에 해설을 다하세요. 그게 이제 저희가 발레를 교육하고 대중과 가까워지는 길 중에 하나기 때문에. 저희 올해 공연도 작품만 쭉 보는 게 아니라 매 작품 앞에 단장님들이 나와서 각자 자기발레단의 작품을 해설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발레단의 작품을 해설을 해요. UBC는 저희 것을 저는 와이즈 발레단을 와이즈는 또 다른 단체를.....서로 다른 단체와 공연에 대해서 공부해야 되고 알아야 되니까요. 그래서 저희 STP협동조합은 공연과 교육 둘 다 너무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협동조합 사업 중에 가장 큰 사업이 될 거에요.

    물론 공연은.....여기 티켓 가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만원, 이만원 여기서 고등학생 할인까지 합니다. 저희가 어떤 때는 4.50명씩 출연하고 스텝들까지 말도 안 되는 거지요. 하지만 발레하면 일단은 어려울 거다 졸릴 거다 부유한 사람만 보러가는 거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그걸 깨뜨리는 공연이 우선이기 때문이지요.

     

    Q : 서울발레시어터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요. 예를 든다면 홈리스와 함께하는.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는지요. 많은 무용단들이 공연을 하지만 그 공연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변화를 일으키는 공연은 참 드뭅니다. 그런데 그것을 해내고 있어요.

    네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것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거든요. 국공립을 제외한 민간단체가 저희나 유니버설발레단처럼 월 고정급을 주고 사대보험을 주는 발레단이 전국에 네 개 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 우리 협동조합에 들어와 있는 단체 중에 세 개 단체는 어떻게 보면 프로패셔널이라고 말을 할 수 없는 게, 직장 그러면 당연히 월급과 사대보험을 줘야하는데 공연 출연 수당만 줄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 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지난 7,8년 동안을 보면 국공립단체에 모든 지원 정책이나 그러한 것들이 많이 치우쳐있어요. 그리고 민간단체들은 자기들이 자급자족 하면서 공연하고 기금신청해서 떨어지면 못하고. 홈리스 공연도 문화관광부가 아닌 보건복지부예산을 알아보고 신청해서 기금을 받고 했어요. 서울발레 단원들도 투잡 쓰리잡을 하고 있고 물론 저와 제임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연간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삼년 오년 뒤에 우리 발레단이 어떤 발레단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힘든 상황이 되는 거지요. 정말 일회성이니까. 그래서 저는 모든 지원이나 정책, 그러니까 단돈 백원이라도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쓸려면 매 공연을 지원하는 것 보다는 이런 민간단체들이 빨리 직장, 프로패셔널이 돼서 스스로가 거기서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문화 지원 정책은 거의가 그때그때 소액으로 지급하니 이게 계속 제자리에서 뱅뱅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Q:정권이 바뀌면서 지원이 좀 나아지지 않았나요?

    아직은 피부로 와 닿지 않아요. 엄청난 변화가 있기는 한데, 정권 바뀔 때마다 변화된 어떤 정책이나 그러한 것들이 우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오려면 굉장한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실무 담당자도 작년까지 했던 틀을 다시 이름을 바꿔야 한다든가. 시스템을 바꿔야한다든가. 심사 과정을 바꿔야한다던가. 지금 벌써 4월 중순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공고되지 않은 사업들도 아직 많고 아직 좌충우돌하고.....지금 상반기 공연하는 팀이 거의 없어요. 이러다보면 창작팩토리라던가 하는 것들이 후반기에 몰리면 이제 공연장을 못 잡아서 난리가 나겠지요. 그러니까 최소한 2년 전에 결정이 나서 이뤄져야하는데, 연초가 지났는데도 공고가 안 났는데 올 12월 까지 어떻게 이 사업을 다 할 것인지 정말 의문이고. 모든 지원이 일 년  단위로 되다보니까.....그렇다고 그 틀을 하루아침에 다 바꾸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지금은 균형 발전이 되어있지 않고 국공립에만 너무 많은 지원이 있다 보니 민간단체들이 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두 말할 나위 없지만 정신적으로도 의욕을 잃어가는 거 같아요. 심리적 박탈감이 어마어마하게 큰 거지요. 참 안타까워요.

     

     

    Q: 협동조합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우리 협동조합에 있는 와이즈 발레단이나 이원국 발레단 같은 단체들이 대한민국 전역에 그게 시립이든 도립이든 구립이 되었던 어느 도시의 시립 발레단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협동조합 앞에 굳이 ‘민간’이니 이러한 말을 안 붙였어요. 몇 년 정도 지나 틀이 잡히고 나면 국립이나 시립 단체가 들어올 수도 있고요. 이제 큰 도시들에 시립 발레단이 하나씩은 있어야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지금 현역으로 뛰고 있는 무용수들이, 20년 30년 씩 춤만 춘 이 귀한 정말 고급 인력들이 은퇴한 후에도 안무가나 단장으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발레 인프라가 생기는 것이고. 그러면 발레 인구도 늘게 되겠죠. 발레를 많이 봐야 발레 펜이 생길 거고.....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발레시어터를 나서며 여전히 리허설 중인 발레단 연습실에서 열기에  가득 찬 웅성거림이 들렸다. 갑자기 학창시절 김인희 단장과 함께 발레 수업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춤을 추면 머리 위로 피어오르던 열정의 아지랑이를 보며 감동 받았던 수십 년 전의 기억. 인터뷰 내내 정말 열심히 설명하고 사이사이 한숨도 내쉬는 김인희 단장을 보며 이들의 새로운 발걸음이 성공적인 역사가 되기를 함께 기원한다.

     

    인터뷰_ 고등어아줌마 ds@dancingspider.co.kr 사진_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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