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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는 거미 | 2013.10.14 15:04 | 조회 8724

    현대 무용의 성지, 벨기에를 점령한 사나이들

     

    오는 2013년 11월 내한 예정인 벨기에 피핑 톰 무용단의 두 명의 한국인 무용수 정훈목, 김설진을 만났다. 2004년과 2006년 MODAFE에서 두 편의 피핑 톰 공연을 보고, 단박에 그들과 사랑에 빠져 벨기에로 날아간 김설진 그리고 바닥 끝까지 내려가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을 캐내고 캐내는’ 피핑 톰의 작업 스타일에 대단한 매력과 자부심을 느끼는 정훈목, 휴가 차 잠시 한국에 온 두 남자를 만났다.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두 무용수가 전하는 피핑 톰 무용단과 <반덴브란덴가 32번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피핑 톰 무용단이 아프라카에 있었다면 아프리카에 갔을 거다. 그 만큼 좋았다!!”
     – 김설진



    Q. 이력서 중에 방송 무용단에서 춤을 추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얘기해 달라. 제주도에서 알아주는 스트리트 힙합 댄서였다고....

    제주도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길거리 공연을 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와서 방송 안무팀 ‘The dance, Friends’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게 김설진 춤의 시작이었다.

     

     

    Q. 그럼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에는 언제부터...

    Friends에 소속되어 엄정화, 코요테, 김원준 등 화려한 방송 안무팀 활동을 하다가 세월이 흘러 한 선배는 고깃집을 차리고 누구는 클럽을 차리고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서도 춤을 추고 싶다." 내 자신에 고민과 한계를 느끼고 대학으로의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 당시 현대무용에 관한 책 3권을 사서 봤지만 글로 쓰인 현대무용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저 사진을 보고 이해한 현대무용을 바탕으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진학하게 되었고, 그 후 안성수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가게 되었다.

     

     

    Q. ‘피핑 톰’의 단원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04년, 2006년 한국을 방문했던 피핑 톰 무용단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피핑 톰 무용단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2008년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벨기에로 갔으나 이미 끝난 뒤였다. 아쉬움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비엔나에서 한번 더 오디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한걸음에 달려가 오디션에 참여하게 되었다. 피핑 톰이 아프리카에 있다면 아프리카에 갔을 거다. 그만큼 좋았다!!

     

     

    Q. 왜 ‘피핑 톰’이었나?

    된장 위에 초콜릿을 올린 느낌? 연극과 무용의 융화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피핑 톰’이 가장 잘하고 있더라!!

     

     

    Q. 이마무라 쇼헤이 <나라야마 부시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되어 있는데 설명해 달라.

    맞다!! 처음 무용수들을 사무실로 불러서 그 영화를 보여줬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일본어, 불어가 섞여서 나오는데 거의 알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알아듣지 못한 것이 오히려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영상이 끝나자 프랭크가 던진 말은 "무엇이 하고 싶냐?" 였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No! 는 없다. 그리고 모든 무용수들이 제안한 Creation에 긍정적인 답변만 한다. 즉, 자연스럽게 모든 작품이 개발되는 과정에는 무용수들 개개인의 Creation이 함께 한다.

     

     

    Q. 그래서 크레딧에서도 Dance & Creation에 설진 씨 이름이 올라간 것인가?

    그렇다. 연습단계에서도 룰이나 정해진 클래스가 없다. 왜냐면 클래스를 하면 결국 비슷해진다.   그들은 개개인의 아름다움을 발전시키는 것을 요구하며 새로움을 시도하는 것에 막연한 지원을 하며 무용수들은 자신들만의 것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열해 놓고 줄이는데 수십 시간이 걸릴 정도로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고, 그 중 내 것이 버려질 때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Q. 설진 씨 경우, 얼굴 일그러뜨리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뭉크 그림 같기도 하고.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

    에곤 쉴레, 샤갈, 클림트, 뭉크와 같이 본인을 그린 그림들.. 자화상 몇 편을 한참 지켜봤다. 그림이 아니라 이것을 내 몸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했다. 마치 홀로그램처럼. 그렇게 발전시켰다.

     

     

    Q. <반덴브란덴가 32번지>라는 제목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반덴브란덴가 32번지>는 안무가인 가브리엘라와 프랭크 그리고 내가 실제 살았던 벨기에의 거리다. 택시기사도 찾아 가기 힘든 거리라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반덴브란덴가 32번지> 공연을 자세히 보면 31.29번지는 있다. 하지만 32번지는 없다. 왜 그런지는 알아서 생각해 보라.

     

     

    Q. 무용수로서 본인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우선 안무가들이 다루기 힘들어 한다. 납득하기 힘들거나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을 한다. 즉, 아니면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열려 있다.                                 
    오디션은 연예하는 것과 같다. 안무가와 무용수가 서로 몸과 마음이 맞아야 하듯이, 떨어졌다고 좌절할 필요도, 붙었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

     

     

     “피핑 톰 무용단은 바닥 끝까지 내려가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캐낸다.”
    - 정훈목

     

    Q. 처음 해외 무대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 때문인가?

    2008년 신진예술가 지원사업에 선정돼 비엔나에 갔다가 우연히 오디션 공고를 보고 많이 망설였다. ‘피핑 톰’이란 이름은 들어봤지만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한참 망설이다가 허성임(벨기에 니드 컴퍼니 소속) 누나한테 물었더니 자신도 같이 일해보고 싶은 단체라며 적극 추천을 했다. 그래서 ‘나 자신을 한번 평가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오디션에 참여하게 됐다.

     

     

    Q. 오디션은 어땠나? 긴장 되지 않았나?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일주일 오디션을 봤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것과 내가 하려는 이미지가 매칭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오디션에서 두 안무가는 ‘사람의 캐릭터’를 다 보고 싶어하는 거 같았다.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얘길 들고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그 당시 나의 모든 상황들이 마구 스쳐 지나갔다. 어쨌든 무엇보다 안무가의 머릿속과 나의 이미지가 잘 맞은 거 같다. 아!! 같은 오디션에서 설진 씨와 발탁되었다.

     

     

    Q. ‘피핑 톰’ 무용단, 그들은 무엇이 달랐나?

    피핑 톰에서 좋았던 것은 프로덕션 팀, 기술팀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어 무용수는 춤만 추면 되고 작품만 잘 만들면 된다. 그리고 가족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무용수 중에 한 명이 무릎 무상을 입었는데, 다른 무용수로 교체하지 않고 8개월을 기다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족처럼 매우 가깝게 지내기 때문인지, 작품 속에 가족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것도 특징이다.

     

     

    Q. 그들이 특별히 요구했던 것이 있었나?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피핑 톰’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아까 얘기 했듯이 춤만 추면 돼서 좋았다. ‘피핑 톰’은 콜렉티브 그룹 (Collective group)으로 전체 작업을 같이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상황 설정만… 눈 덮힌 고립된 마을만… 그리고 제목만….” 그렇게 최소한의 것을 던져주고 뭐든 보여달라. 미친 짓이라도 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즉흥을 했다. 움직임, 캐릭터, 스토리, 관계 등 무엇이든 아이디어를 내서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는 거다. 아이디어를 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집에서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걸 이렇게 응용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피핑 톰’이 다른 벨기에 단체에 다른 점은 ‘희소성’을 제일 강조한다는 점인 것 같다. 어디서 본 듯한 것은 다 빼고, 바닥 끝까지 가서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을 캐낸다.

     

     

    Q. 두 안무가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안무가 두 사람을 비교하면, 프랭크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고, 결말을 열어두는 것을 좋아한다.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프랭크는 락앤롤이다. 굉장히 와일드한 면도 있지만 격려를 많이 한다. 반면, 가브리엘은 진중하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조화가 참 좋은 갓 같고 많이 배운다.

     

     

    Q. 연습 과정은 어땠나?

    2009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150회의 공연을 했다. 역시나 가장 재미있었던 과정은 5개월만 풀로 연습하면서 쌓아온 방대한 소스(이미지, 움직임, 컨셉, 관계 등)를 어떻게 1시간 20분으로 편집하느냐하는 것이다. 책상 위에 몇 백 개의 스티커를 펼쳐놓고, (하나의 스티커로 한 편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좋은 것들이 많았다) 1시간 20분에 맞도록 ‘선택’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정말이지 공연 직전까지 짜내고 짜낸 작품이다. 공연 20회를 하고서야 작품이 완성됐다. 지금은 투어를 통해 작품이 아주 무르익은 상태다.

     

     

    Q. 벨기에서의 활동이 한국과 다른 느낀 점이 있다면?

    벨기에에는 일반 관객이 많아서 그 점이 참 부럽다. 해외 활동에 필요한 것은 ‘센스’다. 센스가 없으면 활동하기 힘들다.

     

     

    Q. <반덴브란덴가 32번지>의 관람 포인트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그냥.. 일단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공연 맨 마지막에 보면 배우 Maria Otal을 추모하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80세로 이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6개월을 같이 작업해 온 그 배우가 첫 공연을 10일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Q. 향후 계획은?

    이번 주 금요일 벨기에로 돌아가 ‘피핑 톰’과의 3번째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벨기에에 가서 좋은 점은 예전엔 워커 홀릭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다. 욕심을 버리고 작품에만 집중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서 활동하리라고는 꿈도 안 꿨는데 지금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고 춤추고 싶다!

     

     

    인터뷰 _ LG아트센터

    춤추는거미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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