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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는거미 | 2011.03.24 14:49 | 조회 7287

    얽매이지 않는 춤 전도사, 유미나를 만나다

     

    젊음이 숨 쉬는 신촌 중심가의 높은 빌딩을 올라가니 놀랍게도 무용을 위한 공간이 펼쳐져있다. 모던한 느낌의 긴 통로를 지나니 문만 열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야외정원, 통유리를 통해 비치는 무용실에는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은빛 발이 내리진 사무실 너머로 유미나 씨를 볼 수 있었다.

     

    Q 서울 탄츠 스테이션의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대학교에서 무용을 배운 사람들인데, 진짜 무용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학원은 입시지도, 개인레슨 비싼 레슨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돈이 없는 사람들은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죠.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에 마침 강혜련 선생님이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시작을 해본 거예요. 시작을 하고 보니까 정말 이것을 안 했으면 어떻게 했나 싶어요. 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하는 것을 보니 보람을 느껴요. 뉴욕이나 유럽, 일본은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마음 놓고 와서 춤을 출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많이 있어요. 이런 공간이 20년 전에 생겼어야 하는데 많이 늦은 것이지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생겼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래서 앞으로 기대하는 바가 커요.

     

    Q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creative advisor)를 맡고 계신데, 어떤 업무를 주로 하시나요?

    전체 클래스 구성, 적합한 강사를 선정하는 일을 하죠. 여기가 탄츠 스테이션이잖아요. 서울역에 가면 언제든 기차가 떠나잖아요. 마찬가지로 여기만 오면 항상 클래스가 있어서 지방에서도 올라와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주말에 지방에서 올라와서 쇼핑하고 내려가듯이 이곳에 와서 춤을 추는 것이죠. 그래서 여기는 1년 내내 오픈하고 항상 클래스가 있도록 하고 있어요.


    Q 서울 탄츠 스테이션의 차별화된 특징은 무엇인가요?

    전공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언제든지 와서 춤을 출 수 있어요. 그리고 발레부터 시작해서 댄스 스포츠까지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여기 다 있어요. 또, 아침수업은 그랜드 피아노로 반주를 하면서 수업을 합니다. 제가 꼭 하고 싶었던 투자랍니다. 제가 외국에 있을 때 아침 외에는 하고 싶어도 수업이 없어서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클래스를 들어야 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일찍 몸을 풀고 시간이 남으니까 음악도 듣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공연도 보러가고, 하루를 길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그것이 좋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우선은 음악에 투자를 하고 일찍 클래스를 열어두는 것이죠.

     

    Q 얼마 전 서울 탄츠 스테이션에서 즉흥과 창작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셨나요?

    이번에 탄츠 스테이션이 17일에 오픈을 하는 동시에 제가 워크숍을 했었는데요.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나이 많은 어르신들, 홍대 미대 출신, 개그맨, 작가 등 여러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참여했어요. 지금까지 무용 전공했던 사람들만 접했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오니까 클래스도 훨씬 재밌었죠. 처음에는 무용 전공이 아니니까 이 레벨을 어떻게 가르치나 고민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비전공자들이 따라오면서 상황이 역전되었어요. 움직임도 자유롭고 고정된 사고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들을 통해 제가 더 배우는 계기가 되었어요.

     

    Q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즉흥, 안무 수업을 하신 점이 흥미로운 작업이셨던 것 같아요?

    매우 흥미롭죠. 무용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업자, 정치가, 대통령도 아침에 그런 수업을 해보고 정치를 하셔야죠. 어떤 사람은 그라함 테크닉 수업을 들어와서 굉장히 부드럽게 하기에 처음에 한국무용 전공자인줄 알았더니 EBS작가라는 거예요. 제가 독일 탄츠시어터 무용단에 갔을 때, <피아노>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이런 무거운 악기들을 저한테 연결해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동작을 시키는데, 제가 무거우니까 저도 모르게 컨트랙션을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안무가 선생님이 일반인처럼 하라고 지적을 하더라고요. 걸어가는 것도 자꾸 걸어가라고 하면 발을 턴 아웃하고 그렇게 되잖아요. 테이프를 붙여놓고 인으로 걷는 것을 몇 달했어요. 제가 무용가로서 배웠던 작업을 파괴하는 데에만 6개월을 보내고서, ‘이것이구나’하는 부분이 있었죠. 그들에게 댄서로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일반인처럼 움직이다가 무용적인 동작이 나오는 것이 일종의 반전인데 이미 댄서처럼 움직이는 것은 놀라운 점이 없잖아요.

     

    Q 대학에서의 강의와 비교해보았을 때, 다른 점이 있나요?

    여기 강사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대학생들은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찡그린 표정으로 억지로 하는 경향이 있대요. 그런데 여기는 무용을 하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아도 열정이 있으니 훨씬 즐겁게 춤을 추는 것이죠. 전공자들은 그들의 삶이라서 더욱 열심히 하고 즐겨야 하는데, 거꾸로 여기 비전공자분들이 더 즐기면서 하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하루에 5클래스를 하고 12시간 있다 가는 분도 계시고, 왕초보 발레에서는 50대 아저씨가 다리를 덜덜 떨면서도 열정적으로 하세요. 그래서 모든 클래스에서 학생들이 모든 선생들의 열정을 폭발하게 만들어요.

     

    Q 한예종 퇴임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많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때는 계속 그곳에서 똑같은 공간, 똑같은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그런데 그것이 제 적성에는 그렇게 맞는 일 같지 않아요. 회의도 하고 학교 업무를 처리하고 하는 일들이 저에게는 솔직히 불편했어요. 퇴직이 없었더라도 더 이상 있을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작업하고 안무하는 사람이라서인지. 결과적으로 제가 느낀 것은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Q 무용수, 안무가, 대학교수, creative advisor, 심사위원 등 여러 가지 업무를 하고 계신데 가장 흥미로운 역할은 무엇인가요?

    사실 하고 싶은 것은 작업이죠. 작가정신이죠. 그래도 작가는 작품으로 세상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 제일 희열이 있는 것인데, 이 나라에서는 그것이 힘들잖아요. 서류를 써내고 선정이 되어야 하니까요. 심사가 제대로 되고 선정이 안 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은 못 하는 거죠. 어떤 나라들은 픽업하는 시스템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하고 싶은 작업은 못하고요. 두 번째로는 티칭이 좋죠. 왜냐하면 무용 속에는 인생이 있는 거잖아요. 사람을 가르치면 그 사람들이 무용가가 되면 더 좋고 안 되더라도 인생을 사는 방법을 배우고,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무음으로 배우게 되는 것이니까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는 동안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 둘 벗겨지는 것이 보이거든요. 티칭은 제 생각에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것을 집어넣는 것보다 차라리 빼주는 것이 좋아요. 나의 경험, 기억들을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는데, 새로운 것이 그것이잖아요. 그것이 티칭이 아닐까.

     

    Q 공연장을 많이 찾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한국의 현대무용 수준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공연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제 생각에는 아트에는 패션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누가 뭐 하나하면 따라하는 것, 자기 생각이 없고 자기 철학이 없는 것 같아요. 남따라가기 바쁘니까 묻어가기 바쁜 것이죠. 남을 따라가지 말고 자기 컬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좋아하는 무용가는? 윌리엄 포사이드와 피나 바우쉬를 매우 좋아해요. 강한 모습 속에 약하고 소극적인 모습이 너무 좋아서, 제가 피나 바우쉬 선생님이 좋아서 부퍼탈에서 산적도 있어요. 똑같은 공연을 3번 본 적도 있죠. 피나 선생님이 주로 앉아 보는 장소가 있는데 그 반응, 표정을 살피기도 했고요. 저는 피나 선생님 작품을 보면 속이 시원해요. 가려워서 긁고 싶은데 손이 닿지 않아서 긁어지지 않는 곳을 긁어주는 사람 같아요.

     

    Q 현대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이곳으로 오세요. 이곳으로 오면 모든 것이 풀어진다고 하는 거죠. 하하.

     

    Q 앞으로의 계획은?

    1년에 한번 자그마한 작품이라도 하고 싶어요. 속에 메시지가 있잖아요. 제가 3월 초부터 6월까지 여자무용수 2명, 남자무용수 1명을 데리고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여름에는 엘빈 에일리 세컨드 무용단 안무를 할 예정이라 7월 중에는 출국할 예정이고, 8월에는 후쿠오카 콩쿠르 10년째 심사하고 있는 것 할 예정이고요. 9월 중에 안무한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에요. 제가 우연히 영화 <롤라 런>을 보고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드럼을 배우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바뀌게 되었고, 그런 음악으로 이번 작품을 구성할 예정이에요.

     

    ▶ 고정 질문 Q 동서고금 막론하고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은?

    저는 아인슈타인이요. 제가 울림무용단에 클래스를 했거든요. 그 동네에서는 꼬마들도 아인슈타인에게 편지를 쓰고 아인슈타인이라는 카페도 있어요. 저는 개구쟁이 같은 그 느낌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커피숍에서 그 분과 10시간 정도 얘기해보고 싶어요.

     

    Q. 100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저는 제 인생이 전부 자유인데, 좀 이상하네요. 저는 구속해서 살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때문에 이미 자유 속에 있어요.

     
    글*사진_아레테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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