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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6.12.24 14:30 | 조회 1220
    대중에게 한 발 다가 선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어린왕자’ 
    2016.12.9.-11.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왕자’가 2015년 초연에 이어 올해 재공연되었다. 작년 공연을 보지 못했던지라 참고가 될까하여 작년 리뷰를 찾아보았으나 별다른 것이 없었다. 작품의 완성도가 부족해 별 주목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고,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 실험적 기획들에만 평단의 조명이 집중되어 ‘가족무용극’을 표방하는 이 작품에는 별 관심들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재공연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보강하고 애를 썼을 텐데, 올해도 별다른 평가가 없으면 혹여 이 작품이 사라질까봐. 내가 본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떤 공연보다도 이 공연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근래 국립현대무용단의 기획들은 한국무용계를 선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지나치게 빠져 있는 듯, 시도는 참신하나 막상 관객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뭘 하는지 알 수 없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말만 그럴듯한 어설픈 개념예술보다는 어떤 관객이 보더라도 춤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런 레퍼토리가 오히려 국립단체의 공공성이라는 면에서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누구나 아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를 보여주면서도, 다채롭고 독특한 움직임, 음악, 영상, 조명, 무대미술 등이 어우러져 꽤 괜찮은 현대무용작품을 보고 나온 느낌이 들게 한다. 그래서 ‘현대무용은 처음 봐요’라거나 ‘그거 어려운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관객에게 권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수정하고 발전시켜 매년 만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된다면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즐길 수 있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대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여러 가지 스타일의 움직임들이 소개된 점이 좋았다. 특히 빨간 의상의 군무로 이루어진 장미의 춤은 꽃봉오리가 오무라들고 펴지는 모습을 주제 동작으로 삼아 사랑과 관능의 에너지를 보여주었는데, 이 장면의 안무 구성 자체가 완결성이 있어서인지 따로 떼어 놓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의 그림이 영상으로 보여지고 이어서 갖가지 어린 아이같은 상상과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장면도 재미있었고, 모자 뺏기 놀이를 하면서 춤을 추는 장면 역시 동심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커다란 투명 공 속에 무용수가 들어가서 굴러다니고 짐볼의 탄성을 이용해 몸을 이리 저리 날리는 장면은 그 움직임의 질감이 기묘해서 흥미로웠다. 몇몇 장면은 불필요한 군더더기로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개성적 움직임과 다양한 구성이 보여져서 즐길 거리가 많았다. 다만 조종사와 어린왕자의 독무가 인위적이고 로봇같은 움직임으로 이어졌던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지 드러나지도 않고, 굳이 그런 낯선 몸짓을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도시 장면의 군무도 전달력이 떨어졌다. 흐름상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도시인의 정서가 몸짓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다.

    (사진제공 : 국립현대무용단)

    영화감독 김지운의 영상은 화려했다. 무대 앞면과 뒷면에 샤막을 달아 영상을 투사하니 입체감 있는 우주를 보는 듯 했고, 장면마다 여러 가지 그림들이 보여 져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조명 역시 영상과 잘 결합되어 원색적이고 동화같은 느낌을 만들어냈다. 정재일의 음악도 춤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었으며 음악 자체로도 매력 있었다. 춤 외적인 부분에 제작비와 노력을 많이 들인 만큼 무대가 통일감 있고, 깔끔했으며, 세련되었다.

    그러나 극적 구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춤언어는 그 자체로도 추상적인데, 각 장면을 추상적으로만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장면과 장면을 넘어가는 부분에서도 연결고리가 약해서, 전체 이야기를 따라간다기 보다는 ‘어린왕자’에 나오는 개별적인 씬들을 개연성 없이 붙여놓은 것을 보는 느낌이었다. 여기에는 조종사나 어린왕자의 역할이 필요할 거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 이들이 극적 구성에 기여하는 바는 지극히 미미했다. 심지어 무대에 등장해 있을 때에도 무슨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린왕자 역할을 아이돌 가수에게 맡겨 스타 마케팅을 시도한 것은 좋으나, 적극적으로 춤을 추는 것도,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 아이돌 팬들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 같다. 이야기 구조가 드러나지 않아서인지, 춤꾼들의 몸짓도 정서를 보여주는 면에서는 모호한 점이 많았다. 최소한 무슨 상황이며, 어떤 감정을 나타내는지 드러나야 관객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대사나 연기가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극적 장치들은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춤이 원래 추상적이다’라는 말은 핑계가 된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움직임 모두 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안무자와 대본과 구성을 맡은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지도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강렬한 이미지들만 전면에 드러나게 된 것이 아닐까. 원작 소설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여우와 뱀이 빠지고 대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어린왕자가 맥락없이 하늘로 승천하고 말았던 것도, 관계맺기와 사랑, 죽음과 우주라는 거대한 문제를 다루기 버거워 택한 안타까운 선택이 아니었을까.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계속 대표 레퍼토리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것은, 어찌되었거나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왕자’가 언제 읽어도 새로이 아름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글_스윗초코
    춤추는거미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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