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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5.11.02 06:29 | 조회 2783
    서커스, 스포츠, 그리고 대중문화를 만난 춤
    데보라 콜커 무용단 ‘Mix'
    2015.10.23.-24 LG아트센터

    데보라 콜커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브라질 안무가로, 한국에서는 그다지 잘 알려지 있지 않다. 나조차도 공연 홍보 영상을 통해 처음 이름을 알게 되었을 뿐,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그런 만큼 공연장에는 무용계 인사들보다는 일반관객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 너무나 놀랍고 흥미로운 공연이었기에 전공자들이 많이 보지 못한 점이 아쉬울 정도였다. 분명 춤을 공부하거나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무의 영역이 무한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을 텐데 싶다.

    그는 ‘섬세하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 그래서 작품은 누가 보아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의 이미지와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무자의 이력도 특이하다. 어릴 때 피아노를 치며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고, 10대에는 배구선수였고, 각종 춤을 섭렵했고,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무용단에 입단하여 착실히 무용수 생활을 해나감과 동시에, 다양한 영역에서 안무가로 활동했다. 이를테면 뮤직비디오, 록 콘서트, 패션쇼, 오페라 등에서 춤을 만들었고, 연극에서의 움직임 연출, 카니발 연출 뿐 아니라 태양의 서커스 최초의 여성 안무가로 활동했다. 현재에는 자신의 무용단과 댄스 센터를 꾸려가고 있으며, 2016년 브라질 올림픽 개막식 안무자로 선정되었다. 상당히 넒은 영역에서 활동해온 안무가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해갈 수 있었던 힘은, 그가 가진 대중문화에 대한 세련된 감각과 신체 운동능력과 춤을 결합하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공연에서 강조되어 보여진 것들도 그런 점들이다. 큰 인물 사진, 대형 의자, 대형 바람개비, 세워진 인공암벽 등 무대 세트가 단순하면서 강렬했고, 조명도 사물이나 인물을 명확히 집중시키는 방식이었으며, 의상은 스포츠웨어 같은 느낌 혹은 기하학적인 무늬 때문에 상당히 패셔너블해보였고, 활동성을 높인 숏팬츠가 주를 이루었다. 음악은 주로 리듬감을 강조한 전자음악이었고, ‘passion'이라는 작품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팝뮤직 러브송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동작의 물리학을 탐구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개별적인 몸의 운동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동작들, 서로의 체중을 이용해 상대방을 들어올리거나 던져서 받는 접촉 동작들, 그리고 혼자 몸의 균형을 잡거나 둘 이상이 기묘한 자세에서 서로의 균형을 유지해내는 모습들은 일반적인 무용 공연에서 안무 구성 요소로 쓰여지는 아크로바틱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서커스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나는 무대 코앞에서 봤기 때문에 그 긴장감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현대무용공연을 보면서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될 줄이야. 특히 유명한 작품인 ‘passion'과 ’mountaineering'은 서커스인지 춤인지 알 수 없는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었다. 전자는 연인이 만나 사랑하고 오해하고 미워하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일련의 과정을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접촉 동작으로 쉴 새 없이 보여주는 작품인데, 파트너를 던지고 받고 들어올려서 돌리고 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자칫 조그만 실수라도 있다면 어떻게 되나 조마조마하며 보았다. 무용수들은 발레 기본기부터 여러 가지 스타일에 능통해 있어서, 이런 와중에도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선을 유지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복잡하고 빠르고 묘기에 가까운 파드되를 하면서 계속적으로 바뀌어가는 감정표현을 해낸다는 것이다. 즉 충분한 재능과 훈련 덕분에 여유가 있는 것이다. 후자는 말 그대로 무대에 세워진 커다란 벽에 인공암벽같은 손잡이가 듬성듬성 박혀 있는데 발끝으로 디디고 손으로 매달리기만 해서 ‘등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암벽등반이야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다이지만, 이 작품은 이 세워진 벽에서 상하좌우로, 혹은 군무대형을 맞추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발씩 디디면서 이동하는 것 뿐 아니라 순간적으로 팡 뛰어서 다음 칸에 매달리는 모습, 거꾸로 매달려서 이동하는 모습까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무용동작까지 한다. 무용수들은 그 높은 곳에 매달려서도 한치의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동작을 보여줬다. 


    서커스와 스포츠, 그리고 대중문화의 감각적 요소를 결합시킨 데보라 콜커의 세계는 독보적으로 보인다. 심오한 철학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관객은 충분히 감동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피땀 흘려 훈련했다는 것을 그저 한 장면 보기만 해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름답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를 만들어가는 데에 무용수들의 역할이 크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모두 엄청난 근육질의 소유자들이다. 그런 동작을 해내려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다들 몸이 가볍고 기량이 출중했다. 뿐만 아니라 개성이 있고 매력이 넘쳤다. 최고의 댄서들이 모여 서로 신뢰하면서 무용단을 이끌어가니 작품이 탄탄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커튼콜에서 생활한복을 입고 뛰어나온 데보라 콜커를 보고 예상 밖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인사동에서 사 입고 천진하게 좋아했다는 후문을 듣고 보니, 타문화에 호기심도 많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안무가가 아닐까 싶었다. 언제 또 그의 작품을 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리우 올림픽 개막식을 기대하며 기다려봐야겠다.


    사진제공 : LG아트센터
    글_스윗초코
    춤추는거미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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