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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5.10.31 21:30 | 조회 2647
    Life is Amazing Grace!
    - SBT Gala & being the best
     2015.10.23.금(金)

      

    '서울발레시어터', 하나의 장르가 되다!

    1부는 SBT 안무가들의 스페셜 갈라 무대로 대중적 코드에 충실한 작품들이었다. ‘RAGE’는  제임스 전의 최신작으로 현대사회에 대한 분노와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춤 어휘로 풀어낸 작품이다. 
    리차드 월락의 'Snipshot'은 바하의 무반주 첼로 곡을 배경으로 사랑의 단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내 짝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일상적이면서 이질감도 있어 바흐의 음악을 메시앙이 변주했다면 이런 형태가 될 것 같았다. 
    허용순의 안무가로서의 시작이 된 작품 ‘Elle Chante’는 유대 리듬에 맞춰 여인이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탱고의 열정 속에서 콧노래와 허밍을 흥얼거리는 모습이 프로방스의 바람과 닮았다. 스페인 음악이 울려 퍼지는 작은 마을의 축제를 보는 듯 했다. 스페인 광장에서 거리 공연을 보는 거 같은 생생한 현장감이 넘쳤다. 소재는 가까운 데서 찾는 안무가의 철학이 반영되었다. 한 여인의 심리적 변화를 표현한 작품으로, 내성적인 그녀는 사랑의 힘으로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심리 변화의 과정을 묘사하였다. 작은 마을의 축제에 나타난 이국적인 근사한 남성을 본 동네 처녀가 두근거림과 설렘을 넘어 솔직한 열정으로 발전하여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운 합창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로이 토비아스는 초대 예술 감독이며, 서울발레시어터의 철학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상의 작고한 안무가이다. 그의 작품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크라이슬러의 바이올린 선율을 배경으로 연인의 서정적 사랑을 노래한다. 가장 매혹적인 건 인간의 몸이며 중요한 건 그 속에 담긴 영혼이라는 주제가 크라이슬러 특유의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부드러운 선율을 따라 달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뜨거운 베로나의 열기 속에서 열세 살의 나이로 단 사흘간의 사랑에 일생을 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의 슬픔조차 매혹적으로 맛있다.

    인간의 굴레와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때로는 과학으로 때로는 예술로 결실을 맺는다. 형이하학적 성취든 형이상학적 성취든 긴 시간을 헌납한 과정은 격려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민간’과 ‘모던 발레’라는 두 개의 큰 난점을 안고 시작한 지난 이십 년이 김인희 단장을 위시한 단원들에게 녹록치 않았으리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고맙게도 서울발레시어터의 이십 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고전발레에 못지않은 모던발레의 높아진 위상과 품격을 확인하였으며, 발레를 소재로 한 백야(White Night)나 열정의 무대(Center Stage)같은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신념을 가진 자(者)의 삶이 주는 가슴 뭉클한 자리였다. 무용의 역사도 자아(自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도전과 응전의 과정임이 분명하다. 체계적이고 안정된 급여 체계와 끊임없는 혁신과 소통의 20년이면 이런 엄청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민간모던발레의 좋은 예이며 무용사를 새로 쓰는 시도이다.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삼성 전자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혁신이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봤던 어떤 공연보다도 찬사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김인희 단장과 서울발레시어터는 규정할 수 없다. 무용계의 하나의 장르다. 그냥 서울 발레 시어터다.

    공연을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 - 관객

    공연의 높은 수준에 걸맞게 관람객의 매너와 호응도 최고였다. 오페라 극장 건립 이래 이렇게 객석이 들썩였던 적이 있었을까. 팝핀 댄스와 비보잉까지 아우르는 차원이 다른 공연은 모두 하나 되는 도전과 파격의 기분 좋은 축제를 만들었다. 하지 말라면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 너무 고압적인 클래식 공연들이 주는 답답함에서 벗어나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 도중에 맘껏 박수와 환호를 보낼 수 있어 색다르고 짜릿했다.
    무대, 음악, 안무, 의상, 조명과 무대 장치 모두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고, 고인이 된 안무가, 서울발레시어터의 시작을 함께 열고 성장을 이뤄 낸 로이 토비어스를 기리는 가장 춤쟁이 다운 추모방식이며, 은퇴하는 김인희 단장에 대한 멋진 인사와 감사의 자리였다.
    몇 년 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오페라단의 내한 공연 때 이 곳 오페라 극장에서 헨델의 ‘리날도’를 보았다. 단순한 내용의 오페라의 단조로움을 날려 버리는 2막의 첫 번째 소프라노 아리아인 ‘울게 하소서’가 울려 퍼질 때 관객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집중했다. 다시 들은 ‘울게 하소서’는 활기에 넘쳤다. 더 이상 수동적으로 구원을 기다리는 여인의 노래가 아니었다. 마치 해저 탐험을 앞둔 탐험가가 된 듯, 설렘과 긴장이 있었다. 그 탐험의 정점은 관객들이 탐험가의 삶을 이해하고 동화되어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외치던 ‘브라보’는 최고의 매너였다.

    Being - 무용의 상설공연 가능성

    2부는 'BEING the best'라는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서울 발레 시어터의 개성과 실험을 보여주는 대표 레퍼토리 'BEING'의 베스트 장면을 재구성해 작품의 속도와 감동을 배가시킨 완결판이었다. 무대 위 오토바이와 화려한 댄서들의 춤은 슈퍼스타의 공연장 같았다. 'Being'은 SBT의 현존을 의미한다. 20년을 버텨 왔고, 여전히 건재한 SBT의 현존은 열정과 실력, 대중과의 소통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정말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춤을 모르거나, 춤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살리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부지런히 해 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재 시점으로 옮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처럼 아름답고 멋지고 신나고 우아하고 흥겹고 에너지 넘치는 감각적인 젊은 무대였다. 아이돌에 익숙한 지금의 십대와 무용 감상에 입문하는 초보자, 고전 발레가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유쾌하고 편한 무대였다. 민간, 모던 발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실험과 파격을 잘 살려 한 편의 넌버벌 뮤지컬이 탄생했다.
    여정과 구원, 존재의 의미, 혼란속의 삶, 여정과 구원으로 이루어진 공연의 구성이 바흐의 B단조 미사나 마테 수난곡을 들을 때처럼 짜임새 있고 경건함이 느껴졌다. 통역이 필요 없는 비언어 공연인 춤이 가진 장점을 살려 세계적인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 오페라 아리아만 따로 부르듯이 안무마다 타이틀이 있으니 개별 공연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한번으로 소진되기에는 너무 아까운 공연이다. 상하이의 송성 가무쇼, 북경의 금면왕조처럼 서울이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상설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 새로 공간을 만들기 어렵다면 기존 공연을 활용해도 좋겠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사파리를 할 수 있는 대형 테마파크 안에 천이백 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이 있고 전통 공연을 한다. 아시아권 대표 공연들이 각나라의 고전과 기예, 스케일과 무대 장치로 승부를 보는 쇼 형식인데 반해 ‘BEING’은 격이 높고 완성도 있는 공연이다. 분명한 철학이 있고, 모던하면서 재미있고 감각적이다. ‘삶’이라는 보편적 코드가 있고, 산자들의 하느님과 산 이들의 땅을 강조하는 성경 모티브와도 일맥상통하는 범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한 이야기이다.

    가장 아름다운 건 몸이라는 로이 토비어스의 신념처럼 가장 아름다운 몸의 아름다움을 앞으로도 잘 살려 가기를 바라는 마음, ‘Good bye SBT’라는 김 단장의 축복 어린 인사가 하얀 꽃가루와 함께 퍼진다. 일생을 사랑하는 춤에 바치고, 앞으로도 그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걸어갈, 그렇지만 뒤따라오는 이에게 자리를 내어줄 줄 아는 김인희 단장을 보며 서리 맞은 단풍 꽃보다 곱다는 옛 시조가 떠오르는 날이다.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사랑을 뒤로 하고 하롱하롱 꽃잎이 지더니 꽃보다 고운 단풍이 온 누리에 만발했다.



    글_진연숙(소설가)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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