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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5.09.02 11:12 | 조회 3188
    2015 NDA International Festival 
    2015.8.27(木) 서강대 메리홀

    2015 NDA International Festival 

    2015년 NDA International Festival의 둘째 날 펼쳐진 다섯 편의 아시아 무용가들의 작업은 소리의 비중 강화, 일상화된 안무,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주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소리와 음악의 비중이 커졌다. 아야 테라소마와 구루미 토지의 '츠카(Tsu-Ka)'는 입으로 내는 ‘츠’와 ‘카’로 이야기를 이끈다. ‘츠’는 돌림 노래처럼 반복되고 메아리를 이룬다. ‘츠’와 ‘카’의 반복은 아카펠라처럼 춤의 진행에 제 몫을 한다. 최우석, 배민우의 ‘Insignificant stories’에서는 쇼팽의 ‘녹턴’, 이토 나오코의 ‘Good Girl, bad girl, Luluby’는 동요와 자장가를 활용한다. 각각의 안무들은 전문가적인 고난도의 기교를 최소화하여 일상을 몸으로 표현한 작업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모든 작업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려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어디로 가는가에 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수잔나 카스프리의 ‘We are very sorry, but there is no place for Susana’는 공간의 지배력에 대항하는 자아의 투쟁을 보여준다. 정신적 공간이든, 물리적 공간이든 공간이란 우리에게 제약을 준다. 그 속에서 움직이게 하고,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든다. 삶 속에서 생활 속에서 무수히 직면하는 갈등 속에서 주저앉지 않고 내 자리를 찾으라고 그녀는 온 몸으로 외쳤다. 다케시타 다마미, 사토 후미, 호카노조 사오리가 공연한 ‘Good Girl, bad girl, Luluby’는 ‘어머니’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출산부터 성장하며 다시 어머니가 되는 일련의 과정을 물 흐르듯이 표현했다. 뭐라고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강요가 없음에도, 신문지로 만든 종이 인형을 소중히 안고 무대 위를 누비는 세 여인의 몸짓만으로도 여자로, 어머니로, 딸로 살아가는 농익은 삶의 무게와 진중함을 느끼게 했다. 표현은 경쾌하였으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공연이었다.

    찰나의 시간, 영원한 볼레로

    이날의 가장 큰 수확은 홍콩 참가자인 옹 용록이 안무한 ‘볼레로(Bolero)’이었다. 페스티벌 개최지인 한국의 전통 연희 방식의 특성인 즉흥성과 관객 참여가 돋보였다. 워크숍 참여자들이 볼레로 음악에 맞추어 변주를 보이다 하나둘씩 관객의 손을 잡고 나온다. 양손에 들었던 오렌지 색 플라스틱 봉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 간단한 안무를 따라하며 어울린다. 어색해 하는 관객도, 전공자답게 금세 적응하는 관객도 다 같이 하나 되는 마당극을 보는 듯 했다. 부대가 원형이거나 야외 무대였다면 더 좋았겠다. 비전공자들에게 낯선 현대무용을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비언어적 찰나의 예술인 춤의 미덕을 극대화 시켜 언어를 넘어 소통하는 통로가 되었다. 더불어 누구나 흥이 나면 자연스럽게 어깨를 들썩이거나 고개를 까딱이듯이 춤이란 실생활과 유리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재미난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 기분 좋은 공연이었다. 얼핏 라벨의 ‘볼레로’는 똑같은 리듬과 멜로디를 열여덟 번 반복한다. 그러나 열여덟 번의 음악은 결코 같지 않다. 음량이나 연주기법의 미묘한 차이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시간은 매순간 변화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이 시간의 속성이 부여되어 매순간 새로운 음악이 흐르는 것이다. 옹 용록의 ‘볼레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거기에 연희자의 구성 또한 매우 가변적이다. 변화하지만 변화의 순간을 붙잡을 수는 없는 순간의 표현, 무용이라는 장르기 이렇게 어울리는, 이렇게 영리하게 쓰는 안무가라니, 신선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최우석, 배민우의 ‘Insignificant stories’는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詩)처럼 보였다. 그가 인용한 잠언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을 떠올리게 했다. 작위적으로 나의 위상과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많은 단어와 꾸며낸 문장들 속에 문득 피로가 몰려 올 때가 있다. 소박하고 진실 된 단어와 문장의 힘을 느낄 때 의미와 무의미의 정의는 전도된다. 그들은 순수하게 탐닉한 몸으로 표현하며 스스로 무의미하다고 이름 붙였지만 오히려 알프레드 디 수자가 알려준 행복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오랫동안 나는 내 진짜 인생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내 앞에는 온갖 장애물과 먼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과 바쳐야 할 시간들과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그런 다음에야 진정한 인생이 시작될 것 같았다. 마침내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런 장애물들이 바로 내 삶이었다는 것을.

    이 한 몸 누일 곳, 입을 것, 먹을 것을 찾아 무료한 일상이 반복된다고 느끼는 이들도, 어렵지만 꿋꿋이 춤을 추고 공연을 올리는 모든 이들도 모두 함께 오늘의 일은 오늘에 두고 새로운 날을 시작하자고 힘내어 응원해 본다.


    일본 / 아야 테라소마 < Tsu Ka. > 
    사진제공 : NDA 사무국


    폴란드/수잔나카스프윅 < We are very sorry, but there is no place for Susana > 
    사진제공 : NDA 사무국


    한국 / 최우석, 배민우<무의미한 이야기>
    사진제공 : NDA 사무국


    일본 / 나오코 이토 <Good girl, Bad girl Lulury>
    사진제공 : NDA 사무국


    홍콩 / 옹 용 록 <볼레로>
    사진제공 : NDA 사무국




    글_진연숙(소설가)
    춤추는거미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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