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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5.07.04 14:18 | 조회 4405
    국립현대무용단 바깥-레지던시:교류 프로젝트
    2015.6.19.-20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사진 제공 :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의 해외교류 프로젝트로 제작된 이번 공연은 독일 안무가 요헨 롤러와 벤 리페가 국립현대무용단의 제작진, 무용수들과 함께 했다. 이 두 안무가는 독일 탄츠 테아터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무용 미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어서, 이번 협업이 변화해가는 한국 컨템퍼러리 댄스 세계에 어떤 의미를 던져 줄지 호기심을 끌었다.

    벤 리페의 ‘오프닝-태도의 전시’와 요헨 롤러의 ‘그림문자’는 탄츠 테아터의 전통보다는 개념무용의 측면이 더욱 강조된 작품들이었다. 그렇다면 개념무용이란 무엇일까? 공연학자 손옥주는 ‘명확한 각본을 미리 제시하지 않은 채 온전히 창작자가 제안한 기본 컨셉 혹은 아이디어만을 유지한 채로 작업을 진행시키는 일련의 창작방식이며, 이 때 제안되는 컨셉이란 내용상 대개 창작자 개인의 바이오그래피 또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궁금증이나 문제점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춤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이고 미학적인 질문을 개념화되고 추상화된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일상적인 모습이나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드러나는 방식이 일상적 표현들의 꼴라쥬라고 해도, 작품의 기본 전제가 개념 예술적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그 질문 자체가 구체성을 띠지 않고서는 작품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관객 나름대로 다양하게 해석하여 공연을 즐길 여지도 많지만, 안무가가 무엇을, 왜,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지 못하면 작품을 보고도 머리만 아픈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전공자들도 별로 즐기지 못할 때가 많다. 
    이번 두 작품은 그런 점에서 재미있지는 않았다. 무엇을 실험하려 했는지, 혹은 도전해보려고 했는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로 봤는데, 작품이 그리 친절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프닝-태도의 전시’는 공연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춤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춤 공연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시공간적 요소들과 여러 예술매체들을 겹쳐놓고 또 해체해본다. 그것은 정지 동작과 연결 동작, 르네상스와 한국 전통 문화, 무용수와 공연스텝, 2차원적 원근감과 3차원에 테이프로 발라 만든 원근감, 너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 정형적인 움직임과 비정형적인 움직임, 고전음악과 현대음악,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노래와 춤 등의 여러 대립적인 관계들을 한 무대에 배치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 복잡한 키워드들을 보여주기 위해 안무자는 되도록 움직임을 정지 상태로 고정해두었다. 르네상스 회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전형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무용수들은 도상학적 위치를 달리 하면서 서로의 포즈를 바꿔 취한다. 그 사이 사이에 의상 담당 스텝들이 나와 서양의 전통적 옷깃을 매달아준다거나, 얼굴을 가려준다거나, 하이힐을 신기거나, 우리 전통 복식을 입혀준다. 그래서 전혀 새로운 이미지와 맥락이 탄생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이런 모습이 계속 보여 졌고, 그 사이사이에 새로운 요소들이 살짝 등장하면서 해석할 거리들을 만들어줬다. 상당히 흥미롭게 본 관객들도 있겠지만, 나는 별다르게 발견한 것이 없어서 작품이 길게 느껴졌다. 다만 마지막으로 등장한 무용수가 하이힐을 신고 콜라를 마시더니 기괴하게 걸어가다가 춤을 춘 뒤 바닥에 드러눕길래, ‘흠. 결국 공연이라는 것은 자기만족일지도 모르겠군’이라는 나만의 해석을 하고 살짝 웃음이 났다.

    ‘그림문자’는 움직임으로 그림을 그리는 여러 방식을 탐색한 작품이다. 어떤 문구나 그림들을 움직임으로 번역했다고 볼 수 있는데, 요헨 롤러는 특히 한글과 한국어 표현들에 주목했다고 한다. 초반에는 동굴벽화나 수화같은 움직임들이 등장했는데, 뒤로 갈수록 움직임이 점점 구조화되면서, 나중에는 그냥 춤을 계속해서 추고 있는 모습들이 보여 졌다. 연결된 움직임들이 쉴 새 없이 격렬하게 이어지는 장면들부터는 즉흥 워크숍에서 주어진 과제들을 통해 만들었으리라 짐작되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으니 그저 흘러가는 춤들로만 보였다. 젊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각자 개성적이고 에너지가 넘쳐서 좋았지만, 의미를 읽어낼 수 없는 장면을 계속 보고 있자니 갖춰진 공연을 본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연금술적 상상력을 구현해내는 유체물질로 무용수들을 드러내기 위해 골드 의상을 선택한 것은 무척 신선했다. 그런 존재를 강조하기 위해 하얀 배경막을 선택한 것 역시 좋았다. 하지만 정작 상상력의 내용이 빈약해 보였달까, 뭔가 완성이 덜 된 작품을 본 것 같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활발한 활동을 응원하고 있지만, 그것이 대중에게 소개될 때 핵심적인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에 더욱 신경써주면 좋겠다. 이번 작업이 참여한 무용수와 스텝들로서는 제작과정이 새로운 경험이었을 수 있지만, 무대화된 형태는 그다지 새롭거나 의미롭지 않았다. 즐기지 못하는 관객을 신경 쓰지 않고서는 공연을 할 의미가 어디에 있을까. 국립 단체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관객이 이해 못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개념예술가들의 가장 뻔한 핑계 아닌가.

    글_스윗쪼꼬
    춤추는거미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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