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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5.07.04 13:58 | 조회 3704
     2015 댄스 컴퍼니 더 바디 정기공연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2015.6.19.-20



    (사진제공 : 공연기획 MCT)

    중견 안무가 이윤경과 류석훈이 이끄는 더 바디 댄스 컴퍼니는 꾸준히 공연을 해오고 있는 탄탄한 무용단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장르 간 결합이나, 다양한 움직임의 실험에 중점을 두는 요즘 젊은 안무가들과 비교해볼 때 더 바디는 꽤 전통적인 스타일로 작업하는 단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예술적 시도보다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단련된 몸을 통해 새로운 몸짓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의미인데, 두 안무자가 가진 월등한 기량 때문에 무용수들이 그 권위를 따르는 작업방식을 가질 수 밖에 없어 보이기도 한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높을 수 있지만, 무용수들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고 다음 세대 안무자를 키워내기 힘든 방식이긴 하다. 이번 정기 공연 군무 작품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안무자가 무용수를 교육자로서 통제하면 역시 신선함은 덜하다는 아쉬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윤경의 독무와 류석훈의 독무는 역시 그 카리스마 덕분에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재미있었다.

    ‘꽃 바라보기’는 안무가 안애순이 이윤경을 위해 만든 솔로 작품이다. 무용수의 몸은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부단한 몸부림을 한 꽃과 같다고 안애순은 말한다. 춤을 완성해나가는 몸의 노고와,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정서적 반응이 이 작품의 주요한 소재가 된다. 무의식적으로 리듬에 반응하는 것부터, 어떤 충동을 느껴서 격렬하게 몸짓으로 표현해내는 것, 그리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움직임을 반복하고 수련함으로써 한 편의 무용작품이 탄생하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환희와 고통, 욕구와 무기력까지, 다양한 춤의 면면을 만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아주 이질적인 움직임들을 사용하여 이 춤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막춤, 소셜댄스, 놀이, 발바닥을 비비면서 비틀거리는 모습, 발작적이거나 촘촘하게 분절된 움직임, 멈춤 등의 모습이 보여졌다. 이전의 이윤경 스타일과 전혀 다른 낯선 방식의 춤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춤꾼은 보통 하나의 스타일에 집중하여 춤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윤경은 스타일로서도 한계가 없는 춤꾼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낯선 춤들을 아주 세련되게 잘 추면서 말이다. 후반부에서는 춤이 작품으로 완성되어 완전히 자신과 하나가 될 때의 일체감과 황홀감을 표현하는데, 이때는 거의 무당처럼 보이기도 했다. 집중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관객을 쥐었다 놨다 하는 그의 표현력은 그저 천재성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안애순과 이윤경의 만남은 항상 옳다. 안애순의 안무를 가장 제대로 구현해내는 무용수는 이윤경이 아닐까.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기에 만든 작품인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안무자는 움직임 자체 보다는 전반적인 구성에 신경을 쓴 것처럼 보였는데, 정서가 바뀌어가는 지점을 잘 포착해내어 군더더기 없고 호소력 있게 구성한 것 같다. 앞으로 극장 뿐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도 또 만나 보고픈 좋은 작품이다. 다만 무대에 설치해 둔 노트북, 작품 안의 장면들이 다른 시간대에 보여 지는 영상 등은 군더더기처럼 보였다. 이는 무용수의 현존을 대하는 관객들의 시선에 대한 질문이라고 하는데, 별로 그런 의미로 보이지도 않았고, 굳이 이 좋은 작품에 영상을 써서 현존을 이해해야 되는가 싶었다. 춤 자체로 충분하기에 불필요한 장치로 방해물을 만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
    ‘조용한 파동’은 류석훈이 안무하고 출연한 솔로 작품이다. 춤은 어떤 것일까? 안무자 본인에게 춤은, 꽉 차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없는, 미세하게 전율하다가도 공허하게 끝나는 몸의 움직임이다. 어찌 보면 구도자 같은 춤꾼이 아닐까 싶다. 항상 조용한 파동을 몸에 품고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도 싶다. 그는 무대 중앙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채 한 자리에서 계속 좌우로, 상하로 잘게 파동을 만들어내다가 격렬함과 정적인 상태에 이르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이 꽤 고통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한다는 게 인간 뿐 아니라 생명의 본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 모습만 반복되다가 작품이 끝났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파동만 계속되니까 그야말로 공허했다. 구도자의 고민 깊숙이 따라 들어가서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으나 겉으로 보여 지는 현상만 보고 끝난 거 같아서 아쉬웠다.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하듯 읽어내기 쉬운 서정적인 춤을 보여줬더라면, 이런 무언지 알 수 없는 난해성이나 공허감을 상쇄시켰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몸을 잘게 흔들면서 기묘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분명 강렬했다. 체력적으로도 대단해 보였다. 재공연때는 좀 더 구체적인 장면이 첨가되면 좋겠다.

    마지막 작품 ‘사막의 선인장’은 외로운 인간 세상에서 희망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사막에 핀 선인장에 빗대어 풀어낸 안무자 류석훈의 군무 작품이다. 소통의 단절을 표현하는 전반부와 그것을 극복하는 후반부로 이루어졌다. 구체적인 메시지가 드러나는 장면보다는 군무가 보여주는 구성력에 더 힘이 실려 있다. 다르게 말해, 잘 구성된 괜챦은 군무 장면을 보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지만, 무엇을 표현하는지 모호했다. 좀 더 추상적인 작품이 되거나, 반대로 좀 더 주제의식이 드러나면 좋았을 텐데, 애매한 상태는 관객을 더 쉽게 곤란에 빠트린다. 의상과 머리모양, 조명과 음악, 영상까지도 다 제각각이고 작품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음 공연에서는 군무 작품을 좀 더 신경써서 ‘더 바디’라는 무용단체의 힘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무의 논리를 정확히 갖고, 모든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면서, 통일감 있는 전체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글_스윗쪼꼬
    춤추는거미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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