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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5.06.10 17:47 | 조회 4754
    2015 MODAFE 춤, 삶을 수놓다
    2015. 5. 19-31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소극장



    올해 모다페는 5월 19일부터 31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궁금한 작품이 많았으나 역시 시간적인 한계 때문에 전체 축제를 조망하기에는 부족한 정도의 관람에 그쳤다. 공연장을 방문할 때마다 관객점유율이 높았던 것 같아 활기차게 축제가 진행되는 인상은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개성과 수준의 작품들을 한정된 일정 속에 엮어내다 보니 프로그래밍의 전문성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스펠바운드 컨템포러리 발레단 ‘The Four Seasons'
    이탈리아 컨템포러리 발레단 스펠바운드는 개막작으로 ‘사계’를 공연했다. 세련되고 유려한 현대발레의 춤언어와 상징적이고 절제된 영상이 잘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무대에는 집 모양의 무대세트가 놓여있고, 무용수들은 이 집을 드나들며 계절의 차이를 감각한다. 이 집은 신체의 은유이다. 이 집과 바깥 공간을 드나들며 그려내는 구도는, 피부로 닿는 세상의 다양한 공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계절이 달라지면서 빛이 내리쬐는 각도가 달라지듯, 무용수들은 각 장면마다 무대세트를 다르게 배치하고, 여러 각도에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게 한다. 이 하얀 집에는 계속해서 계절의 정서를 담은 영상이 투사되는데, 춤과 완벽하게 상호작용하는 이미지여서, 인터랙티브 공연의 모범적인 사례를 본 것 같다. 움직임은 식물이나 바람, 비, 눈, 빛 같은 자연현상을 연상시키는 것이었고, 영상 역시 그런 자연 현상을 추상화 시킨 것들이라, 두 매체 중 어느 하나 부차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탄탄하게 이가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에 무용수의 홀로그램과 실제 무용수가 함께 춤 추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시도는 오히려 식상한 듯 했고, 자연의 유기체적인 움직임이 춤과 영상에서 시적으로 표현되는 전반부의 흐름이 좋았다. 영상을 무용공연에서 쓰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 공연으로 기억된다.

    마리우스 피니기스&만타스 스타바친스카스 ‘ID: D&G' / 김환희 ’달리기‘/ 조양희 ’백색소음‘
    마리우스 피니기스와 만타스 스타바친스카스는 리투아니아의 영웅으로 칭송되는 두 비행사가 1933년 대서양을 성공적으로 비행했으나 추락하고 만 역사적 사건에서 이 작품의 실마리를 얻었다고 한다. 이 두 비행사는 리투아니아 지폐에 얼굴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두 무용수는 비행복을 입고 나왔다. 예전의 영웅을 재현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그와 반대로 오늘날의 영웅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작품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오늘날의 영웅은 허세가 가득한 나약한 존재였고, 대중문화로서 소비되는 이미지에 불과했다. 두 무용수의 접촉 동작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힘은 인상적이었지만, 이들이 말하는 회의적인 영웅은 구체적이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지 모호했다. 이름도 낯선 리투아니아의 작품을 처음 보는 것이라 꽤 기대를 한 것에 비해 경험 부족으로 보이는 구성이 실망스러웠다. 
    김환희는 인생을 달리기 경주에 비유한다. 달리기를 하면서 느끼는 고통과 좌절, 극복과 환희, 자주성과 협동심 등은 인생의 우여곡절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안무자는 되도록 달리는 행위 그 자체를 이용해서 작품을 구성하려 한 거 같다. 하지만 지나치게 순진해 보일 정도로 달리는 행위로만 장면을 이어가다 보니 상황전개가 지루했고, 춤의 즐거움을 찾기 힘들었다. 
    조양희는 균등하고 일정한 주파수를 유지하여 다른 소음을 차단시켜주는 ‘백색소음’이라는 소재에서 소통의 문제를 끌어냈다. 초연 이후 계속 다듬고 있는 작품이라 공을 들인 느낌이 들었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자기 중심적인 존재들이 소통 속에서 충돌하는 모습은 각지고 흔들리는 움직임으로 표현되었고, 소통에 실패한 외로운 자아가 백색소음으로 자신을 감싸는 모습은 기괴하게 꺾인 사지와, 가녀리게 주파수를 만들어내는 손가락 움직임으로 표현되었다. 추상적인 무용작품으로서 알맞은 작품 길이와 구성이었고, 세련된 느낌의 춤 스타일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수려한 신체와 노련한 테크닉 때문에 눈이 즐거웠다. 다만 반쯤은 돌돌 말린 채 바닥에 깔려 있는 흰 장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했고 오히려 사족같아 보였는데, 재공연때는 빈 무대에서 춤만 보여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날의 세 작품은 서로 색깔이 다를 뿐 아니라 수준 차이는 더 커서, 왜 한 무대에 같이 넣었는지 의아했다. 탄탄하게 자기 세계를 다져나가는 중견 안무가의 작품과 학생의 습작같은 작품이 같은 무대에서 공연될 때 보통은 실망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기 마련이다. 

    김영진&김성용 ‘BASS BASS' / 김지욱 ’그는 누명을 썼다‘ / 우어스 디트리히 ’THALAMUS'
    김영진과 김성용은 움직임의 시차를 이용하여 화음과 불협화음을 이미지화했다. 즉 어떤 동작구를 동시에, 혹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혹은 상당한 시차와 다른 리듬감을 가지고 이어나가면서 둘 간의 화합과 갈등을 보여주었다. 무엇을 주장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아무래도 구성력에 집중하게 되는데, 최근 본 어떤 작품보다 구성력이 훌륭했다. 늘어지는 부분이 없었고, 다른 국면으로 전환하는 시점도 적확했다. 정서를 쌓아나가야 할 때와, 충격적으로 단절시킬 때를 잘 계산했다.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움직임 스타일이었다. 자연스러웠고 허세가 없었다. 20분짜리 짧은 작품이 주는 상쾌함과 강렬함이 있었다. 이 두 안무가의 앞으로 작품이 궁금하고, 이들이 추상적인 작품의 안온함에 빠지지 않고 삶의 구체성으로 진입해가길 기대해본다. 
    김지욱은 의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개인의 자유가 어떻게 가능할까를 질문했다. 서로를 의심하고, 배제하고, 누명을 씌우고, 번갈아가며 희생양을 세우는 모습 등등이 다양하게 그려졌고, 해답보다는 질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장면을 구성했다. 컨템퍼러리 재즈 베이스의 안무가로 알려진만큼, 여전히 감각적인 춤사위와 조명, 비트가 강조되는 음악 등이 김지욱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드러났다. 숨가쁜 호흡으로 무거운 주제를 끝까지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의외의 코믹한 장면도 있어서 좋았다. 긴 머리 남자 무용수 둘이 머리카락을 잡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관객 모두 한참 웃었다. 멋있고 감각적인 것에서 조금 벗어나 이런 가볍고 재치있는 장면이 더 들어간다면 오히려 안무가의 의도가 더 편안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어스 디트리히의 작품 ‘탈라무스’는 티베트 승려 소걀 린포체의 글과 내적, 외적 관찰을 바탕으로 창작되었다고 한다. 썬글라스를 끼고 가죽점퍼를 입고 있는 디트리히는 공원의 벤치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등장한다. 그가 하는 조그만 움직임, 혹은 연기는 모두 쪼개지고 흔들리면서 외부 세계와 만나고, 발작적으로 새로운 행동이 드러나기도 한다. 움직임은 점점 격렬해지고, 나중에는 외투와 썬글라스를 벗은 채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내가 보기엔 ‘진짜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처럼 보였다. 안무가는 상당히 진지하고 사색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집중도 높은 연기가 인상적이었지만, 진지함이 지나쳐 관객의 지루함을 배려하지 못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꽁빠니 111-오렐리앙 보리 ‘PLAN B'
    폐막작이었던 ‘플랜 B'는 놀라웠다.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컨셉, 그리고 환상. 무대에는 아주 넓은 판이 기울어져 있다. 처음에는 45도, 중간에는 수직으로 세워져서 90도, 마지막에는 바닥에 눕혀서 즉 0도. 이 다른 조건들에서 하는 것은 아크로바틱과 저글링이다. 이 기술들로 만들어내는 것은 무중력 상태의 환상이다. 출연자는 단 네 명. 서커스 기술을 기본으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를 펼친다. 안무라고 부를 만한 연속된 동작들은 없지만, 어찌됐건 그들의 퍼포먼스는 완벽한 안무라고 볼 수 있었다. 첫 등장에서는 하늘에서 낙하하는 이미지가 반복된다. 중간에는 서로 배우고, 경쟁하고, 노는 모습이 보여진다. 마지막에는 조그만 집 지붕위에 올라가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여진다. 예쁜 동화 한 편을 본 느낌이 들었다. 이런 단순하고 시적인 이야기를 오로지 서커스 기술과 몇몇 무대 기술적인 아이디어만 가지고 풀어낸 것이 놀라웠다. 공연예술이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단순명료한 대답을 가지고 오랫동안 고민해서 만든 작품이라 느껴졌다. 참신하고 재미있었고, 그들의 과정이 느껴져서 감동적이기도 했다. 



    글_스윗쪼꼬

    춤추는거미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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