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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4.09.24 21:15 | 조회 6751

    탐나는 만찬
    - 현대무용단 탐 ‘어떤 만찬’

    (2014.9.18.. 이화여대 삼성홀)

     

     

     

    Contemporary - 동시대를 충실히 반영하는 참신함

     

    현대 무용단을 흔히 컨템포러리, 즉 동시대의 무용단이라고 부른다. 명칭만으로도 옛것에 얽매이지 않는 새롭고 실험적인 작업을 기대하게 되는데 ‘어떤 만찬’에서 ‘현대무용단 탐’은 이름에 걸맞은 무대를 선보였다.
    영상과 조명의 효율적 활용으로 숫자, 기호, 영상, 문자 등이 머릿속을 옮겨 놓은 듯 형상화되었다. 직선이었다가 서로 교차되는 조명과 매서운 겨울바람으로 시작해서 타자치는 소리와 찻소리에 이르기까지 배경음악과 효과음의 적절한 사용으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한 시간 안에 잘 짜여진 이야기와 안무가 알차게 담겼다.
    선으로 만든 커다란 삼각형의 공간은 쉽게 작은 면으로 변하고, 리본과 영상을 이용해 동일 공간을 일상에서 축제 무대로 또 다른 장소로 자유롭게 변주해 갔다.

     

    Contrast - 어떤 만찬의 키워드


    ‘어떤 만찬’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모순과 대비다. 만찬 자체가 주최자와 손님이 나뉘고, 여러 입장과 상황이 한 곳에 모이게 되니 대비와 모순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 쉼터 vs 권위

     

    바삐 오가는 분주한 삶 속에 쉼표 같은 의자가 하나 놓인 것만으로도 편안한 휴식의 공간이 된다. 편하게 앉아 신변잡기와 우스갯소리를 하고 주전부리를 하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한 공간,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긴장을 풀 수 있는 푹신한 의자는 처음에는 휴식이 낯설던 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다가오게 한다.
    그러나 때때로 의자는 권위의 상징이다. 이유 없이 기가 죽고 명패를 힐긋 거리며 두려움과 조소를 한꺼번에 느끼게 한다. 더 비참한 건 그 자리가 부러운 자신의 모습이다.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영문도 모른 채 어느새 그 레이스에 몰입한다. 권위의 상징인 된 의자는 왕처럼 들어 올려 진다. 누군가가 의자의 허울뿐인 껍데기를 벗기고 나면, 의자는 우리를 다른 공간으로 안내하지만 그 사이 흘러가 버린 시간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 보여 지는 부분 vs. 보이지 않는 전부

     

    어린 왕자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의 삶과 행복은 수치화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던 그와 달리 우리는 여전히 나의 행복을 보여주려 한다. 최대한 계량해서 치장한 뒤 각종 네트워크에 올려놓는다. 좋은 풍경, 맛있는 음식, 아무 고민 없어 보이는 웃음과 아름다운 자태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생활임을 분명히 아는 데도 남의 세상은 왠지 그럴 것만 같은 온라인 속 일상들에 종종 상처받는다.
    드라마 속 연인들은 화장실도 가지 않고, 몸에 오물 하나 묻히지 않은 채 사랑의 단어만을 속삭이지만 리얼 연애가 어떤지는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음에도 오늘도 행복한 상상 속 만찬으로 초대 받기를 즐긴다. 

     

    - 나 vs. 나의 증거

     

    태엽인형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은 집단과 회사의 대체될 수 있는 부속품이다. 수없이 난무하는 종이들을 꼭 끌어안고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나를 증명하는 공신력이 있는 인증서는 죄다 종이 쪼가리다. 각종 자격증과 증명서, 심지어 나 아닌 부모, 형제, 지인들이 누구인지도 바코드처럼 찍혀 나오는 서류들. 놀라운 건 이 모든 서류들을 자발적으로 내 돈 내가며 작성하고 받아 온다는 사실이다. 내 능력을 증명할 수치들은 내가 아니고, 나를 설명할 수 없음을 잘 알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증명할 명백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여자라서 가능한 탐나는 만찬

     

    ‘현대무용단 탐’의 무대는 밝고 섬세하고, 경쾌하며 영민한 데다 예쁘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무용단으로서의 색깔이 잘 드러났다. 무용단 고유의 색채로도 대비가 뚜렷하다. 생활 속 명암의 대비를 불편하지 않으며 아름답게 표현했다. 뒤틀리고 불편한 갈등과 모순들은 판단을 보류한 채 각자의 무게를 갖는다. 하나의 공간이 마무리 될 즈음에는 다른 공간의 불빛이 보인다. 그 공간 역시 웃음과 울음이 공존하겠지만, 이번 만찬의 촛불이 꺼져도 또 다른 만찬이 있기에 새로운 쉼표를 기대할 수 있다. 전부인 것 같았던 만찬은 ‘어떤 만찬’ 중의 하나가 된다. 대비도 이토록 세련되게 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참으로 탐나는 만찬이다.

     

     

     사진제공 (현대무용단 탐)
    글_진연숙(소설가)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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