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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ingSpider | 2014.06.30 13:10 | 조회 6128

    현대무용단 탐 12회 솔로 공연
    2014년 5월 21일 (장소 : 이화여대 삼성홀)

     

     

     

    현대! 우리는 현대를 살고 있습니다.
    커피를 홀짝이며 빌딩 숲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다시 아파트 빌딩의 둥지로 돌아오죠.
    천장을 보고 누워 하루를 돌이키는 시간 실행하고 저장한 기억들을 필요에 의해 뇌 속에서 소멸시키죠.
    다시 아침이 왔어요. 지구니까요. 지구촌 수억 명의 사람들이 지렁이처럼 기어간 흔적들이 소멸되었을까요?
    네. 어제의 거리는 그대로 펼쳐져 있군요.
    물론 무언가 별처럼 사라졌고 별처럼 태어났겠죠.
    지구촌 인구만큼 살아가는 이유도 수 십억 가지죠.
    하루를 잘 살아낸 나도 지구인입니다.

     

    존재와 부재의 경계선에 순간이라는 철학의 의미 부여. 그 아래 네 개의 솔로 구슬이 있다.
    하나의 목걸이에 그 구슬들이 꿰어져 관객 저마다의 목에 감동으로 빛나는 목걸이 선물을 선사해 줄까요?

     

     

    파트 1
    제목: 경계
    안무, 출연: 마승연

     

    불이 켜지고 마치 철 길 침목들처럼 텅 빈 의자가 한 줄로 늘어서 있다.
    무용수가 나온다. 하나씩 빈 의자를 쓰다듬기도 하고 애처롭게 앉아보기도 하면서 쓸쓸한 춤사위가 시작된다.

     

    저 빈 의자에 내가 앉아 있는 듯 한 착각. 그녀의 살아있는 몸짓 언어에 삶에 지쳐 축 늘어진 내가 위로 받고 있다. 빈 의자는 원래부터 내가 앉았던 자리 같다. 무용수는 춤을 추고 의자는 비어 있되 제각기 누군가 앉아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 수없이 주인이 바뀌었을 의자. 무용수는 지금 수많은 존재의 슬픔들이 앉아 있을 듯한 의자와 접신이라도 하는 듯 몸짓의 언어들을 물감처럼 풀어놓는다.

     

    존재와 부재 사이의 불안한 경계란 무엇일까?
    편지를 꺼내간 텅 빈 우체통 안의 어둠 속이 부재의 공간이라면 그 부재의 공간이 길어져 우체통이 슬픈 눈물을 흘릴 때 하나 둘 편지 봉투가 떨어지는 그 순간 우체통은 존재의 희열을 느끼겠지. 그 짧은 생각도 존재와 동시에 소멸하고 만다. 다만 존재했던 순간이 기억 속에 남을 뿐이다.  구르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 바퀴처럼 삶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 그런데 누가 그 아슬아슬한 존재와 부재의 위험한 간극을 매워줄까?

     

    그렇다. 마승연의 몸짓 언어가...  그녀의 눈빛이 지리멸렬하게 살아왔던 내 지난 날들을 다 괜찮다며 말을 건넨다. 무의미가 의미가 되고 부재가 존재가 되고 그리하여 빌딩 숲 한 귀퉁이에 정차해 바람처럼 서성거리던 내 열차는 힘을 얻어 경계를 박차고 출발한다. 저 빈 무한대의 철 길이 나를 기다렸던 거다.    

     

     

    파트 2
    제목: Loose End
    안무: 이혜원
    출연: 이혜원. 정은주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연극 한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굳이 페미니즘이란 의미는 붙이고 싶진 않다. 하지만 무용수 그녀들에게 주어진 각각의 소품 오브제들은 지우고 싶지만 지우지 못하는 문신처럼 그녀들의 영혼을 괴롭힌다. 탈출할 곳 없는 공간을 배회하는 무용수의 발걸음과 표정들은 마치 교도소의 좁은 독방 안의 영혼을 조이는 듯하다. 느슨함의 제목과 전혀 다른 긴장감으로 나를 몰아넣는 저의가 무얼까 나는 혼란스럽다. 음악은 점점 더 고조된다. 슬픔. 상흔. 히스테리가 내게 전해진다. 다분히 남자의 시각이 아닌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듯한.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는. 제목처럼 느슨함의 결말은 위태로움이고 그게 진행되면 삶의 참혹함에도 이를 수 있겠지.

     

    누가 왜 그녀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솔로의 공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더불어 사는 듯하지만 혼자일 뿐이고, 혼자라는 건 늘 의지를 시험케 한다. 자아를 찾아 잠시 떠나 보지만 결국 현실 속의 닭장 속에 갇히고 만다. 현대라는 괴물은 너의 느슨함은 죄악이라며 다시 세상 속으로 등을 떠민다. 갇힌 닭은 늘 그래 왔듯이 알을 낳고 알은 햇살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타의에 의해 떠난다. 고요하고 안락한 느슨한 평화를 친구로 만들 수 있으려면 현대라는 괴물과 싸워 이길 때만 얻을 수 있겠지.

     

    방법은 하나!
    괴물이 잠들었을 때 코끼리 다리 묶듯 단단한 쇠사슬로 세상을 묶어 놓고 바람처럼 떠나는 거다.
    제주도 올래길은 어떨까?
    아니면 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어떤가.
    여성의 마음속을 들여다 본... 그래서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저 무용수의 역할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던 작품이다.

     

    연극적인 요소를 춤으로 농밀하게 소화해낸 두 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한없이 부러웠던... 그래서 좇아가 사인이라도 받고 싶었던...  안무가 이혜원님에게 단편 소설 작가라고 이름 붙일만한... 그래서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파트 3
    제목: ?? 찾기
    안무, 출연: 심영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녀가 서있다. 마치 어머니로부터 세상에 나와 처음 빛을 본 듯한. 그녀는 호기심 끝에 성큼 자라난 식물처럼 무대 위에 춤사위를 펼친다.

     

    몸의 미시적 움직임과 역동성. 그리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고독성. 몸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극단성까지. 그 하나 하나의 몸짓이 삶의 수레바퀴를 끌고 가는 에너지일 터.  진흙 땅을 지나 겨울 언덕을 넘어 푸른 초원 위로 삶의 바퀴는 나아간다. 어렸을 때 누군가 말했다.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어른이 되면서 또 하나 알게 되었다. 구르는 돌도 순순히 굴러가지만은 않고 어딘가로 처박힐 수 있다는 사실. 송골매의 배철수 노래 가사에도 나온다. 한 조각을 잃어버려 이빨 빠진 동그라미가 조각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갖은 고생 끝에 결국 한 조각을 찾아내고 이빨을 맞추나 험난했던 지난 세월을 얘기하려 해도 입이 닫혀 말을 못하자 살며시 조각을 내려놓고 다시 길을 떠난다는 가사. 그렇다. 불안함에 완전함을 추구하려 애쓰지만 결국 완전해지는 순간 Loose End 처럼 삶은 다시 느슨해진다. 출렁이는 줄타기처럼 삶은 희.노.애.락으로 귀결된다.

     

    무용수는 나를 배에 태우고 삶의 바다로 배를 항해시킨다.
    난 선장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녀가 인도하는 항로엔 등대마저 없다. 거친 파도를 그녀의 춤사위가 타 넘고 있다.
    무용의 언어를 느껴보라는 듯이...

     

     

    파트 4
    제목: Blackout
    안무, 출연: 조양희

     

    블랙아웃! 마치 영화 제목 같다. 살아가면서 지우고 싶은 기억. 영원히 남기고 싶은 기억. 안무가의 글처럼 현상을 보는 각자의 조작되는 기억들까지.

     

    현대사회에선 어쩌면 100프로가 없다. 헌법재판소 조차도 이슈화된 소들에 전원일치 판결을 내리는 건 드물다.
    아! 이 포스트모던 한 혼돈의 신세기. 진실은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이고 종교는 또 무엇일까... 수많은 관계성으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소외감. 어쩌면 감당하기에 우리의 뇌는 빈 공간이 없다.  결국 정신은 폭발직전의 화산처럼 끓어오르고 급기야 삶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폭발 시키던가! 소멸시키던가! 무용수의 선택은 일시적 소멸이다.

     

    그녀의 파격적인 춤사위가 나의 심리를 들끓게 하고, 어디론가 데려가더니 보기 싫은 현장을 보여주기도 하고, 인간의 악마성을 들춰주기도 한다. 그러더니 나를 점멸하는 불빛 속으로 몰아넣더니 혼돈의 블랙홀 같은 곳에 가둬 버린다. 탈출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마저 지워버리듯  한 순간 공간 속의 빛을 소멸시킨다.

     

    Blackout!
    그 순간 신기하게도 나는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짧은 단편의 무용이지만 그 어떤 긴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큰 몰입으로 몰아넣어 결국 무장 해제 시킨다.

    무엇을?


    바로 내 혼돈스러운 정체성! 정의 내리지 못한 것! 사회로부터 피할 수 없이 부과 받는 먹먹한 혼돈! 무용수는 아니 예술가는 위안을 준다.  일시적인 기억의 소멸을 통해서. 하지만 Blackout 된 불빛은 다시 들어올 것이며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때 우리가 구원 받을 수 있는 빛이 있다면 바로 사람의 따스한 온기다.

    조양희! 그녀는 여름날 초록의 원피스를 입은 미끈한 미루나무 같다. 불어오는 바람에 나지막히 몸을 맡기듯... 때론 폭풍 속으로... 어느 순간 현기증 나는 바이킹에 태운 듯이... 그 큰 무대를 자신의 것인 양 싱그럽게 물들인다. 자신을 훌륭한 무용수로 점지한 전능한 분께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한다고 고해하듯이 혼을 담아 춤을 춘다. 마치 흑백 다큐멘터리 속 전설의 무용수 같다.

     

    조양희! 그녀의 춤 언어는 마술사 같다.
    우리에게 결국 무언가를 극복하게 하고 행복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다. 그녀가 서기에 그 큰 무대가 좁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맺음 글

    현대무용단 탐의 솔로 공연.
    순간이란 주제처럼 네 개의 솔로 구슬들이 하나의 목걸이로 잘 꿰어졌을까?

     

    현대 무용에서 빠질 수 없는 몸의 해체와 조합을 통한 의미부여. 갖가지 오브제로 주제를 드러내는 극적 효과의 파격성. 어떤 예술 장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진부함과 예술성의 경계점에서 저울추가 예술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안무가들의 높은 지적 열망까지. 현대무용단 탐의 솔로 공연의 수준을 높게 보는 것은 순간이라는 하나로 관통하는 각각의 주제가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는 데 있다. 또한 무용수 혼자서 그 큰 무대 위에 만석이 된 관객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 춤의 실력이다.

     

    늦봄. 무대 위에 날것으로 막 피어난 야생화 향기처럼 나를 감동 시킨 안무가와 무용수님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전하며 진정한 춤꾼으로 구르는 돌이 되어 더 큰 바다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글(독자 리뷰) _ 양감독

    춤추는거미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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