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러그드바디즈의 호모파베르

DancingSpider | 2020.01.17 23:51 | 조회 426
언플러그드바디즈의 호모파베르(Homo Faber)
2019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무용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20. 1. 12
안무/연출 : 김경신


현대무용을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첫 대면한 ‘호모 파베르’는 한마디로 놀라움이고 새로움이었다.
이런 느낌은 현대무용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공연이 무용이 가지는 감동의 무게가 이렇게 크다는 걸 깨닫게 해 준 탓이 크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얻은 큰 소득 중 하나가 인간의 몸짓으로 철학적 메시지를 언어 이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이것은 분명 덤으로 얻은 새로운 깨달음이다.

공연의 초반부에서 느껴지는 메시지는 인간성의 황폐화다. 이 주제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과 끝을 알 수 없는 목적지를 맹목적으로 달려야 하는 허무함을 여러 무용수들의 동일한 동작과 지겹도록 되풀이 되는 몸짓으로 보여준다. 역동적인 무용수들의 동작은 아름답고 힘이 넘쳐 보이지만 종이박스를 쉼 없이 나르고, 작업 선반을 옮겨 놓는 과정은 끊임 없는 반복과 되풀이다. 아슬아슬하게 작업선반 사이 사이로 몸을 가둬야 하고 그 위험을 감내하면서도 속도와 공간을 넓히고 끌어내는 힘은 온전히 연출가의 깊은 내공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무용수들은 온 몸으로 지겨워하고 거부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억누르는 압박감과 허탈함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 속 찰리의 표정에서 보여주는 그 느낌을 고스란히 되살려 낸다.

그리고 이 허망함을 안고 우리의 고뇌가 또 다시 이어지는 곳은 ‘괴로움’이며 ‘폭력’이다. 가장 크고 강한 폭력으로 표현되는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무대 위에 표현될 때는 이 공연이 절정을 내달리고 있음을 실감한다. 선홍 빛 색종이가 쏟아져 내리고 사람이 사람에게 퍼붓는 핏빛 종이 폭탄은 한층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무용수들은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우리는 무엇 때문에, 왜 이렇게 살게 되는 걸까?’를 온 몸으로 물어 온다.


사진제공 : 언플러그드바디즈


사진제공 : 언플러그드바디즈


결국 가장 강력한 폭력, 그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전쟁과 무기는 망치질로 만들어 지는 쇠의 폭력성으로 표현된다. 쇠는 진화를 거듭하며 스스로 움직이는 ‘탱크’가 되어 무대 위를 누비게 된다. 그 틈 사이로 무용수들은 신음하며 온 몸을 뒤틀고 이 거대한 폭력 앞에 무릎 꿇고 복종을 맹세한다. 탱크의 기세는 당당하다. 그러나 무대 위 그 어디에도 탱크를 움직이는 주체가 없고 그 주인인 ‘인간’은 없다.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가 세상의 중심에서 활보하는 것이 미래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 하는 이 두려움. 결국 인간해방이란 어떤 모습일까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

기계가 인간의 힘든 노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노동 해방”의 이 믿음은 자칫 허망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의도와 믿음과는 달리 어쩌면 고도로 발전해 가는 기계문명은 기계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으로 인간을 파괴하고 인간에게 폭력을 휘둘러 복종시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의 형상을 한 팔과 다리가 만들어 지고 몸통이 만들어 지더니 결국에는 머리까지 완성되면서 사이보그는 완전체가 되고 인간을 대신한다. 복제된 인간은 원래의 주인보다 더 화려하고 큰 동작으로 춤을 추고, 추앙 받으며 무대의 정면에 나선다. 온 몸으로 소름이 끼친다.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한 설정이다.

영화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인간의 온 몸으로 표현하는 얘깃거리가 한동안 여운으로 남아 생각에서 가시질 않는다.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_자유기고가 송우정
춤추는거미 webzined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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