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두의 세 번째 기획공연 <길가>

춤추는거미 | 2006.12.09 22:34 | 조회 5731

까두의 세 번째 기획공연 <길가>



독특한 감각의 안무로 주목받아온 박호빈이 이끄는 댄스씨어터 까두가 세 번째 기획 공연을 가졌다. <길가>라는 타이틀로 11월 27일, 28일 양 일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까두의 예술 감독 박호빈의 작품<생각하는 새>를 비롯하여 까두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정선의, 홍세희의<제 꽃을 받아주세요>와 호주 출신 객원 안무가 나탈리 커시오(Natalie Cursio)의 작품등 네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 입구에는 파란 꽃이 탐스럽게 그려진 포스터가 관객을 맞이했고 매표소 앞에는 관객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공연 전 무대에는 그랜드 피아노와 오래된 낡은 의자가 은은한 조명을 받고 있고 계단까지 관객들이 자리를 매우고 있었다.
<'A'를 만나다>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는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배우 장이주의 나지막한 독백으로 무대를 열었다. 피아노 연주가 점점 강해지고 극에 다다랐을 때, 객석 오른쪽에서 무용수들이 나란히 등장했다. 신발은 한 짝씩만 신고 절뚝거리며 빠르게 또는 느리게 무대를 누비고 다녔다. 신발이 그들의 자아를 의미하는 듯 했다. 어떤 이는 신발을 내던지고 또 어떤 이는 소중히 가슴에 품었다.
불협화음의 피아노 선율이 오디오 음악에 간간히 더해졌고 독백은 무용수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들을 직접 들려주었다. 무용수들의 즐겁거나 슬픈 감정과 걷고 뛰는 움직임 모두가 신발에 의해 표현되었다. 한바탕 소동이 있은 후 마침내 제짝의 신발을 찾은 무용수들은 등장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퇴장하였다. 뮤지컬 안무가로 활동하였던 서정선의 작품에는 무용수들의 표정이 살아있었고 음악과 독백 그리고 춤이 모두 조화로운 무대였다.
<제 꽃을 받아주세요>
앞 공연의 무대를 정리하는 동안에 벌써 다음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진기를 들고 나온 한 여성이 관객에게 말을 걸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잠시 후 손수건에서 장미꽃이 나타나는 마술과 함께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었다. 행복한 사랑,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 그리고 삼각관계까지 무용수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흔히 대중매체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을 사용하여 남녀 간의 사랑을 추상적이면서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그러나 기억에 남을만한 포인트가 없는 심심한 작품이었다. 작품 초반에 보여준 마술과 찍었던 사진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흔히 텔레비전과 다른 공연에서 한번쯤 보았던 것들이었고 무용수들의 움직임도 관객들을 사로잡기엔 부족해보였다.
<생각하는 새>
텅 빈 무대에 핀 조명의 불빛과 그 빛을 응시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 남자는 오로지 불빛만을 쫓아가며 움직임을 만들었다. 역동적이고 손가락과 발가락의 움직임을 이용할 만큼 섬세했다. 그리고 음악 대신 사용된 음향효과는 사람의 음성으로 만들어진 소리였고 움직임과 소리가 하나 되어 무대를 채웠다. 동작들이 점점 격해질수록 깃털들이 하나 둘 씩 날아다니기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깃털을 공중에 뿌리면서 날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였다. 이 작품에는 소품도 리드미컬한 음악도 없었다. 단지 공간과 빛 그리고 소리만이 존재했다. 조명은 화려하지 않았고 단지 무용수의 움직임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지어 주어 관객의 시선을 무대에 집중시켰다. 어둑한 무대에 한 남자의 움직임은 잘 찍은 흑백사진을 연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Anonymous'>
안무가 나탈리 커시오가 한국에 머물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춤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한국과 호주의 이질적인 두 문화가 부딪히며 벌어지는 상황을 그려냈다. 호주의 유명한 록 음악을 사용하여 신나는 음악과 함께 7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활기찬 동작으로 무대를 뛰어다녔다. 크고 시원시원한 동작과 스텝들로 역동적이며 흥겨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음악이 꺼지자 무용수들은 젓가락을 들고 사람을 해부하는 듯 이리저리 뜯어보고 바닥과 벽 그리고 사람의 몸에 무엇인가를 바쁘게 적기 시작했다. 한국과 호주의 두 문화의 차이점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리라 생각된다. 상반된 문화를 표현한 그녀의 작품에는 이질감은 없었다. 이 작품을 통해 두 나라의 문화가 희석되어 하나가 된 듯 보였다. 실험정신이 투철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독특함 보다는 간결하고 쉽게 표현하여 먹기 좋게 차려진 밥상처럼 잘 짜여진 작품의 구성이 돋보였다.
까두의 세 번째 기획공연의 막이 내렸다.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평가하기 보다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무대였다.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내는 안무와 독창적인 생각을 표현해내는 기법들이 신선하고 알찼다. 완벽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가능성과 열정을 보여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프로그램 한 켠에 쓰인 연혁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의 색깔을 듬뿍 담은 안무로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댄스씨어터 까두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_ 인턴기자 쵸코 ds@dancingspider.co.kr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212개(9/11페이지)
춤 나누기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 까두의 세 번째 기획공연 <길가> [1] 춤추는거미 5731 2006.12.09 22:34
51 홍신자의 춤 “순례(PILGRIMAGE)” 사진 [1] 춤추는거미 5527 2006.12.09 22:14
50 창작 춤 집단 ‘가관’의 <토끼의 간- 수궁광녀전> 사진 [1] 춤추는거미 6130 2006.11.30 21:19
49 전미례 재즈무용단 'TURNING ' [1] 춤추는거미 6094 2006.11.30 02:01
48 [프리뷰]LIG 아트홀에서 준비한 11월 프로젝트 공연 사진 춤추는거미 8358 2006.11.04 21:09
47 국립발레단 제 117회 정기공연 사진 [1] 춤추는거미 6121 2006.11.02 01:59
46 '낭트 국립 클로드 브뤼마숑' 무용단 <심연의 우수> 사진 [1] 춤추는거미 5771 2006.10.27 11:29
45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사진 [1] 춤추는거미 5794 2006.10.19 13:26
44 임이조 , 뉴욕 축제 문을 열다 사진 [1] 춤추는거미 5638 2006.10.09 23:18
43 제 27회 서울무용제 개막공연 사진 [1] 춤추는거미 7498 2006.09.24 16:46
42 제1회 성남국제무용제 - 탄천 24시 사진 [1] 춤추는거미 5590 2006.09.17 19:28
41 서울발레시어터 <피가로의 결혼> 사진 [1] 춤추는거미 7016 2006.09.14 23:49
40 전통춤의 재창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까 사진 [1] 춤추는거미 7578 2006.09.05 01:55
39 즐거운 발레이야기, 이원국의 I'm 발레리나 발레리노 사진 [1] 춤추는거미 6690 2006.08.22 12:22
38 포즈댄스시어터 창단 10주년 공연 - 항해 사진 [1] 춤추는거미 6358 2006.08.09 23:23
37 [프리뷰] 제 1회 성남국제무용제 사진 춤추는거미 7623 2006.08.03 09:42
36 우리 몸을 다시 읽게 만든 <바디 리믹스> 사진 [1] 춤추는거미 6704 2006.07.07 22:25
35 몽딸보- 에르비유 댄스 컴퍼니 'On Danse' 사진 [1] 춤추는거미 6953 2006.06.09 01:53
34 <모다페 2006>쉔 웨이 VS 꽁빠니 7273 사진 [1] 춤추는거미 6536 2006.06.09 01:25
33 <모다페 2006> 캔두코 VS 피핑 탐 사진 [1] 춤추는거미 8159 2006.06.02 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