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안무가 세계화 프로젝트 1

춤추는거미 | 2007.07.29 21:09 | 조회 6742

우수 안무가 세계화 프로젝트 1

공연예술기획 ONSTAGE의 우수 안무가 세계화 프로젝트1 < Facing the World stage 2007 >이 7월 21일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에서 2회 공연했다. < Facing the World stage 2007 >은 재능 있는 안무가를 발굴하고,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무용전문기획사 온스테이지가 3년에 걸쳐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공연의 첫 장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구슬 서 말’은 준비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구슬을 꿰는 작업이다."
연초부터 세계 각국에서 종횡무진하며 왕성한 활동으로 각 소식지를 장식한 한국인 무용수를 내세워 한국은 이제 ‘무용 강국’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전 세계에 충분히 과시했다. 이에 반해 (세계적인 무용수를 대거 배출한 한국이지만)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안무가는 전무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국가적, 기업적 차원에서 예술가를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안무가 집중육성사업’과 같은, 몇몇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입시를 위한 테크닉 위주의 교육 관행은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획사 스스로의 자발적인 자각과 필요에 의해 기획된 온스테이지의 우수 안무가 세계화 프로젝트1 < Facing the World stage 2007 >은 그 자체의 뚜렷한 목표의식과 적절한 시의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공연이라 하겠다.

Facing the World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C.C.N.R.B), 벨기에 현대무용단(Les Ballets C de la B)에 입단, 유럽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2006년 귀국한 김남진과 뉴욕대(New York University Tisch School of the Arts)에서 수학하고 돌아와 공인된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서서히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정연이 우수 안무가 세계화 프로젝트1 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첫 번째 김남진의 안무작 < Begging >은 2006년 2월 초연작으로 거리의 한 노숙자의 ‘구걸’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돈 혹은 사랑을 구걸하고, 그것을 외면하고 모른 채 하는 인간의 모습을 재현한 그의 작품은 슬프고도 가련하다. 가진 게 없어 광기를 품은 자를 연기하는 김남진과 여자 파트너의 듀엣은 때로는 가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 후반부에 섹스를 “구걸”하는 장면에서 김남진의 급격하게 추락하는 감정 변화는, 작고 나약한 존재에 불과한 인간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입으로 ‘후’ 불면 힘없이 굴러다니는 낙엽처럼 연출된 장면은 작품의 주제가 짙게 드러난 부분이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가 흐르며 작품은 끝을 맺는다.
2004년 6월 초연한 이정연의 < Verse of Dark Desert ver.2 >(검은 사막의 시 2)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뛰어난 조형적 형상과 그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탄력 있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무대 밖에서부터 여러 개의 하얀 끈이 사선으로 떨어져 무대 중앙에 쓰러져 있는 한 남자의 바지 뒤춤에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지적이고 냉정한 느낌을 주는 파란색 원피스를 착용한 이정연은 사선으로 떨어지는 끈 안의 제한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일상의 소리가 무작위로 조합된 공포감을 주는 효과음에 맞추어 느리면서도 긴장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남자무용수가 자신에게 연결된 끈을 이용해 날아오르듯 점프를 하는 동작, 끈에 매달리듯 몸을 사선으로 떨어뜨리는 장면 역시 창의성 짙은 독특한 연출이었다. 날아오르듯 뛰어가도 묶여진 끈 때문에 다시 뒤로 끌려가게 되는 장면의 반복은 뭔가에 구속되어 자유롭지 못한 작가 자신의 영혼이 무대 위에서 포효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후반부에서 가녀리고 슬픈 피아노 선율에 맞추어 절제된 연기를 선보인 그녀를 보면서 그녀만의 춤의 도구와 근성에 박수를 보낸다.

글_진선미 ds@dancingspider.co.kr 사진_온스테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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