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춤 - 카리브해 음악과의 만남

춤추는거미 | 2009.08.14 00:43 | 조회 7548

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춤 카리브해 음악과의 만남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관하는 <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춤-카리브해 음악과의 만남>이 지난 7월 22일과 25일에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 공연은 세계문화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우리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기획되었으며, 1998년 이래로 올해 12회를 맞게 되었다. 국제무용협회는 이를 통해 한 나라와 지역, 민족 혹은 시대와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무대로 특정나라에 대해 도식화된 관념을 벗어나고자 한다. 카리브해 음악을 반주로 하여 연출된 이번 공연에서도 그 기획 의도를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총 6명의 안무가들이 선보였던 작품들은 모두 카리브해 음악을 사용하였지만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리드미컬하고 흥겨운 음색을 특징으로 하는 카리브해 지역의 음악들이 각각의 안무가들에 의해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공연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었다.
이국으로의 여행, 그리고 만남
이윤정의 <아바나行 간이열차 : 여섯을 위한 삼중주>는 부제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여섯 명이 출연하였는데, 세 명은 무용수로서 그리고 세 명은 연주자로서 역할을 했다. 그들은 만남이나 동경을 그 속에 담고 있는 여행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삶이 하나의 여행일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여행 속에서 벌어지는 교차와 이탈, 만남과 헤어짐은 춤과 음악의 어울림과 독립의 변주 속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한정미의 <길-너를 만나고, 나를 만나다>는 길 위에서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만남이 하나의 인연임을 시사한다. 그녀는 나와는 다른 인종, 문화, 생각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젊은이들의 여행을 통해 그려냈다. 때문에 춤보다는 작품내용의 형상화에 치중을 하였다. 무대 위에서 자전거와 밧줄을 이용하여 여행의 한 장면을 그려내는 모습은 마치 판토마임 같았다. 이 작품은 가볍고 신나는 음악과 유머러스한 동작으로 뮤지컬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 관객과의 위화감을 불식시켰다.
카리브인들의 삶, 열정과 낙천성
최진한의 는 무대의 전체적인 조명과 의상을 모두 청색으로 하여 카리브해의 푸르름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생명력 넘치고, 밝은 이미지의 바다를 그려내기에는 안무가 다소 무거웠다. 전체적으로 출연진들의 3인무가 함께 어우러지기보다는 분절된 느낌이 강했고 신체의 무게감이 아래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안무의 영감을 얻었다는 해리 벨라폰데의 ‘Banana Boat Song'이라는 가볍고 신나는 곡을 적절히 해석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양은주의 <그대들의 파라다이스>는 쿠바 재즈의 전설적인 인물, 루벤 곤잘레스의 음악을 통해 영원한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쿠바인들의 삶을 예찬하고자 하였다. 작품의 의도는 좋았지만 각 장의 내용을 뒷받침하기에는 안무의 구성이 판에 박은 듯 단조로움을 보였다. 게다가 무용수들의 연출력도 미흡해 보였다. 일단 발레라는 장르 속에서 작품을 표현하는 한 기본적 동작들의 엄격성은 지켜야 하는데, 그러한 점이 경시된 측면이 강했다. 작품내용이 내포하고 있는 자유로움 탓이기 보다는 무용수들이 작품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듯 했다.
카리브해 음악의 다양한 해석
박해준의 <춤추는 파파>는 그의 위트와 표현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다른 작품들이 카리브해 음악이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정서에 주력한 반면에 그는 우리의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구체적인 ‘아버지’들의 삶에 주력한 점에서 참신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직장에서의 업무,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소외감이나 집단적 따돌림과 상사에 대한 무조건적 굴복들이 재치 넘치는 안무로 형상화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웃기도 하지만 그 속에 내재한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여기에 그의 주제의식이 담겨져 있었다. <춤추는 파파>는 여태의 현대무용처럼 무거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예리한 시선들을 담지해낼 수 있었다.

이선아의 <파동(波動)>은 레게의 하위 장르이자 비트 음만으로 이루어진 덥(dub)음악을 사용하여 획기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와 움직임의 에너지 관계에 관해 표현하고자 하였는데, 이는 사지를 떨리게 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외부의 에너지가 신체의 내부로 전달되어 진동을 만든 후 다시 외부로 뻗어가는 듯 한 인상을 자아내었다. 처음에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연출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독특한 춤 언어에 주목할 수 있었다. 또한 독무로 추어졌지만, 공간의 이동이 거의 없고 사지의 섬세한 움직임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내뿜었기 때문에 군무 못지않은 충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이선아의 파격적인 개성을 보여주면서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 공연 작품들은 카리브해 음악으로 연출하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신나고 가벼운 느낌을 제공하여 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게 해주었다. 이를 통해 카리브해 음악의 전반적인 특징을 감지해낼 수 있었고, 그들의 독특한 문화에 대해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추측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안무가들이 이국의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출하는지 지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는 무용가들로 하여금 다양한 세계음악을 접해보고 새로운 안무를 시도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춤>이 다음 해에는 어느 음악에 맞춰 연출될지 기대해 본다.



글_ 인턴기자 나비 ds@dancingspider.co.kr 사진_트러스트무용단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212개(5/11페이지)
춤 나누기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 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춤 - 카리브해 음악과의 만남 사진 춤추는거미 7548 2009.08.14 00:43
131 평론가가 뽑은 제12회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2009 사진 춤추는거미 7255 2009.08.05 12:33
130 데칼로그-살인하지말라 사진 춤추는거미 6258 2009.07.21 10:53
129 안애순 무용단 <불쌍> 사진 춤추는거미 7038 2009.07.18 01:21
128 유니버설발레단의 <춘향> 사진 춤추는거미 6191 2009.07.16 23:46
127 김충한 무용단 창작무용극 <장희빈> 사진 춤추는거미 7096 2009.07.11 03:13
126 조기숙 뉴발레 <사랑에 취하다> 사진 춤추는거미 6028 2009.06.29 00:48
125 포켓 댄스 페스티벌 사진 춤추는거미 6203 2009.06.18 01:43
124 나는 배우다! 제 4회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사진 춤추는거미 6837 2009.05.27 10:49
123 현실에서 지옥을 말하다 - 에미오 그레코와 PC의 사진 춤추는거미 8191 2009.04.21 18:44
122 서사 발레의 대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 사진 춤추는거미 6736 2009.04.19 21:56
121 국립발레단, 유리구두 없는 <신데렐라> 사진 춤추는거미 7221 2009.04.07 20:16
120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사진 [1] 춤추는거미 8814 2009.03.15 01:13
119 김선이 프로젝트 그룹 <괴짜섬-Strange Island> 사진 춤추는거미 6605 2009.03.12 00:55
118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육식주의자들> 사진 [1] 춤추는거미 7289 2009.02.24 04:22
117 월요일의 발레콘서트 이원국의 <사랑의 세레나데> 사진 [2] 춤추는거미 7336 2009.02.17 01:48
116 국립국악원, <설-화평(和平)기원의 마음을 담아> 사진 [1] 춤추는거미 6446 2009.02.07 16:49
115 2008 안무가 집중육성지원사업 < 4인 4색, 젊은 춤꾼들의 각가지 색 사진 [1] 춤추는거미 8063 2009.01.23 16:18
114 신진 안무가 기획공연 <춤추는 모자이크> 사진 [1] 춤추는거미 7638 2009.01.09 01:35
113 탐무용단, < 끌리는 힘( Focal point ) > 사진 [1] 춤추는거미 8373 2008.12.26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