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발레단 <백조의 호수>

춤추는거미 | 2011.01.03 14:31 | 조회 5975

마린스키 발레단 <백조의 호수>


가녀린 팔목, 우아하게 빠진 목선, 재빠른 발놀림, 한 마리의 새를 연상케 하는 발레리나의 날갯짓, 백색의 튜튜는 발레와 ‘백조’가 대중에게는 동일한 시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전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가 탄생한 러시아의 마린스키 발레단이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지난 11월 9일부터 14일까지 내한공연을 했다. <지젤>에 이어 12일, 13일 양일간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었다. 국립발레단의 <라이몬다>에 이어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막을 올린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공연은 또 한 번 한국 발레 팬들에게 설렘을 안겨주었다. 코발트블루의 호숫가가 눈앞에 채 펼쳐지기도 전에 잔잔하게 흐르는 오보에의 선율은 <백조의 호수>를 감상할 때 필자를 가장 설레게 한다.



실패 속에 완성된 걸작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인에게 친근한 <백조의 호수>작품이 처음에는 매우 볼품없는 실패작이었다. 여느 발레곡이 그런 것처럼 <백조의 호수>도 발레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작곡된 춤곡이자 차이코프스키의 첫 번째 발레곡이다. 춤곡으로 만들어진 <백조의 호수>는 벤젤 레이징거의 안무로 1877년 볼쇼이극장에서 공연되었지만 첫 번째 실패를 경험한다. 이후 1880년 조셉 한센의 안무로 <백조의 호수>는 다시 무대에 올랐지만 첫 번째 공연보다 더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연속적인 실패를 거듭 겪은 <백조의 호수>는 후에 마린스키 극장장 마리우스 프티파와 그의 제자 레브 이바노프의 보다 강화된 고전발레 기법에 의해 1895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재탄생했다. 이는 차이코프스키의 추도 공연으로 탄생되었으며, 불행히도 차이코프스키는 성공적인 <백조의 호수>공연을 볼 수 없었다. 그는 불후의 업적을 남기고 떠난 음악계의 거장임은 물론 발레의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위인으로 남았다. 그의 음악이 있었기에 불후의 명작<백조의 호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고결한 백조의 시적 움직임

코발트블루의 농후한 조명이 오롯한 기운을 조성한다. 백조 군무들은 적막한 호숫가에 정갈하게 수를 놓듯 일체감과 정렬을 지키며 날갯짓을 퍼덕인다. 물을 터는 발놀림과 팔을 뻗고 포개는 날개의 퍼덕거림은 백조의 움직임을 신비롭게 묘사한다. 이는 2막(호숫가), 지그프리트 왕자와 오데트 공주의 파드되에서 절정을 이룬다. 10분가량 이어지는 파드되는 하프의 선율이 구슬처럼 흐트러지면서 애틋함을 최고조로 상승시킨다. “백조의 호수는 상체의 詩이다.”라고 러시아 발레리나 비쉬네바가 말하듯, 움직임의 감정선에 따라 백조 움직임의 성패가 따르기 때문에 <백조의 호수>는 주역 무용수뿐만 아니라 발레 마니아들에게 신성시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달빛 그을린 호숫가에 백조들의 몸짓은 신비로운 자극과 환상을 심어준다. 무대배경으로 드러난 호수 위에는 백조무리가 줄지어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무대배경 효과는 <백조의 호수>의 신비감과 환상적인 감흥을 돋는데 요긴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백조군무들의 정지된 동작들은 한낱 우아미를 내뿜는 발레리나들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강경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순종적이고 고결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것이 혹 모든 발레리나의 대표성을 지니게 한 것이 아닐까.


두 가지 움직임의 전율, 오데트 그리고 오딜...

2, 4막(호숫가)이 적막한 분위기 속 백조들의 무리를 수려하게 그려냈다면 1, 3막(궁전)은 호숫가에 비해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화려한 무도회를 그려낸다. 무도회에서 흥을 돋우는 디베르티스망과 광대의 역할은 극 전개의 미화적 역할을 한다. 각 국의 민속춤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백조의 호수> 디베르티스망의 특색이기도 하다. 각 나라(헝가리, 폴란드, 나폴리, 스페인 등)의 공주들은 그 나라의 민속춤을 선보이며 매력적인 춤의 향연을 펼쳐 보였다. 스페인의 춤을 발레리나 유지연이 선 보였다. 강렬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연출하며 관능미 넘치는 춤에 힘이 느껴졌다.

초대된 손님들을 맞이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광대가 한다. 광대는 자그맣고 앙증맞아야 한다는 편견을 깨 듯 광대로 출연한 무용수는 매우 듬직한 체구와 살집을 갖추어 귀염성을 일구는데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염려를 들게 했다. 그러나 움직임을 위트 있게 연출해내는 광대의 연기가 극의 캐릭터를 소화해내는데 무리가 없었다.  

오데트를 가장한 로드발트의 딸 오딜의 등장은 극을 긴장하게 만드는 주요 연출 장면이다. 오데트로 속일만큼 수려한 외모와 아름다운 몸짓은 왕자를 유혹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실상 호숫가의 오데트를 춤추는 무용수가 1인 2역으로 궁전 무도회에서는 오딜로 등장한다. 매우 당차고 도도한 움직임을 그려낸다.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을 가진 빅토리아 테레쉬키나(마린스키발레단 주역 무용수)는 고혹적인 오딜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소화해 내는데 무리 없어 보였다. 고결한 오데트의 역할도 가냘픈 감정선을 잃지 않고 춤을 추는데 완성도를 갖추었다.


혹독함이 빚어내는 우아함의 극치

<백조의 호수>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고전발레 형식을 가장 잘 대표하는 작품이라 할 만큼 탄탄한 고전발레 형식이 잘 가미되어있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명작으로 탄생된 것과 더불어 낭만발레에 비해 스펙터클한 소재의 확대와 발레동작의 기교발달이 잘 드러난다. <백조의 호수>가 실패를 겪고 대작이 될 수 있었던 부분에는 두 명의 안무가의 합작이 있었기에 에 더욱 견고했던 것이다. 그 견고함은 백조의 몸짓에서 드러나며 동시에 러시아 발레의 전통성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물위에 떠있는 우아한 백조는 물속에서 온 힘을 다해 혹독한 발놀림을 하고 있다. 무대 위의 백조 역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날개 짓으로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우아함 속에는 혹독한 연습과 고통이 깃들여 있다. 이러한 점에서 발레의 대명사가 백조라는 사실에는 의심에 여지가 없다.      



글_아멜리 ds@dancingspider.co.kr
사진_고양아람누리,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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