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인생, 우봉(宇峰) 이매방 전통춤 공연

춤추는 거미 | 2012.11.15 22:14 | 조회 9990

외길인생, 우봉(宇峰) 이매방 전통춤 공연
2012. 11. 3(토) 극장 용 4시

 


사진 : 외길인생 포스터에서 발췌

 

이매방과 김성기

조선후기에 금사(琴師) 김성기(金聖基)라는 거문고와 비파의 명인이 있었다. 정래교가 쓴「김성기전」에 따르면, 그는 말년에 백발이면서 앙상하게 야윈 몸으로 숨을 헐떡이고 기침이 끊이지 않았으나, 비파 연주를 청하자 영산곡(靈山曲)을 변조로 연주했는데 듣는 사람들이 모두 슬퍼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나이에도 손끝의 오묘함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킴이 이와 같았던 것이다. 

이매방 선생과 금사 김성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월 9일 명작명무전(名作名舞傳)에서 이매방(85) 선생의 고르지 않은 숨소리가 객석까지 들렸으나, 막상 살풀이춤을 출 때에는 묵직하고 깊은 맛의 춤사위를 펼쳐내어 진한 감동을 주었었다. 그는 2-3분 남짓 춤을 추다가, 부인이자 우봉이매방전통춤 보존회의 회장인 김명자씨에게 넘겨주어 살풀이춤을 완성시키도록 했다. 6월의 무대도 이매방 선생에겐 힘겨워 보였는데, 이번에 이매방 선생의 춤을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춤꾼으로서 선생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발길을 재촉했다.

 

 

이매방 선생의 대표 작품 모음

이번 무대는 2012 중요무형문화재 공개행사이며,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마련되었다. 11월 3일에 두 차례 용극장에서, 9일에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되며, 특히 이매방 선생의 고향이자 춤 학습이 시작된 목포에서의 공연은 전석 무료이다. 우봉 이매방 춤 보존회의 부회장인 양종승이 해설을 곁들인 사회자로 이매방의 춤 이해를 도왔다. 

이매방 선생의 대표 작품 10종목이 공연되었다. 무형문화재 제27호인 승무와 제97호인 살풀이춤, 검무계열에서 이매방의 조부인 이대조류의 춤맥을 잇는 호남검무와 경극배우 매란방에게 배운 검무의 칼사위를 바탕으로 50년대에 안무한 장검무, 무속적인 색채가 두드러진 기원무․승천무․대감놀이, 여성적인 춤의 기본인 입춤과 남성적인 흥이 담긴 선비춤인 사풍정감, 삼고무와 오고무로 구성된 북소리가 모두 이매방 선생이 한 평생 지켜온 소중한 전통춤이었다. 여기에 전통 타악 그룹 ‘유소’의 농악 판굿이 흥을 돋우었다.

일종의 기본춤인 이매방 선생의 입춤은 독특한 구성이었다. 영상으로 이매방 선생이 나무꾼이 되어 지게를 메고 신세타령 하다가 먼 곳을 보면, 여성들이 나와 허튼춤의 형태인 입춤을 춘다. 선생의 구술채록집(김영희 채록,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 연구시리즈 67, 2005)에 보면 입춤은 원래 허튼춤인데, 서서 추니까 설 ‘립(立)’자를 붙여서 입춤으로 했다고 한다. 또한 무대 뒤편에 한국 전통춤사위 기본용어를 적은 현수막이 드리워졌다. “까치디딤체, 잉아거리체, 오금굴림체, 대삼소삼사위, 연풍대체, 완자거리체, 비디딤체, 비정비팔 발디딤, 정중동체” 등이 그것인데, 이매방 선생의 춤특징을 망라한 언어이다. 예컨대 ‘비정비팔(非丁非八)’은 발디딤을 할 때 ‘정(丁)’ 자처럼 똑바로 디디지도 않고 ‘팔(八)’ 자처럼 바깥쪽으로 너무 틀어지지도 않은 디딤새’라는 뜻이다.

망자의 넋을 종이배에 모셔 정성스레 하늘로 올려 보내는 승천무는 진도 씻김굿의 형태와 유사한데 남성(최창덕)춤꾼이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뒤이어 대감놀이가 등장하여 여성 춤꾼이 무당으로서 망자와 살아 있는 자를 위로하고 신명나게 풀어낸다. 무당의 신기(神氣)보다 흥이 매우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대감놀이였다. 또한 여성의 입춤과 남성의 사풍정감(士風情感)도 앞뒤로 짝을 이루어 여성 춤의 부드러움과 남성 춤의 씩씩한 기상이 드러나도록 구성되었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삼고무와 오고무로 구성된 북소리였다. 이매방 선생은  모듬북의 형태인 삼고무․오고무․칠고무를 구성한 최초의 안무자이며, 그의 춤사위와 마찬가지로 북소리에 정중동의 묘미를 실어 넣었다. 속삭이는듯한 소리가 어느덧 천둥소리로 변화무쌍하게 변하며, 다양한 가락의 변주 속에서 흥겨움과 가슴이 뚫리는 시원함이 느껴졌다. 여러 종류의 북의 대합주 공연이 있었지만, 역시 이매방 선생의 북소리는 최고였다.

 

 

휠체어와 영상 속의 이매방 선생

공연(4시)에서 이매방 선생의 춤추는 모습은 모두 짧은 영상으로만 선보였다. 승무와 살풀이춤, 입춤에서 이매방 선생이 출연하여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으로 팜플렛에 홍보되었기에 관객들은 선생의 춤추는 모습을 적잖이 기대했다. 그 사이에 건강이 나빠지셨는지 이매방 선생이 가장 중요한 춤으로 생각했던 승무에서만 휠체어에 앉은 이매방 선생이 무대 오른쪽 끝에 등장하여 제자들의 춤을 지켜보고,  몇 번의 손짓으로 독려하려 하였다. 무대에 그토록 열정을 가졌던 이매방 선생이 더 이상 무대에서 춤추기 어려운 몸이 된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아마 본인 자신이 가장 안타까웠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사전에 ‘출연’이 아닌 ‘영상출연’이라고 홍보가 되었다면, 선생의 춤을 보지 못했다는 허탈함은 없었을 것이다.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선생의 춤을 직접 보고자 기대한 관객들은 선생의 춤을 영상으로만 대하고 조금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갔으리라.

 

 

이매방 선생이 전하는 말
이매방 선생의 구술채록집을 보면 항상 제자들에게, “춤은 무겁게 추어라, 찐득찐득하게 추어라, 그늘이 있어야 한다. 정중동을 알아야 한다. 정(情)은 요염하고 아름다우며, 무게가 있고, 그늘이 있고, 여자고, 밤이다. 동(動)은 남자고, 대낮이고, 활발하고, 박력 있는 것이다. 그것을 구별해서 추어라.”라고 하였다고 한다. 일평생 고집스럽게 춤의 외길을 걸었던 선생의 말을 후학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봉 춤 전수회관이 목포에 설립되어 그의 춤을 제대로 전수받을 길이 더 넓어졌다. 앞으로 이매방 선생의 춤이 고스란히 전수되어야 하지만, 무대 예술로 올려질 때는 무대효과에 관한 고민도 뒤따라야겠다. 이번 공연에서는 음향이 너무 안좋았다. 처음 세 곡 정도는 소리가 너무 컸고, 녹음된 반주음악의 음질이 좋지 않아서 듣기가 거북했다. 악사가 출연해서 생음악으로 연주했다면 춤의 감동이 훨씬 배가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다.

72살의 홍신자 선생이 ‘네 개의 벽’을 공연한다고 한다. 텅 빈 마음으로 춤의 한 길을 가시는 춤계의 모든 원로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 _ 춤바람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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