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셋트와 초라한 안무의 앙상블

춤추는거미 | 2005.05.09 20:31 | 조회 5437
화려한 셋트와 초라한 안무의 앙상블 - 평론가가 뽑은 제8회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 2005년 5월 2~5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5월 2~5일 댄스포럼이 주최하고 LG화재가 협찬하는 ‘평론가가 뽑은 제8회 젊은무용가 초청공연’이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있었다. 초청된 안무가들에게는 지원금 500만원이 주어지는, 무용인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무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2~3일 출품된 작품들은 그 돈을 무대 장치에 쏟아부어야 하는 의무감이라도 있는 양 하나같이 무대셋트와 조명이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소품없는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었다.
박나훈의 작품 <세개의 공기>에서는 무용수 등에 달린 유선형 튜브가 의상이자 소품으로 쓰였다. 공기를 넣었다 뺐다하며 양손과 두발의 반복적인 바쁜 움직임으로 무대좌우를 질주한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소음에 가까운 음향과 짤막한 외침같은 대사는 안무자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갈증을 나타내고 그것을 공기로 대변하였지만 귀청이 찢어질 듯한 음향과 외침으로 안무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매우 불쾌감만 자아내었다. 저 음향을 매일 듣고 연습했을 무용수들이 불쌍할 뿐이다.
박인주의 작품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제목부터 필(feel)이 딱 왔다. 구닥다리 한국무용 제목에 역시나 작품내용도 구닥다리 기법을 벗어나지 못했다. 순환구조의 인간사를 표현하려 등장한 세트는 목각 목마, 무대 뒤의 회전목마, 톱니바퀴와 회전목마의 영상이다. 주제를 너무나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어한 나머지 미적고려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듯 싶다. 거기에 한삼과 도포, 족두리 모양의 의상이라니... 안무자의 테크닉과 안무능력은 별개인가 보다.(적어도 이 작품에서 만큼은)
이해준의 <누가 혹시 작살 잡는 것을 두려워하나?>.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작살잡이들이 신념을 그린 이 작품은 도입부가 꽤나 흥미진진했다. “니가 죽였지?” “이름?!”등으로 상대방에게 강압적인 대답을 강요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문크기만한 철창을 이용하여 공간을 나누며 밀고당기는 힘싸움을 한다. 중간 부분은 조금 산만했지만 마지막 무용수들이 일렬로 늘어서 작살을 던지는 모션의 피날레는 인상적이었다.
김정아의 작품 <그림자의 시선>. 어떤 주제를 붙여놔도 무트댄스의 분위기와 색깔은 그대로다. 내면에서부터 끈질기게 끊임없이 끌어내는 어둡고 짙은 에너지는 무트댄스 출신들의 특징적 공통점이다. 작품은 세련된 조명과 끊기지 않는 호흡으로 작품을 끌고나가는 무용수들의 기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옷을 벗으려다 내리는 부분에서는 안에 입은 파운데이션이 오히려 거슬렸다. 벗는 용기가 부족했던 것일까? 시종일관 소름끼치는 음향(식인 좀비소리 같았음)은 ‘시선 속에 서로 다른 해석’이 아닌 어느 주제를 던져도 항상 같은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무트댄스의 몰개성이었다.
네 작품 중 세 개는 귀에 거슬리는 음악을 부분적으로 혹은 전적으로 사용하여 참 편치않은 관람을 해야했다. 중간급 규모의 무대에서 너도나도 사용한 셋트는 작품에서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혹은 필요한 것보다 더 퍼부은 사족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겠으며, 젊은 무용가의 발상이 빛나는 특출난 작품이 없었던 점은 2시간의 공연시간을 무척 지루하게 했다.

글/ 펌킨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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