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남자, 김남건

춤추는거미 | 2008.09.16 18:06 | 조회 8842

생각이 많은 남자, 김남건



거장(巨匠)의 얼굴을 가진 한 젊은 예술가를 홍대 앞 삼거리에서 만났다.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같은 예술을 하고자 동명의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 무용계와 연극계, 영화계를 종횡하며, 도덕과 윤리에 대해 사유(思惟)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간의 보편적 감정과 삶, 그리고 예술에 관한 철학하기를 즐기는 젊은 예술가 김남건(26)을 만났다.
본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미화(美化)된 것일 수 있는 과거사를 꺼내놓기를 경계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력은 분명 범상치 않다. 2001년 대전예고 3년 재학 중 동아무용콩쿠르에서 학생부 한국무용 금상 수상에 이어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본인이 안무한 <청아, 청아!>로 같은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홀연 ‘좋은 예술’을 찾아 유목생활을 하다가 2006년에는 같은 학교 연극원의 연출과에 응시, 재입학했다. 최근 그의 근황이 궁금해지던 중 다시 반가운 그의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모개 촬영감독 등을 배출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출연 및 공동 감독한 <솔로 36분>이라는 작품으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드라마)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것이다. 이번엔 영화였다.


연출가 김남건


“요즘은 시나리오 작업 하고 있어요. 서사나 이야기 거리에 흥미가 많은 편이에요. 다음 작품으로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작품을 구상하고 있는데 연극이나 영화는 일상적 언어나 대화가 쉽게 유발되잖아요. 작업 중에 ‘이거 말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하고 일하면서 농담도 하고요. 춤을 출 때는 주로 혼자서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는 많이 외로웠어요. 저한테는 공동 작업이 더 잘 맞는 것 같고요. 아직은 무대 위에 작품을 올리기보다는 습작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아직 여러 가지로 여건이 안 돼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게 아쉽죠.” “<솔로 36분>은 즉흥무용을 소재로 한 다큐와 드라마, 판타지가 맞물린 작품이에요. 실제 즉흥무용을 하는 이소영양을 처음부터 염두하고 만든 작품인데, 오랜 시간동안 한 사람, 한 여자를 봐 오다 보니까 그녀가 갖고 있는 어떤 외로움이 보이더라고요. 거기서부터 시작했어요.” 직접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된 재미있는 사연도 있었다. 촬영 들어가기 바로 전에 갑자기 출연료 문제로 남자주인공이 빠지게 된 것, 이렇게 그는 감독 겸 배우로 데뷔하게 되었다.

“<청아, 청아!>는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며 만들었던 작품이에요. 사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정말 될 줄 몰랐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가 작품을 위해 절로 들어가 작품 창작에 전념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작품을 하면서 어떤 공간을 만나게 되는 것일 뿐 작품을 위해 어느 장소를 찾는 건 아니에요. 당시 저한테는 춤과 음악이 고민이 아니었어요. 만나게 된 장소일 뿐이에요.” 판소리와 절묘하게 접목한 그의 작품은 당시 무용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고,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붐처럼 쏟아져 나왔었다. 그는 자신이 그 유행 안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인간은 길어야 100년이란 시간을 살고 죽지만, 전통은 계속해서 쭉 이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제가 그 사이에서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전통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후마니타스(Humanitas, 인간다움)

“아직도 비공식적으로 춤을 추고 있어요. 그냥 혼자서요. 점점 전통이 좋아지거든요. 아르바이트로 동네 아주머니들을 모아서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분들은 제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라요. 사실 춤에서 많이 배웠어요. 내가 울어야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또 한 번 수그려야 높이 도약할 수 있다는 것도요. 만약 제 인생에서 춤을 뺀다면, 정말 아주 크고 중요한 덩어리가 없어지는 것과 같을 거예요.”


“앞으로 연극 연출하고 싶어요. 아주 늙어서 할아버지가 되면, 그 때는 춤추고 싶고요. 왜 어렵게 팔 하나만 들어도 인생의 무게가 다 담겨져 있는 겉 같은 그런 춤 있잖아요.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그런 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멋있는 할아버지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장르의 종횡을 넘나드는 그는 멀티-플레이어, 종합예술인은 지양한다고 했다. 지금은 연출이 좋고, 또 앞으로도 연출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아직 간간이 뜻이 맞는 안무가의 작품에 연출가로 참여하기도 하며 춤과의 끈을 쟁여 놓고 있다. ‘장르가 인간보다 클 수 없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의 말에서 그의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미 넘치는 예술가 김남건,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 고정질문
1. 대형마트에서 훔치고 싶은 한 가지?
- (진중하게 고민)계산대에 있는 바코드 판독기요. 그럼 매장 안에서 다 계산해서 가져 나올 수 있잖아요...(웃음)
2. 내가 지금 중독되어 있는 것은?
- 너무 쉬운 질문인데요. 사랑이요. (웃음... 뒤 애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


글_ 진선미 ds@dancingspider.co.kr 사진 촬영_ 앨리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75개(3/4페이지)
거미 인터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 생각이 많은 남자, 김남건 사진 춤추는거미 8842 2008.09.16 18:06
34 행복한 기획자, 장승헌 대표 사진 춤추는거미 6790 2008.07.16 18:53
33 화려한 컴백,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 사진 춤추는거미 6462 2008.03.01 16:43
32 즐거운 프로, 이도희 사진작가 사진 춤추는거미 6644 2008.01.29 02:04
31 통일의 전령사, 금강산가극단 강수내 안무가 사진 춤추는거미 6337 2008.01.02 18:26
30 무용인들이 한마음 되는 그 날을 꿈꾸다, 윤성주 이사장 사진 춤추는거미 6222 2007.11.05 01:00
29 한국 <어머니의 춤> 조갑녀, 장금도 사진 춤추는거미 6450 2007.10.17 23:28
28 우재현, 바쁜 걸음을 쫓아가다 사진 춤추는거미 7519 2007.09.13 23:34
27 춤 사업가, 김희석을 만나.. 사진 춤추는거미 7145 2007.08.09 17:59
26 발레에 대한 50년 열정, 정년을 맞은 김혜식 교수 사진 춤추는거미 6564 2007.07.03 10:47
25 한국 발레의 세계 경쟁력을 겨냥한 박재근 교수 사진 춤추는거미 8163 2007.05.16 20:38
24 임인선 교수,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 창단 사진 춤추는거미 6223 2007.05.13 22:20
23 국수호, 새로움을 갈구하는 춤작가 사진 춤추는거미 7228 2007.02.21 21:37
22 황진이 안무가, 인남순 사진 춤추는거미 6219 2007.01.22 00:42
21 순수한 예술인, 박의순 대표 사진 춤추는거미 5958 2006.12.12 23:13
20 지적인 무용가, 남정호 사진 춤추는거미 7020 2006.11.09 17:59
19 원일, 무용을 사랑하는 음악인 사진 춤추는거미 6376 2006.09.22 20:58
18 김용걸, 관객을 설레게 하는 발레리노 사진 춤추는거미 6729 2006.08.02 15:56
17 포즈댄스 예술감독, 우현영 사진 춤추는거미 19360 2006.06.15 22:53
16 전위예술가 무세중의 삶과 예술 사진 [1] 춤추는거미 7003 2006.05.19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