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곶의 음악극- <꼭두, 마지막 첫날>

춤추는거미 | 2011.11.05 01:55 | 조회 6003

바람곶의 음악극- <꼭두, 마지막 첫날>



넘나듦

안철수 교수는 융합연구 기조강연(2011.10.12.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이전에는 각 학문의 시각으로 세상의 문제를 풀려했다면, 융합 연구는 세상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어떻게 학문을 이용할까라는 문제 중심의 시각이라고 했다. 문제를 해결 하려면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융합연구가 요청된다고 했다. <꼭두, 마지막 첫날>을 보면서 ‘융합’이라는 안철수의 말이 떠올랐다. 누구나 맞이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인 ‘죽음’을 중심에 두고 노래, 연주, 춤, 연기라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넘나들며 삶의 마지막과 이어지는 죽음의 첫날을 풀어가려 했기 때문이었다.



역설

‘꼭두’는 상여에 꽂아 장식하던 목우(木偶-나무 인형)를 말하는데, 형상은 인물․용․봉황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은 외로운 망자를 위로하고 호위하여 죽음의 세계로 안내하던 존재였다. 이 공연은 젊은 운생(정영두)이 죽어서 꼭두를 만나는데,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몸부림치지만, 결국 꼭두의 위로와 도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이다. 죽은 자의 시각으로 산 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역설의 구조를 갖는다.


빛과 어둠

혼돈의 현재로 극이 시작된다. 알 수 없는 인생처럼 희뿌연 안개가 무대에 가득하고, 가는 빛살이 관객을 향해 환하게 퍼진다. 시작과 함께 객석에 퍼지는 빛은 “이건 바로 당신의 이야기에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꼭두들이 있는 어두운 무대가 죽음의 세계를 상징한다면, 밝은 객석은 삶의 세계였다. 공연 도중에 간간히 무대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객석에 비출 때마다, 마치 죽음의 세계에서 “당신의 현재 삶은 어떤가요?”라고 묻는 느낌이다.
  

성찰의 말

핵심 메시지를 담은 성찰의 말이 공연을 이끌어 갔다. 반 가면을 쓴 3인의 대화는 옷을 만들기에 골몰하지만, 밖에 무슨 일이 있는지, 이 옷은 누구를 위해 만드는 옷인지, 어떤 사람들이 무얼 하며 지내는지 모르는 채,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방금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운생이 등장하여 “아직 인사도 못하고 왔어요. 보내줘요.”라고 요청하자 꼭두 엄(이애주)은 삶의 세계로 그를 보내준다. 삶의 세계에 잠시 돌아간 그는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그림자의 움직임을 보며, “삶이든 죽음이든 난 나로 살고 싶어!”라며 부르짖는다. 이윽고 운생은 자신에게 되묻는다. “대체 나는 누구였을까? 사는 동안 한번이라도 나를 만났던 걸까? 내가 나였던 적이 있었을까?” 그러자 꼭두 엄(이애주)은 “이제야 물어야 할 것을 묻는 구나”라며 우리 인생에서 잊지 말아야할 질문이 무엇인지 상기시킨다. 맨 마지막에 운생은 “완전히 비웠습니다. 이제야 온전히 나입니다.”라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다. 성찰의 말들이 가슴을 울리기도 했지만, 말을 좀 더 덜어내고 움직임과 소리라는 영적인 표현으로 더 채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씻김의 춤

꼭두 엄은 여전히 삶의 세계에 집착하여 죽음의 세계로 가지 못하는 운생에게 “나오너라. 너는 누구길래 사람의 몸을 놓아주지 못하냐”고 호령한다. 그리고 삶의 세계에서 운생의 심장에 새겨진 이름을 지우기 위해 씻김의 지전춤을 춘다. 씻김춤의 효력으로 꿈길에서 운생은 심장에 새겨둔 여인을 만나고, 곧 모든 것을 비운다.


소리

바람곶의 소리는 전통과 현대에 매어있지 않고, 자유롭고 매우 섬세하며, 또 에너지가 넘쳤다. 극의 진행에 따라 다양한 악기로 섬세한 소리를 만들어 분위기를 주도했으며, 거기에는 꼭두 술의 목소리도 한몫했다. 운생이 삶의 세계로 잠시 갈 때, 바람곶의 소리로만 무대가 채워졌는데 강렬한 힘이 넘쳤다. 명징한 가야금 소리를 비롯해서 각각의 악기들이 제 소리를 당당히 내고, 또 어우러지고 하는 소리는 마치 당당히 제 인생을 살고 또 어우러지기도 하는 인생의 모습 같았다. 바람곶 단원의 실력이 모두 출중했기에 극 중간에 연주를 좀 더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특히 마지막 엔딩 연주가 없어서 매우 아쉬웠으나, 침묵이 흐르는 죽음의 세계로 운생이 돌아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삶으로

공연을 보고 나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만드는 공연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공연이 있다. <꼭두, 마지막 첫날>은 ‘지금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온전히 나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했다. 아마도 많은 관객들이 질문을 가슴에 품고 돌아갔을 것이다. 전통시대에 예(禮)가 차별적 질서로서 기능했다면, 악(樂)은 이질적인 것을 조화시키고 통합시키는 화(和)로 기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과 삶을 악으로 화해시킨 이번 공연은 악의 본질과 매우 깊은 곳에서 잇닿아 있다.


LG 아트센터에서 <꼭두, 마지막 첫날> 기획공연으로 마련한 것은 매우 뜻 깊다. 수준급의 해외공연단을 초청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내 공연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내공연예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공연자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_조경아 ds@dancingspider.co.kr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교수
사진_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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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작음악극 카르멘 사진 첨부파일 DancingSpider 2149 2019.04.14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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