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3] 영화관(館), 영화관(觀) - <그들 각자의 영화관-Chacun Son Cinema/119 min./2007>

춤추는거미 | 2008.06.04 10:36 | 조회 7114

영화관(館), 영화관(觀) <그들 각자의 영화관-Chacun Son Cinema>

 

깜깜한 방 안 이다. 당신은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켠다. 빛은 당신에게 이 공간만의 고유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당신은 비로소 본다. 맞은 편 벽에 ‘무엇’이 있다. 당신은 ‘무엇’에게로 다가간다. 286×371)*. 빛이 닿은 ‘무엇’의 가로, 세로 길이다. 단위는 센티미터(cm). ‘무엇’은 그림이다. 당신은 그림을 본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엇’의 정확한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렇다. 당신은 뒤로 물러서야 한다. 당신의 신체크기를 압도하는 사물의 전체를 보려면. 당신이 뒤로 물러서는 순간 당신과 ‘무엇’ 사이에 사적인 공간이 생겨난다. 무엇을 ‘본다’는 행위는 공간을 전제한다. 특히 보는 주체와 대상간의 사적인 공간은 시간을 생산한다. 여기서 시간이란 보는 주체가 대상을 ‘무엇’에서 ‘어떤’으로 개별화 하는 과정의 경과를 의미한다. ‘본다’는 행위는 두 가지의 전제가 필요하다. 빛과 공간이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여타의 보는 행위와 다르다. 예를 들어 회화는 보는 주체와 대상 사이의 사적인 공간의 넓이가 보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주체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주체는 한 자리에 고정된다. 반대로 대상이 움직인다. 그래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대상이 운동하며 만들어 내는 공간의 변화를 행위주체가 정확히 감지해야만 한다. 영화의 이해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이브 클랭 (Yves Klein, 1928-1962)의 <대격전-La Grande Bataille,1961>. 리움미술관 소장. <그들 각자의 영화관-Chacun Son Cinema/To Each His Own Cinema>)**은 칸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질 자콥의 기획으로 칸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다. 질 자콥은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들에게 영화관(館)―정확히 말하면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 하면 떠오르는 단상들을 3분이라는 시간 내에 표현해줄 것을 주문했고, 다섯 개 대륙 스물다섯 나라를 대표하는 감독 서른다섯 명의 세른 세 작품)***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들 각자의 영화관(觀)을 드러냈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된 생각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공간에 관한 인식이다. 서른 세 편의 영화들에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의 공간이 존재한다. 하나는 영화가 상영되는 물리적 공간―감독 각자의 기억 속에 있는 실제적 공간이며, 다른 하나는 영화자체가 생산하는 비가시적 공간)****이다. 결국 일상성과 비일상성으로 환원되는 두 개의 공간은 영화의 두 가지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의 서른 세 편의 영화들은 영화자체가 생산하는 공간 즉 영화적 상태에 대한 존재론적 사유(思惟)를 담고 있다. **질 자콥은 직접 제작과 편집을 맡았으며 환갑을 맞은 칸영화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 장-피에르 다르네와 뤽 다르네는 형제로 공동연출했다. 코엔 형제와 마이클 치미노감독의 단편은 오직 칸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이기에 칸을 제외한 여타의 장소에서 상영하는 것은 상업적이라 판단하여 칸 이외의 장소에서 자신들의 영화 상영을 거부했다. 그래서 국내 상영은 서른 한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루돌프 아른하임은 이를 영화적 상태라고 말한다. 영화적 상태는 이차원과 삼차원의 ‘사이’에 존재한다. 영화를 보려면 앞서 언급했듯이 빛과 공간이 필요하다. 빛은 영사기 안에 있다. 영사기 안의 램프가 현상된 필름을 비추면 스크린에 인화된다. 스크린에 인화된 이미지는 그림자다. 관객은 그림자를 보고 실제(實際)라고 착각한다. 그림자가 현실의 제 형상을 그대로 복제했기 때문이다. 형상의 유사함은 그림자에 대한 일말의 의심을 걷어낸다. 이러한 착각의 메커니즘은 최종적으로 관객에게 일루젼)*****을 만들어낸다.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일루젼에 대한 관객의 믿음, 이것이 영화의 사실성을 극대화 한다. 영화는 플라톤이 하찮은 것이라 치부했던 시뮬라크르의 반동이다! 1896년 1월 뤼미에르 형제는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라는 영화를 상영했다. 기차가 역에 멈춰서 승객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하는 순간, 영화관은 이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기차의 이미지가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관객들은 기차를 피하려고 도망친 것이다. 이 해프닝에서 영화는 실재(實在)하지 않는 공간을 발견한다. 스크린 바깥의 공간으로 영화의 일루젼이 만들어낸 공간이다. 스크린 안은 밝고 밖은 어두우며, 안은 현실이며 밖은 비현실이다. 스크린의 테두리(프레임)는 모든 상반된 것의 경계면이다. 프레임 바깥은 생성하는 것들이 소멸하는 공간이다. 프레임 안의 사람이 프레임 바깥으로 나가면 이미지는 소멸한다. 그러나 일루젼은 이러한 물리적 법칙을 뒤엎는다. 프레임 안과 바깥의 공간을 연속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은 프레임 안에서 바깥으로 나간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소리가 더해지면서 프레임 바깥의 공간은 영화만의 고유한 미(美)적공간이 된다. 대부분의 서스펜스는 프레임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예술과 환영>에서 일루젼에 대해, 화가에게 주어진 능력은 거기에 있는 것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재현된 사물을 보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인상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감독들의 시선은 스크린에 영사되는 이미지가 아닌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에게 고정된다. 그 관객을 보고 있는 현실의 관객은 두 개의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 속의 관객이 보고 있는 영화와 그 관객을 담은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두 관객들의 ‘본다’는 행위를 통해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내가 더 본 영화는 로베르 브레송의 <발타자르를 돌보지 않고-Au Hasard Balthazar,1966>, 장-뤽 고다르의 <경멸-Le Mépris,1963>, 장-뤽 고다르의 <알파빌-Alphaville,1965>, 프랑코 제피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1968> 이상 네 편이다. 위에 열거한 영화들은 각각의 개별영화들 속에 차례로 인용)******되었다. 이들은 모두 프레임 바깥에 소리로 존재한다. 현실의 관객들은 영화 속의 인물들 앞에 가상의 스크린이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프레임 안과 밖의 공간의 연속성을 인정한다. 현실의 관객들은 자신과 동일한 상태의, 영화 속의 관객들의 표정을 주시하며 프레임 바깥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장면을 유추한다. 프레임 바깥의 영화는 영화 속 인물의 감정과 행위의 이유가 된다. 바깥의 공간과 안의 공간이 서로 관계를 맺는 영화적 상태에 놓이는 순간 현실의 관객들은 동시에 두 개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다. ******차례로 장-피에르 다르네와 뤽 다르네 <어둠 속에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 <애나>, 왕가위 <당신에게 그것을 주려고 9000km을 왔어요>,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나의 로미오는 어디에>에 인용되었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의 감독들은 현재 자신들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일루젼과 자신들이 관객이었을 때의 일루젼이 다르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3분 안에 뤼미에르를, 브레송을, 펠리니를, 고다르를 불러오는 것이다. 이들의 영화가 곧 영화관(館)이고 영화관(觀)이기 때문이다.

글_ 윤결 ds@dancingspider.co.kr 영화 시나리오 작가 사진_네이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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