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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는거미 | 2009.11.02 13:18 | 조회 8439

    무용, 세상이 만든 환상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풍조 속에 ‘무용’은 예술장르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보다 하나의 환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하다. 마른 몸과 젊음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는 풍조 속에서 무용은 여성의 로망이 되었다. 마른 몸, 예쁜 얼굴, 젊고 생기 넘치는 에너지. 그것은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 바로 그 자체인 것이다.

    외모에 대한 강박은 사회를 지배하고 문화를 바꾸고 있다. 18세기 중반까지 남성도 가발을 쓰고 굽 높은 신발을 신으며 본인을 꾸몄다.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부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남성의 몸이 아닌 여자를 보석과 모피로 치장해 같이 다니게 되었다. 그 후 남성은 경제력에, 여성은 외모에 집착하게 된다.

    외모는 남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고, 강박과 괴로움이 시작되는 시점에 병이 된다. 몸에 대한 숭배와 광기는 여성의 몸이 전쟁터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넘나들며 몸을 혹사하고 시간을 거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한 고통은 여성의 의무가 된 듯하고, 거울과 저울에 비친 자신에게서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을 만들도록 강요한다.



    여성의 몸, 유행처럼 갈대처럼


    시대가 원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 코르셋을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졸라매는가 하면, 옛 중국여인들은 전족을 위해 발을 동여맸다.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은 유행처럼 변화해 왔다. 고딕시대(13~15세기)부터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가느다란 몸매와 작은 유방, 홀쭉한 배를 원한 반면, 바로크 시대(17~18세기)에는 풍만하고 적당히 살찐 모습이 신분과 아름다움의 척도였다. 고전주의 시대(1770~1830년)에는 자연적인 여성미가 강조되었고, 초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다시 통통한 여성이,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창백하게 보이는 여성상이 선호되었다.

    이런 변화는 19세기 말에 이르러 ‘날씬한 여성’으로 자리 잡았다. 1920년대는 세계대전으로 쿨하고 섹시한 여성이, 1930년대는 다시 전통적인 여성이, 1940년대(나치시대)는 모성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이, 1960년대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이상으로 여겼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야윈 몸매와 젊음이 주요한 미의 기준이 되어다. 전신거울과 사진술, 체중계, 영화매체를 통해 외모는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물며 몸이 악기인 무용 전공자에게 몸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상적인 체중의 산정은 1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프랑스 외과 의사였던 브로카의 지수에 근거하고 있다. 이 수치는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한계가 있지만 가장 흔히 사용하는 지수다.



    표준 신장=(신장-100)*0.9(남성), 0.85(여성)


    필자의 경우 173cm의 키에 51~52kg으로 무용과 내에서도 아주 좋은 체격(빼빼 마른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몸에 대한 스트레스는 전혀 받지 않았다. 출산 후 5kg이상 증가한 체중은 삶을 아주 불편하게 한다. 기성복을 쉽게 살 수 없어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무용과에서도 손에 꼽혔던 마른 여성의 몸에 맞춰진 기성복은 우리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앞서 말한 브로카의 지수에 따르면 62kg이 표준체중이다. 그러나 62kg이 나가면 우울증에 걸리고 말 것 같다. 세상이 여성을, 무용 전공자에 대해서는 더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기성복이나 사회의 잣대에서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학부시절에 생리를 전혀 안하는 친구가 있었고, 생리 불순은 흔하디흔한 문제이다. 여성은 배란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23퍼센트의 지방조직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과도한 다이어트와 스트레스로 진정한 여성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고 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무용 전공자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무용 전공자들을 들여다보면 모두 모델 같지는 않다. 세상이 만든 환상 속에 부응하기 위해 무용 전공자들은 더 노력할 뿐이다. 무용은 ‘몸’ 그 자체가 아닌 ‘몸의 움직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예술의 잣대로 평가받기 위해 무용수들은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가혹한 다이어트와 성형은 답이 아니다. 세상이 만든 틀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자신의 몸을 사랑할 줄 아는 무용수만이 그 몸을 통해 강한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다. 우리 모두, 마음의 코르셋을 벗자.


    *[몸 숭배와 광기] 책의 내용 일부를 발췌했다.




    글_마징가 ds@dancingspider.co.kr
    사진_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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