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남대 사태를 바라보며

춤추는거미 | 2005.07.06 07:31 | 조회 5557
영남대 사태를 바라보며


전쟁이라는 것은 중대한 일이므로, 이해와 득실을 충분히 검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나와 상대방의 우열을 분석하고,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를 분간할 일이다.… 조건을 비교, 검토하여 승산이 있으면 싸울 것이요, 승산이 없다고 생각되면 싸움을 피할 일이다. 승산이 없이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일단 전쟁에 임하면 반드시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기기 위하여서는 전쟁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 孫子兵法 計篇 중에서



우리는 살면서 날마다 사소하건 중대하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움을 한다. 싸움은 피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피할 수 없다면 싸워야 하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시작해야 한다. 지난 6월 13일부터 시작된 영남대학교 무용학과 사태를 지켜보며 진정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싸움인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영남대학교는 생활과학대학 체육학부에 무용학과와 체육학과가 있으나, 2006학년도 학생 정원 조정안 가운데 하나로 무용학과를 폐지하고 현대무용과 발레전공생은 체육학과로, 한국무용은 국악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내놓아, 무용학과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로 인하여 무용학과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총장실 점거 농성이 일어났고 6월 14일부터 19일까지는 총장을 억류하여, 탈진한 총장과 10여명의 학생들이 병원으로 후송되기에 이르렀다. 학교 측은 “2002년 개설된 무용학 전공은 최근 2년 동안 정원을 못 채운데다 교수확보, 교육환경 등에도 문제가 있어 폐지계획을 세웠으며,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과 통폐합 등 탄력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학생들은 “학과개설 이후 학교의 지원이 미비하였음에도 2003 ,2004학년도 정원미달을 이유로 학과를 폐지하려 하고 있고 체육학 전공으로 졸업하게 될 경우 진로에 불리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기기 위하여는 전쟁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사태 추이를 볼 때 학교 측의 조정안 변경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학생들의 강경한 대응도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같은 무용인으로서 매우 마음이 아프고 아쉬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 총장 억류와 같은 폭력적 대응이다. 무용의 위상을 논하고 불공정함을 호소하기 이전에 과연 자신들이 진정한 예술인인가, 이해관계를 떠나 진정한 무용인인가, 자신들의 뜻을 이해시키고 관철시킬 힘이 있는 성인들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실을 직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반적인 무용 전공 학생 수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이며, 특히 지방대학들은 학교 자체의 존폐 위기를 느낄 만큼 심각한 세태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책이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차선책을 고려하여 내실을 기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이 어떨까. 만일 학교 측과의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극단적인 결론이 내려진다면 무용학과 폐지뿐 아니라 무용전공생 선발도 무산 될 수 있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무용학과 학생들의 진로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졸업을 하더라도 졸업생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기도 힘들 것이다.
현재 무용학과가 개설 된 몇몇의 유명 대학들도 처음엔 체육학과 무용전공생으로 선발하였으나 계속적인 노력과 지원으로 발전을 거듭하여 당당히 학과를 개설하였다.


한 발 후퇴를 두 발 전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향후 다시 전진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봄이 현명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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