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발레, 영화 속의 무용수(2)

춤추는거미 | 2004.12.20 01:25 | 조회 6820

영화 속의 발레, 영화 속의 무용수(2)


      



<지젤 Dancers>에서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주역무용수인 줄리 켄트(2004년 4월 출산으로 활동 중단)가 주연을 맡았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처음에는 발레단의 일개 군무진이었다가 발레 <지젤>을 통해 화려하게 주역으로 데뷔한다. 바람둥이 귀족청년을 사랑한 시골 처녀 지젤이 처녀귀신이 되어서도 사랑을 맹세하는 발레 <지젤>과 순진한 군무진이었던 발레리나가 바람둥이 주역무용수를 사랑했다가 약혼녀가 있음을 알게되는 영화 <지젤>은 비슷한 구도를 취하고 있다. 발레에서 귀족청년을 춤추는 바리슈니코프가 현실에서도 애인(기존의 주역)을 숨긴 채 줄리 켄트를 농락하는 바람둥이로 출연한다. 내용은 허접하지만 발레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절대로 한눈을 팔 수 없다. 세계적인 발레단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단원들이 대거 출연하며 그들의 <지젤> 무대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줄리 켄트를 비롯 숨막히게 아름다운 알레산드라 페리, <터닝 포인트>에서 이미 연기 경력이 있는 레슬리 브라운, 한때 누레예프와 <지젤>을 춤췄던 린 세이무어까지 모조리 출연하여 발레 기량을 마음껏 뽐내니 어찌 재미없는 영화라 하여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13년이 지난 후, 그녀는 또 다른 영화 <열정의 무대 Center Stage>에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지젤>에서 말단 발레단원이었던 그녀는 이제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대스타 주역으로 성장해, 애인이었던 남자 주역무용수 쿠퍼 닐슨(에단 스티펠 분)을 배신하고 발레단 예술감독과 결혼하는 역할을 맡았다. 청초하던 미모도 거의 사라졌지만 13년의 경력은 속일 수 없는지 완벽한 근육이 붙은 그녀의 몸은 ‘나, 최고 발레리나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는 아메리칸 발레 컴퍼니(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merican Ballet Theater를 빗댄 것) 소속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생활과 발레에 대한 집념을 그렸다.(그러나 실제 ABT에는 이런 학교가 없다는 사실)


줄리 켄트와 에단 스티펠은 이 영화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케네스 맥밀란 안무>의 발코니 장면과 <성조기 Stars and Strips-조지 발란신 안무>의 멋진 듀엣을 선사한다. 실제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의 주요 레퍼토리를 링컨 센터 무대에서 실제 ABT 주역무용수들이 추니 진짜 공연을 보는 것 같다. 특히 조지 발란신의 작품은 테크닉이 어렵기로 유명해 어설픈 무용수들은 춤추고 욕먹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장면은 무용팬들에게 값진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에단 스티펠의 화려한 기교는 여기서 뿐 아니라 극중 자신이 안무하는 작품의 솔로 테크닉을 뽐내는 장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힘찬 점프와 턴을 하고 여유롭게 빙긋이 웃는 모습에선 매력이 철철 넘친다.




학생으로 출연하는 배우들 대부분도 실제 무용수였거나 현역 무용수이다. 주인공 조디 소여 역할의 아만다 셜은 역시 미국의 주요 발레단인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원이며, 이 여자를 사랑해서 에단 스티펠과 경쟁 관계에 놓이는(사실 스티펠은 조디 소여와 한번 놀아보자는 심사였다) 찰리 역의 사샤 라데츠키는 ABT의 군무진이다. 줄리 켄트와 에단 스티펠을 포함한 이들의 사진은 실제 발레단 홈페이지에 가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하는 말라깽이 흑인배우 조 살다나 역시 발레리나 출신의 배우라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 이 글은 '버디친구다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 이희나 petiteh@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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