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발레, 영화 속의 무용수(1)

춤추는거미 | 2004.12.10 18:39 | 조회 5955

영화 속의 발레, 영화 속의 무용수(1)


      


공연 관람 문화는 대중적 취미 생활과 달라 어릴적부터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쉽게 몸에 배지 않는다. 춤은 음악이나 미술처럼 학교 교과목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더욱 낯선데다가 클래식 발레를 제외하고는 쉽게 따라갈만한 스토리라인이 없는 경우가 허다해 더욱 멀게 느껴진다. 게다가 웬만큼 괜찮은 공연 한번 갈라 치면 제일 싼 좌석이라 해도 며칠 밥 굶을 만큼의 돈이 들어가니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풍류 없이 살 수 없는 한량의 멋과 맛을 알게 된다면 며칠 밥과 고기 반찬을 바꿀만한 춤의 매력에 빠지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희생한 고기 반찬이 아깝지 않으려면 우선 자기가 볼 작품을 잘 알고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한 안목이 있어야 하겠고, 쉽게 안목을 기를 수 있고 재미가 보장되는 춤은 아무래도 볼거리 화려한 고전 발레가 아닐까 한다. 고전 발레는 어려서부터 접해온 동화나 전설에 춤을 붙였거나 사랑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무용수들의 현란한 몸놀림에 더해지는 낯익은 음악은 작품이 진행되는 몇시간동안 무대에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통해 보는 춤 공연에 아직 자신이 없다면, 더욱 싼 가격에 쉽게 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춤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것도 실제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무용수들이 직접 출연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 정도 무용수의 춤이라면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서 본다 해도 일반 배우들이 단기간 코스를 마치고(물론 발레를 그렇게 배울 수는 없다) 허접하게 휘둘러대는 몸짓과는 비교할 수 없는 ‘태’가 난다. 물론 그것은 진정으로 춤 공연을 감상한다고 말할 수는 없고 직접 공연장에 찾아가기 전에 흥미를 돋워주고 입맛을 살려주는 애피타이저 정도의 역할에서 그친다. 하지만 춤에 정말 문외한인 사람이라면 영화 구조를 따라가며 춤을 함께 보는 것도 춤에 관심을 갖게 되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춤 영화라 하면 옛날 뮤지컬 영화의 단골 손님인 탭댄스부터 <더티 댄싱>과 같은 댄스 스포츠 등 다양한 종류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지만 그렇게 자신의 몸을 들썩이는 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 여기서는 무대 춤 중에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발레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백야 White Nights>일 것이다. 구 소련에서 망명한 미하일 바리슈니코프가 역시 망명을 시도하는 소련 발레리노로 출연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춤을 다룬 영화는 아니기에 실제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은 첫장면에서만 등장한다. 그 인상적인 작품은 바로 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 Le Jeune Homme et la Mort>이다. 현대적인 소품으로서 미하일 바리슈니코프가 프랑스 파리오페라 발레단 에뚜알(프리마 발레리나)이었던 마리-클로드 피에트라갈라(최근 마르세이유 발레단 예술 감독직이었다가 성격 파탄으로 해임)와 공연하는 모습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비록 제대로된 춤을 추지는 않지만 상대역인 그레고리 하인즈와 재즈댄스를 연습하며 몸을 푸는 장면들이 삽입되어있다. 하인즈의 자유분방한 몸짓에 비해 바리슈니코프의 정확하고 곧은 몸선은 발레로 다져진 그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실제로 오랫동안 발레를 했던 사람은 무슨 춤을 춰도 척추와 목선이 곧추 서 잘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춤을 출 때도 그런 자세로 인해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바리슈니코프가 11바퀴 피루엣을 도는 내기에서 가뿐히 성공해내는 장면은 그가 실제 기막힌 테크닉의 소유자임을 입증해준다.


바리슈니코프는 <지젤 Dancers>과 <터닝 포인트 The Turning Point>에도 출연했다. 아쉽게도 두 작품 모두 <백야>에서의 자유를 갈망하는 성격 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무용단의 말단 군무진에게 작업 거는 바람둥이 주역 무용수를 연기했다. 이러한 주역 남자무용수의 모습은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이 되어 후에 <열정의 무대 Center Stage>에 등장한 에단 스티펠이 그대로 답습한다. <터닝 포인트>의 실질적 주인공은 셜리 맥클레인과 앤 밴크로프트. 하지만 셜리 맥클레인의 딸로 출연하는 레슬리 브라운은 긴 다리와 미모의 얼굴로 예쁜 발레리나의 전형을 보여주며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그녀는 실제 뉴욕 시티 발레단과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발레단원이었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망명한 구 소련 발레리나 알렉산드라 다닐로바까지 볼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

(다음호에 계속)

* 이 글은 '버디친구다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 이희나 petiteh@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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