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 성(性), 안녕하십니까?

춤추는거미 | 2009.04.06 00:22 | 조회 8573

무용계 성(性), 안녕하십니까?




시국이 뒤숭숭하다. 강호순의 연쇄 강간살인에 이어 한 신인 여배우의 죽음으로 사실화된 연예계 성상납 실태를 보고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무용계의 성, 안녕하십니까, 란 질문을 해 보았다. 아직은 안전구역에 있다는 판단이다. 스승으로부터의 성추행을 받은 남성 무용수의 문제도 있고, 일부의 소문으로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지만 비교적 청정구역에 속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 주요 직책에 여성이 자리하고 있어 일반사회에서 일어나는 형태의 성문제는 크게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오디션 선발이나 캐스팅의 문제가 크지 않다는 시스템적인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사회에서 문제되는 ‘남성에 의한 착취’ 같은 행태는 찾아보기 힘들다. 남성의 경우 무용을 시작할 때부터 주위에 너무나도 많은 ‘예쁜’ 여자들 속에 살기 때문에 곤궁함이 없다. 절대적인 수적 차이와 희소성을 지녔기 때문에 ‘착취’ 따위의 비열함이 필요치 않다.



남성 무용수의 오랜 고민


남성 무용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억울하리만큼 지나치다. 외국 무용수의 경우 쫄쫄이 옷을 입고 여자 무용수를 도와주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리고 하나, 성적 취향에 대해 의심을 하기도 한다. 제자에 의해 고소된 전직 교수 K씨가 5년간 대법원까지 가는 항소 끝에 유죄 판결을 받아 뉴스로 보도된 사실이 그런 편견에 큰 영향을 주었다.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한국무용의 경우 동성인 스승과 제자 사이에 성추행이 여러 번 문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아주 적은 인원의 남자 무용수 중에서도 그런 일을 당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성추행을 한 사람들이 아직도 무용계 거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여성에 의한 성적 역차별을 받지는 않는지 궁금해진다. 필자가 20년 정도 무용계에 있으면서 그런 경우를 주위에서 보지 못했지만,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아직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거의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편애’라는 다른 형태로 역차별은 존재한다. 남학생을 유달리 좋아하는 교수는 학교에 들어갈 때 남학생들의 배웅을 받아야만 학교로 ‘입장’한다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처럼 떠돈다.



불안의 늪을 헤엄치는 미꾸라지


뭐가 그리도 불안한가. 대학 ‘강사’나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중에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는 사람이 있다. 서울 일부 대학과 지방대 강의를 가면 무용학과 없이 체육학과 내의 무용수업이 있다. 다음 학기 강의를 위해 체육과 엠티에 술과 안주를 사다줬다는 이야기, 체육과 교수들의 술자리에서 도우미를 자처했다는 이야기 등이 나돈다. 성적 행위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여성성을 팔아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 했다는 것에 무용인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다.

성인이 되어 자신의 지위와 욕구를 위해 이루어지는 일이니 만큼 ‘성상납’이나 ‘성추행’ 따위의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몇몇의 개인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다만 후배나 제자에게 물려주지는 말아야할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의 선에서 끝나야 한다. 그런 미꾸라지가 “교수님”이란 소리를 들으며 강의를 한다면 무용계의 미래 또한 탁할 것이 자명하다.


성(性)을 누구도 쉽게 입에 올리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와 피해자가 여성일 때 은폐되는 것이 큰 문제다. 무용계에서 표면화 된 문제의 경우 피해자가 남성이었고, 덕분에 고소를 통해 오랜 시간 싸워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특히 무용계에서는 모든 권력이 위에서 아래로 지나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 앞선 사례처럼 부당한 일을 당한다면 자신을 지키며, 당당히 대응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에 의한 추잡한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

춤추는 동안 남자와 여자는 서로 성적으로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일정부분 노출을 하고 있어도 ‘에로틱’한 눈빛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같이 땀 흘리고 작품을 만들며 동료로서, 한 사람으로서 느끼게 된다. 수영선수들이 수영복을 입은 이성동료를 보고 매번 성적으로 느끼지 않는 것처럼, 무용수들 역시 춤출 때 성을 넘어 춤과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의 수적 우위와 더불어 무용 환경이 ‘성의 안전지역’으로 안내하는 듯하다.




글_마징가 ds@dancingspider.co.kr
사진_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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