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춤 휘날리며..

춤추는거미 | 2006.08.29 03:45 | 조회 6282
한국 전통춤 휘날리며..



한국 전통춤의 원로 무용수인 강선영(83세)과 중견 무용수 임이조(56세)가 한국의 멋자락을 뉴욕에 휘날린다. 한성준의 마지막 제자인 강선영과 이매방의 제자인 임이조는 대학중심의 무용계와 달리 도제 교육으로 스승의 뿌리를 지키며, 전통춤의 대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8월 8일 링컨센터 최초로 한국 전통춤을 선보인 강선영과 9월 28일 뉴욕시티극장에서 펼쳐지는 가을무용축제의 오프닝 초청작으로 선정된 임이조의 스승과 춤, 그리고 인생에 대해 들어 보았다. 우리의 것을 지키며 보낸 오랜 세월만큼 그 연륜이 돋보인다. 뉴욕의 중심에 두 전통춤의 대가의 춤사위가 흩날릴 것으로 기대한다.




원로 무용가 강선영, 링컨센터에 최초 한국 전통춤 선보여..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예능보유자 강선영(83세)을 말할 때 한성준 선생님을 빼고 말할 수 없다. 14살에 무용에 입문하여 평생 단 한분의 스승을 모셨고, 한성준의 춤이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오늘날까지 춤추었다. 일제시대, 예술가의 대우를 받지 못할 시기에 무용을 시작했고, 혼란의 시기를 겪으면서도 고집스럽게 스승 한성준의 춤을 시켜왔다. 선생님의 가락을 가지고 춤추기에 남자 춤 같은 느낌이다.


긴 세월 한결같이 무용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고집”때문이다. 한성준 선생님을 신처럼 모셨고, 그 뒤를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관한 세월이다. 꼭 해야 하는 줄 알고 곰처럼 무용했다고 회고한다. 98년에 건립된 안성 태평무전수관은 500명의 전수자가 한성준으로부터 물려받은 강선영류 태평무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9살부터 60세가 넘은 이수자까지 모두 강선영의 “고집”을 닮아 춤의 변질을 막고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운명처럼 받아들인 시간동안 철저한 신념이 더해져 우리 전통춤을 잘 보전하고 계승하게 된 것이다.  


8월 8일, 예술의 중심에 있는 뉴욕 링컨센터 주립극장에서 원로 무용가 강선영이 살풀이와 태평무를 직접 선보였다. 이 극장은 오페라와 발레가 주로 공연되는 극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니버설 발레단, 뮤지컬 명성황후 다음으로 세 번째로 무대를 밟은 것이다. 60여명으로 구성된 강선영 무용단은 공연에서 태평무와 신선무, 장구 춤, 한량무, 승무 북춤 등 다양한 한국 전통춤을 소개했다. 처음으로 한국 전통춤이 선보여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의 큰 호평을 받았고, 2700석 만석으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국립무용단 단장과 강선영무용단의 활동기간 중에 140개국을 순방했지만, 이번 뉴욕 공연이 평생을 두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5~6년 전 척추수술 후유증으로 다리가 크게 불편한 상황에서 이번 뉴욕공연은 무리였고, 공연 자체가 미지수였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춤사위를 보이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서 후회 없이 춤추었다. 링컨센터의 공연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견 무용가 임이조, 뉴욕 가을무용축제 아시아 최초 초청공연


무용을 전공한 임이조의 어머니, 태몽에서 호랑나비가 계속해서 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며 딸을 놓으면 자신이 못한 무용의 길을 펼치게 하리라 결심한다. 임춘애의 공연을 본 4살배기 임이조는 저고리를 입혀달라고 하며 춤을 춘 것을 시작으로 6살에는 정식으로 송범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발레에 입문하였다.


11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외로운 시절을 춤과 함께 보낸 임이조는 이매방의 제자가 되면서 전통춤에 빠지게 된다. 22살에 이매방과 같은 무대에서 스승인 이매방은 승무를, 임이조는 살풀이를 췄다. 무대를 휘젓고 나온 임이조는 이매방의 절제된 움직임을 보며 진정한 한국 전통춤을 깨우친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거울삼아 자신을 절제하고자 한다.


이매방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특히 춤추는 이의 자세에 대해 혹독한 가르침을 받았다. 자만하지 않고 절제를 통해서만 나오는 한국 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정성스러운 옷매무새며 춤사위에 임하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또 하나, 춤판만 벌어지면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이매방의 “쟁이”기질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인터뷰 중에도 이미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어깨를 들썩거리며 “쟁이”기질을 선보인다. 어디서든 굿가락에 몸이 움직이고 어깨가 넘실거리는 그를 보며 스승과 닮은꼴을 찾을 수 있다.


전통무용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국악은 매우 중요하다. 장단 속에서 순간의 찰나를 느끼고 즉흥성을 살려야 한다. 녹음기를 통한 음악으로는 행할 수 없는 일이다. 오랜 세월 많은 공연을 했지만 만족한 경우는 두세 번에 불과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30대 초반 ‘종로패’의 음악발표회에서 육자배기 이후 시나위에서 살풀이를 추었다. 객석에서 구음을 하다가 너무 좋아 욕을 한다. “이놈아~, 얼쑤~, 잡놈아~”. 무대 위에서는 몸에 불이 오르는 듯한 경험으로 춤과 음악, 관객이 하나 되는 순간에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춤과 함께 살아온 임이조에게 뉴욕시티극장 가을무용축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초청을 받았다. 가을무용축제는 12일간 펼쳐지는 페스티벌로 30개국이 참가하여 이틀씩 공연한다. 임이조 선 무용단은 27명의 무용수와 함께 6박 7일 예정으로 뉴욕으로 향한다. ‘하늘과 땅’을 주제로 몸짓, 발 디딤, 어깨춤은 전통을 고집하고, 작품의 완성은 드라마틱하게 구성할 예정이다.


좋은 무대, 나쁜 무대는 춤꾼에 의해 정해진다. 춤에 대한 정성스러운 그의 접근이라면 시장 바닥이라 해도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 하물며 정식 초청을 받은 뉴욕시티극장에서 그의 기와 연륜이 더해진 춤사위는 소박하고 은은한, 마치 누에고치가 하나씩 벗겨지듯이, 문풍지에 먹물이 스며드는 듯한 우리의 춤사위를 선보일 것이다.




덧셈 뺄셈 다 하고, 손해 보는 일은 안 한다는 식의 젊은이들에게 장인다운 고집이랄까 긍지 같은 말은 입에 올리지 못하다.
예능인의 예능이란 쓸수록 아름답게 되는 것, 써서 길들인다고 말해야 할까..
-아름다운 외길 장인 中 -



글_ 마징가 ds@dancingspider.co.kr
사진_ 마징가, 컬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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