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2월은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 그러나…

춤추는거미 | 2005.12.28 11:23 | 조회 5247

한국의 12월은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 그러나…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주변 사람들이 간혹 내게 이렇게 묻는다.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싶은데, 어떤 무용단이 가장 좋아요?”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12월과 <호두까기 인형>의 연상 작용이 그렇게 쉽게 일어났던가.
물론 12월에 <호두까기 인형> 공연‘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일반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한 해의 대박을 장식하는 공연은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어느 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이 한 해의 공연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를 하겠는가 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 이야기의 소재가 크리스마스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파티부터 크리스마스날 아침까지 한 중산층 가정의 어린 소녀인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일이 바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이야기다. 또한 다른 발레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는 반면, <호두까기 인형>은 주인공도 어린 소녀이며, 사랑 이야기 보다는(호두까기 인형과 주인공 소녀가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도 나오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캐릭터들이 춤추는 각 나라 춤의 판타지 월드의 매력이 어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따라서 특히 크리스마스의 초점이 어린이들에게 맞춰져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호두까기 인형>이 제격인 듯싶다.



같은 <호두까기 인형>이라도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우선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바실리 바이노넨 안무의 고전 발레가 있다.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의 볼쇼이 버전이나 유니버설발레단의 키로프 버전이나 기본은 모두 바이노넨 버전에 두고 있다. 구성과 안무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다지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고전 발레들이 각색되거나 재해석되듯이 <호두까기 인형>도 몇 가지 재해석 버전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바 있는 매튜 본의 안무, 그리고 마크 모리스의 위트 넘치는 작품이 유명하다. 우리나라 고유의 재구성작으로는 서울발레시어터의 제임스전 안무가 있다. 천편일률적 고전 발레가 지겨운 관객이라면 한번쯤은 서울발레시어터의 작품을 보는 것도 비교 감상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크리스마스와 <호두까기 인형>을 완벽히 매치시키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궁금하다. 세계적 발레단인 파리오페라 발레단이나 로열발레단도 특별히 크리스마스에 맞춰 큰 연례행사로 이 작품을 기획하는 것 같지는 않다. 거의 모든 주에 발레단을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하지만, 미국 역시 대표적 발레단인 아메리칸 발레시어터나 뉴욕시티 발레단,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등에서 해마다 크리스마스에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은 우리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레퍼토리도 훨씬 많으며 관객들 역시 항상 똑같은 공연이 아닌 다양한 작품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러한 현상은 관객의 수준, 무용단의 수준과 관련이 없다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와중에서 몇 가지 반가운 공연이 눈에 띈다. 최청자 툇마루 무용단의 댄스뮤지컬 <겨울이야기>. 몇 년 동안 무대에 올리며 조금씩 가다듬고 있는 작품으로 아주 어린 관객들보다는 청소년 이상의 관객들에게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정동극장에 오르는 크리스마스 특별공연 <성냥팔이 소녀>이다.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결되는 또 다른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무용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러한 작은 공연들이 <호두까기 인형> 일색의 12월 한국 무용계를 어떻게 다양화 시킬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글_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pasiokan@lycos.co.kr
사진제공_ 국립발레단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83개(3/5페이지)
거미토크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3 방과후학교 강사의 비애 사진 춤추는거미 7670 2007.06.19 09:32
42 무용 축제 총망라 사진 춤추는거미 5383 2007.05.13 22:42
41 민간자격증 까발리기 사진 춤추는거미 6133 2007.04.02 23:25
40 [1편] 무용과 졸업생의 취업 성공기 사진 춤추는거미 9230 2007.01.24 23:45
39 [2편] 무용과 졸업생의 취업성공기 사진 춤추는거미 5766 2007.01.24 23:43
38 2006년 입시유형 파악하기 [2] 춤추는거미 5373 2006.12.12 03:12
37 축하 메세지 (두번째) 사진 춤추는거미 5149 2006.11.16 01:24
36 창간 2주년을 맞이. 사진 춤추는거미 4659 2006.10.18 16:32
35 한국 전통춤 휘날리며.. 사진 춤추는거미 6282 2006.08.29 03:45
34 예술계 병역특례 축소 논란 속으로.. 사진 춤추는거미 5490 2006.07.06 23:20
33 대학종합평가 무용학 분야 결과 사진 [2] 춤추는거미 6073 2006.04.06 14:30
32 「춤」지 창간 30년 기념 특별 세미나 현장에서.. 사진 [1] 춤추는거미 4528 2006.03.21 21:20
31 뉴욕 무용시장에 진출한 한국 현대무용단 사진 [1] 춤추는거미 5239 2006.03.04 01:29
30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예술고 비리 사진 [1] 춤추는거미 5853 2006.02.21 01:33
>> 한국의 12월은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 그러나… 사진 춤추는거미 5248 2005.12.28 11:23
28 7개 대학 선정, 실기시험 안내 및 입시전략 사진 [1] 춤추는거미 5784 2005.12.01 23:41
27 실기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10계명 사진 [1] 춤추는거미 4927 2005.11.13 21:56
26 춤 웹진 "Dancing Spider on the Web" 지난 1년을 춤추는거미 4565 2005.11.01 00:50
25 캐릭터솔리스트, 그들은 누구인가(2) [1] 춤추는거미 4551 2005.10.18 14:51
24 [칼럼] 부산무용제 대상작 시비사태 허와 실 춤추는거미 4339 2005.09.15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