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과 새내기, 대학 생활가이드

춤추는거미 | 2008.03.17 00:00 | 조회 5139

무용과 새내기, 대학 생활가이드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고진감래, 참으면 복이 온다, 대학가면 다 예뻐진다더라, 등등의 말을 위안삼아 고픈 배를 움켜쥐고 다이어트, 실기 연습을 했다.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수능 공부도 하고 고운 체격을 위해 뼈를 깎는 듯 한 경락마사지, 그 밖의 모든 고통들을 참아 마침내 대학행 티켓을 거머쥔 새내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혹시 ‘내 인생의 봄날이 오는 구나’, 혹은 ‘그동안 못했던 거 다 해보리라’ 마음먹고 있지 않은가? 미안한 말이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대학은 끝이 아니라 어른으로서의 첫 걸음일 뿐이다. 환상과 현실 사이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이들을 위해 새내기 가이드를 준비했다.



한범생, 백여우, 나도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을 세 가지 캐릭터로 설정하고 특징을 과장해 가상인물과 가상현실을 만들어 보았다.

등장인물: 한범생, 백여우, 나도전


한범생: 꿈에 그리던 대학, 이제부터 마음먹고 놀아보리라 생각했으나 노는 방법을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항상 도서관이다. 그래도 교수님, 선배들, 친구들 모두 성실하다고 인정하니 좋긴 하다. 큰맘 먹고 나간 미팅은 폭탄만 잔뜩 이고, *공강시간은 많은데 할일이 없다. 비는 시간이 아까워 근처 학원에 등록해 영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열심히 한 강의 노트를 시험 때만 날름 빌려가는 백여우가 얄밉긴 하지만 점심을 산다니 참는다. 시험 성적이 나왔는데 2주일간 공부한 나와 3일 족보로 공부한 백여우가 점수가 같다. 좀 억울하지만 난 실력대로 했고 내 지식에 도움이 될 거니까 상관없다. 옆에서 ‘나도전’이 어제 만난 극단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사실 가끔은 즐겁게 사는 저 친구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공강시간: 강의 시간 끝나고 다음 강의 시간까지 비는 사이.


백여우: 대학생활의 묘미는 미팅이다. 선배언니를 졸라 내노라 하는 학교와 모두 미팅을 잡았다. 신입생 모집기간인지 여기저기 동아리 홍보를 나와 있다. 거기서 제일 잘생긴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입 했다.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동아리가 다 사람 만나려고 하는 거니까 괜찮다. 동아리 선배 오빠를 잘 구슬리니 모든 게 다 해결된다. 공강 시간에 밥 사주고, 시간표 짜는 거 도와주고, 시험 *족보까지 안되는 게 없다. 까다로운 리포트가 나왔는데 미팅에서 만나 몇 번 데이트 해준 남자에게 부탁했더니 훌륭하게 완성해 주었다. 집에 가는 길에 교수님 연구실에 들렀다. “수업을 듣다 몇 가지 질문사항이 생겨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교수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다. 한범생은 나에게 남이 다 해주면 너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그렇지만 난 ‘우주학’을 공부할 시간에 나도전과 무용스터디에서 작품 하나 더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하니 상관없다.

*족보: 강의별 시험 기출문제와 모법답안을 유형별로 정리해 놓은 자료를 뜻한다. 이론적인 과목은 나오는 문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유용하다.


나도전: 대학은 대단할 줄 알았더니 별거 없다. 그래서 대학 밖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로 결심했다. 교수님은 훌륭하신 분이지만 바쁘시니 내 취업에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앞길은 내가 개척해야 한다. 매거진과 인터넷을 뒤져 외국 유명 안무가 초청워크숍도 듣고 각종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소극장에 무작정 찾아가 공연 리허설이나 연습도 공짜로 구경했다. 그러다 공연 스텝들이랑 친해져서 공연에 무용수로 출연하기로 했다. 무용계에서 나와 바깥세상을 보니 세상은 넓고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다른 분야 사람들과의 대화는 즐겁고 배울 것도 많다. 공강시간을 이용해 요가자격증도 따고 유치원에서 무용 아르바이트도 했다. 급여는 작지만 경력이 쌓이니 좋다. 또 마음 맞는 친구들과 무용 스터디를 만들었는데 우리끼리 만든 작품이지만 나중에는 공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과 생활에 충실한 게 좋지 않느냐고 한범생이 충고하지만 난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



*카르페 디엠
위 인물 중 한범생은 성실함과 본분을, 백여우는 요령과 인맥을, 나도전은 개척과 도전을 상징한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으며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스타일을 찾고 나머지 인물들의 장점을 더하는 형식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처음은 항상 두렵고 설렌다. 대학 생활은 아주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카르페 디엠. 대학 생활을, 현재를 즐겨라, 현재에 충실해라.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다. 무엇보다 우린 아직 젊으니까!

*카르페 디엠(Carpe Diem): ‘삶을 즐겨라’,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낡은 관습과 규율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표현으로서, 힘겨운 삶속에서도 언제나 긍정적인 자세로 진정한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해 나가라는 울림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글_화희 ds@dancingspider.co.kr
사진_네이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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