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병역법개정으로부터 왕자를 지켜라

춤추는거미 | 2008.02.16 01:56 | 조회 4750

특명, 병역법개정으로부터 왕자를 지켜라




병역법개정안 시행 후 무용계는 왕자(남자무용수)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고,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각종 매체와 서신을 통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월 31일 이명박 당선인과의 간담회에서 현안과 고민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무청은 형평성만 내세우고 있다. 집단이기주의라는 여론도 일고 있다. 그렇지만 물러설 곳이 없다. 왜 무용계가 이토록 사생결단 하는 것일까?




특례와 특혜의 차이  

다음은 조선일보 2007.11.05일자 기사의 일부분이다.


다음은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의 일부분이다.


위 기사는 병역법개정안 시행을 보는 시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말해준다. 그 차이는 특례와 특혜, 이 두 단어의 뜻 차이와도 같다. 특례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 규율인 법령 또는 규정에 대하여 특수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규정하는 규정. 또는 그 법령."이다. 특혜는 “특별한 은혜나 혜택.”이란 뜻이다. 무용계가 바라는 것은 특례이나 개정 찬성자 눈에는 특혜로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잘했으니 빼 달라는 것이 아니다. 특수성을 인정해 예외를 두고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현재 무용계 남녀성비는 충분히 기형적이다. 발레의 경우,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발레리노 21명 중 11명이 수입 발레리노이다. 현대무용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급이 많은 비보이나 연기자 등 타 장르에서 공수해 오고 있다. 한국무용의 경우, 유교 전통 제례의식인 일무도 여성 무용수가 하고 있는 형편이다(제사에는 본래 남성만이 참가하는 전통 그대로를 재현하고 있지 못함).

원인은 여럿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영화 ‘빌리 엘리엇‘의 아버지 대사가 말해준다. 그는 아들 빌리를 반대하며 "어째서 다른 남자애들처럼 복싱, 축구, 레슬링을 하지 않고 발레를 하려는 것이냐"고 한다. 흔히 남자 무용수 기근현상의 원인을 무용계 내부에서 찾는다. 그러나 사회적인 편견이 근본적인 문제이고 그것은 쉽게 고치질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제도적으로 남자 무용수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이다. 보호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장려해야 하는 이유다. 특례는 이 장려의 일부분이다.

한번 파괴된 환경을 회복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거나 회복이 불가능하다. 무작정 밀어 붙인 개정안으로 무용계 생태계가 파괴되고 만다면 그 미래는 뻔하다. 잘못을 깨닫는 때가 오면 이미 늦고 만다. 훨씬 더 많은 특례, 비용, 시간이 지나서야 회복될 수 있다.



군무대 창설  

“발레부대라도 만들어 달라” 2006-05-18 시사저널
“군무대 창설은 국방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하는데, 2006년 국방부의 연구위원회에서 검토해본 결과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병무청 김 사무관

군에는 국방홍보원, 국군체육부대, 군악대 같은 특수 목적 부대가 있다. 이곳 병사들의 전공은 ‘신체를 사용하며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한 분야’이다. 연예계에는 국방홍보원의 연예병사가, 운동선수에게는 국군체육부대 상무가, 음악계에는 군악대가 있는데 무용계에는 무엇이 있는가.

국군체육부대 소속, 2007 세계역도선수권대회 77kg급 은메달을 딴 김광훈 선수를 예로 들어보자. 이 선수가 만약 일반병사로서 복역했다면, 2년 후 제대하여 피땀 흘려 노력했다면, 과연 똑같이 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상무는 선수를 훈련시키고 그 후에 경기에서 수상하게 한다. 무용도 수상을 하면 특례를 주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할 수 있게 한 다음 국위 선양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국방홍보원 소속, 요즘 드라마 뉴하트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지성도 연예사병 출신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음악계도 발칵 뒤집혔다지만 거긴 군악대라도 있다.

특수 목적 부대의 훈련환경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할 수는 있다. 무용을 계속 하기 위해선 군대를 가지 않는 수밖에 없다. 군무대(軍舞隊)가 없으니 일반 병사들과 똑같은 훈련을 2년 동안 받아야 하는데 이는 무용수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보통 발레리노는 30대 중반까지만 무대 위에 올라갈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발레단에 입단할 때가 보통 24세기 때문에 발레리노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 정도인 셈. 그런데 군대에서 2년을 보내고 몸을 원상태로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까지 합하면 발레리노로 활동하는 시간은 10년도 채 안 된다. 따라서 짧은 기간 발레를 하기 위해 뛰어드는 남자가 드물 수밖에 없는 것. 병역특례 혜택까지 축소되면 발레리노가 되려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2008-02-05 경향신문



콩쿠르와 국위선양

“국내 콩쿠르를 배제한 채 국제 콩쿠르만 인정하는 건 문화 사대주의” -비상대책위원회
"국내 대회 수상은 국위 선양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개정안 시행 찬성자    

국내 콩쿠르에 대한 시비는 무용을 예술적 잣대로 생각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다. 국제콩쿠르는 주로 러시아가 옛날에 만든 레퍼토리를 얼마나 잘 소화해 내는가를 평가한다. 지금 우리 무용계가 나아가야 할 길은 우리나라 무용의 색깔을 살리는 일이다. 즉,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마할 때가 아니라 춘향이와 이도령을 만들 때이다.

애초에 예술 장르인 무용을 경연대회라는 수치적 잣대로 판단하려는 발상자체가 글렀다. 우리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 무용계의 욘사마를 키우는 것이 훨씬 예술적인 국위선양이다.  

‘호두까기인형’을 예로 들어보자. 이 작품의 초연 안무자는 마리우스프티파와 레프이바노프이다. 오늘날 개정판만 12개 이상으로 볼쇼이발레단(그리가로비치판), 키로프발레단(바이노넨판), 뉴욕시티발레단(발란신판), 파리오페라발레단(누레예프판), 아메리칸발레시어터(바리시티코프판), 영국로열발레단 (라이트판) 등이 있다. 국립발레단판 ‘호두까기인형‘은 널리 알려 진바 없다.  



우는 아이 젖 준다

현재 무용계는 ‘공연거부도 불사할 것’이란 입장을 표명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문화적이지 못한 대응 방식이라 비난 하는 여론도 있다. 허나 훌륭한 직업이라 칭송받는 의사들도 '파업'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바 있다. 저 멀리 할리우드에서는 작가 파업으로 시상식도 열리지 못했다.

우는 아이 젖 준다고 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울어야 한다. 그러나 감정적인 반대는 울며 때 쓰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성적인 반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반대 이유, 우리가 원하는 것과 협상 가능한 안건, 제대로 된 반대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글_화희 ds@dancingspider.co.kr
사진_네이버 검색, LDP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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