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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는거미 | 2010.09.06 11:02 | 조회 6347


    탄츠 임 아우구스트 2010 (Tanz im August 2010)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선 베를린. 그러나 새로운 무용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충만한 베를린의 무용 팬들은 갑작스런 추위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장을 찾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베를린에는 <탄츠 임 아우구스트> 시즌이 돌아왔다. 독일 최대 규모의 현대 무용 페스티벌인 이 행사는 올 8월 19일부터 9월 3일까지 베를린 전역에서 개최되며, 이 기간 동안 19개국에서 온 38편의 작품들이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탄츠 임 아우구스트> 행사의 큐레이터들은 매해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이슈화된 현상을 골라 행사의 주제로 삼는데, 올해에 선정된 주제는 '인권Menschenrechte'과 '무용사Tanzgeschichte'였다. 작년 행사가 청각과 움직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려는 인지 과학적 학술 이론에 기초했다면, 다시 말해 퍼포먼스적 현재와 학문적 현재 간의 상호성에 집중했다면, 이번 행사는 테마를 통해서도 드러나듯이, 보다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어쩌면 이 같은 주제들이 현실의 담론 체계를 대변하는 것처럼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 작품을 통해 되짚어보게 되는 인권의 문제 혹은 60, 70년대의 포스트모던 댄스의 의미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주변의 환경에 대한 재고再考이자, 우리가 당연시해온 것들에 대한 반성에 가깝다. 이번 <탄츠 임 아우구스트>에 초대된 몇몇 작품들을 살펴봄으로써 이 두 주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용수들의 몸을 통해 체현될 수 있는지, 그 실제를 알아보도록 하자.

    Human Writes


    레 발레 쎄 드 라 베(Les Ballets C de la B) / 겐트 / Gardenia
    : 벨기에 현대 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 알랑 플라텔Alain Platel과 벨기에 출신의 연출가 프랑크 반 렉케Frank Van Laecke의 공동 작품인 <치자나무Gardenia>가 올해 <탄츠 임 아우구스트>의 문을 활짝 열었다. 공연 시간 105분 내내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실제 트렌스젠더 배우이기도 한 바네사 반 두르메Vanessa Van Durme, 서로 다른 이유로 한 동안 여성의 삶을 살아야했던 56~67세 사이의 일반인 남성이 여섯 명, 중년의 '진짜' 여성 한 명, 그리고 '젊은' 남성 무용수 한 명. 여성과 남성, 젊음과 늙음, 전문 연기자와 아마추어 연기자. 이처럼 얼핏 보면 화해 불가능할 것 같은 이질적인 요소들은 여성의 몸을 한 남성, 젊은 여자처럼 단장한 노년의 신사들, 자신의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데 아무런 거리낌 없는 프로 같은 아마추어 등등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를 굳게 끌어안는다. 이미 전 세계적 이슈가 되어버린 성 정체성과 나이에 대한 문제제기. 그에 대한 해결점을 어쩌면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더도 덜도 아닌 스스로 내딛을 수 있는 만큼의 보폭에 실은 채 무대 위를 행진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레미 포니파시오/마우(Lemi Ponifasio/Mau) / 사모아/뉴질랜드 /
    : 남태평양 사모아 출신의 연출가 레미 포니파시오의 작품 그의 또 다른 작품이 2011/2012 시즌 <슈필차이트 오이로파> 행사에 연이어 초대되었다는 이유로 공연 전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연출가인 레미 포니파시오를 비롯해서 주요 등장인물인 타메 이티Tame Iti 등이 영국 식민통치 시기 이래 이어지고 있는 국내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인 사회운동가라는 사실 때문에 독일의 매체들 또한 이 공연에 대해 큰 기대를 보였다. 마오리족의 전통 문화를 파괴한 서구 식민통치와의 대결을 형상화하기 위해 연출가는 귀를 찢을 듯 하는 굉음과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소리, 그리고 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인간의 이미지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그리고 장면 중간 중간 5~6명의 무용수들이 나와 마치 서구 권력에 의한 파괴에 고통 받았던 선조들의 넋을 위로하듯이 군무형식의 마오리족 전통춤을 춘다. 그러나 철저한 이분법적 구도 하에서 영국을 비롯한 서구를 일방적인 가해자로, 사모아인들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규정하려 했던 연출자의 시선은 모순적이게도 지나치게 서구인의 시선을 닮아있다. 무대 위에 재현된 사모아의 전통 문화라는 것은 결국 서구인들의 시선에 포섭된 사모아에 관한 편견적 이미지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문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윌리엄 포사이드/켄달 토마스(William Forsythe/Kendall Thomas) / 프랑크푸르트/드레스덴/뉴욕 /
    : 2005년에 초연된 포사이드 컴퍼니의 퍼포먼스 작품 가 자샤 발츠 앤 게스츠 단원들과의 합동 프로젝트 형식으로 8월 27일부터 사흘간 베를린 라디알쥐스템에서 공연됐다. 1948년 우노UNO 총회에서 확정된 세계인권선언을 기본 모티프로 취한 이 퍼포먼스는 안무가 포사이드와 컬럼비아 대학의 법학 교수인 켄달 토마스의 아이디어가 합해진, 예술과 학문과 사회 현실이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진 아주 독특한 예술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영어 단어 Rights와 Writes 사이의 동음이의어적 관계를 통해 드러나듯, 는 개개인이 누려야 할 권리가 '뭔가를 쓰다'라는 행위를 통해, 즉 자기 자신에 대한 권리를 다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전체 컨셉은 공연장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17여명의 무용수들이 즉석에서 떠오른 방식으로 탁자 위 흰 종이에 각자의 모국어로 인권선언문을 쓴다는 것이다. 퍼포먼스 도중 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탁자와 검은 줄 등의 도구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이 탁자 저 탁자 사이를 오가던 관객들을 불러 모아 순식간에 공동체적 글쓰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관객과 무용수 모두에게 한 편의 공연을 보거나 혹은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 아닌, 너 나 할 것 없이 마치 신명나게 한 판 놀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이 기묘한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인권이라는 거대 기표 속에 숨어있는 제도와 관습에 대한 유쾌한 전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50 Years of Dance
    보리스 샤르마츠/뮈제 드 라 당스(Boris Charmatz/Musée de la Danse) / 렌느 /

    :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 보리스 샤르마츠는 데이비드 버간David Vaughan의 사진집 으로부터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사진집에는 1944년부터 1994년까지 약 50년에 걸쳐 진행된 포스트모던 댄스의 선구자 머스 커닝햄의 작업이 담긴 사진과 텍스트 150여점이 포함되어 있는데, 샤르마츠는 이 사진들을 바탕으로 일종의 머스 커닝햄 모방 작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그는 60년대 머스 커닝햄 컴퍼니 단원으로 활약했던 노장 밸다 세터필드Valda Setterfield와 구스 솔로몬Gus Solomon을 비롯하여 머스 커닝햄 컴퍼니에서 활동했던 다양한 세대의 무용수들과 함께 커닝햄의 과거 작업들을 재현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샤르마츠가 접한 사진 속 장면들을 연결해서 재현하는 것을 기본 안무 방식으로 취하는 동시에, 커닝햄과 작업했던 무용수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각각의 장면들을 연결시킨다. 수십 년 전에 행했던 작업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내는 지금의 작업은 과거가 아닌 과거를 그려낸다. 그런 점에서 작년에 작고한 머스 커닝햄에 대한 오마쥬와도 같은 이 안무작은 커닝햄 작업에 대한 단순한 모방 작업을 넘어, 커닝햄 무용이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표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제롬 벨(Jérôme Bel) / 파리 /<세드릭 안드리외 Cédric Andrieux>
    : 현재 유럽의 컨셉탄츠Konzepttanz 경향을 주도하고 있는 안무가를 꼽으라면 아마도 프랑스 출신의 두 안무가를 선뜻 떠올리게 될 것이다. 자비에 르 르와Xavier Le Roy와 제롬 벨이 그들이다. 이번 <탄츠 임 아우구스트> 행사에는 두 안무가가 모두 초대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제롬 벨의 작품
    는 보리스 샤르마츠와 마찬가지로 머스 커닝햄의 작업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작품은 제롬 벨이 2004년부터 이어온 '무용수 자화상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제롬 벨이 구상한 이 시리즈는 유명 무용단에서 활약했던 무용수들의 자기 고백과도 같은 솔로 공연이다. 공연 중에 주인공은 마치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를 대하듯이 관객들에게 편하게 자기가 살아온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젊은 시절에 추었던 동작을 중년이 된 몸으로 해보이기도 한다. 베를린에서는 작년에 이미 이 시리즈의 일환으로 피나 바우쉬 무용단의 대표적 무용수였던 루츠 푀르스터Lutz Förster의 솔로 공연이 있었는데, 제롬 벨은 그 다섯 번째 작품의 주인공으로 세드릭 안드리외를 선택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머스 커닝햄 컴퍼니 소속 무용수로 활동한 후, 지금까지 리옹 오페라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말과 움직임을 통해 커닝햄과 함께 했던 작업 환경 및 조건 등에 대해 관객들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사진_손옥주 ds@dancingspider.co.kr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연극학, 무용학 박사 과정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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