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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는거미 | 2010.04.30 22:27 | 조회 7668

    <독일 탄츠테아터 2> 다양한 접근,
    라인힐트 호프만과 주잔네 링케


    지난 글에 이어 한스 크레스닉, 피나 바우쉬, 게르하르트 보흐너와 더불어 독일 탄츠테아터를 대표하는 안무가로 손꼽히는 라인힐트 호프만(Reinhild Hoffmann)과 주잔네 링케(Susanne Linke)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해온 이들은 60년대 이후 독일 탄츠테아터 부흥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폴크방 학교에서 수학한 후 탄츠테아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핵심 안무가들이다. 하지만, 폴크방 학교 선배인 피나 바우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두 안무가는 피나 바우쉬와는 전혀 다른 각자의 안무 방식을 바탕으로 독일 탄츠테아터가 포용할 수 있는 장르적 다양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들의 솔로 작업은 흔히 독일 탄츠테아터라는 명칭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탄츠와 테아터가 혼재된 레뷰적인 이미지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한편, 안무가 개인의 경험이나 작품 소재인 사물에 보다 천착한다. 그럼 지금부터 이들의 이력과 작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사물에게 말 걸기, 라인힐트 호프만
    라인힐트 호프만의 작업에 대해 생각하노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소파와 함께 한 솔로Solo mit Sofa>(1977)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거대한 소파 위에 덮어놓은 천과 그녀의 드레스가 이어져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사물과의 교감은, 관객으로 하여금 역설적이게도 사물과의 관계에 종속되어있는 제한적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의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소파, 농구공, 싱싱카, 어린이 장난감 등등 호프만의 작품에 무수히 등장하는 사물들은 분명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그녀의 선택에 의해 무대 위에 세워진 것들이지만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그녀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히 작품을 위한 소도구로 치부해버릴 수는 없다. 아마도 피나 바우쉬와 부퍼탈 탄츠테아터 단원들 사이의 소통과 마찬가지로 호프만과 사물의 관계 또한 행위적 소통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6,70년대 독일 탄츠테아터를 이끌었던 여느 안무가들과 마찬가지로 라인힐트 호프만 역시 1965년부터 1970년까지 독일 에센에 위치한 폴크방 학교 무용과에서 쿠르트 요스(Kurt Jooss)와 한스 췰리히(Hans Züllig)를 사사한다. 이후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주잔네 링케와 함께 폴크방 학교 부설 폴크방 탄츠스튜디오의 책임자로 일하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호프만의 첫 안무 작품인 <트리오Trio>(1975)를 비롯하여 <핀 알 푼토Fin al punto>(1976), <소파와 함께 한 솔로> 등 초기 대표작들이 발표된다. 1978년 게르하르트 보흐너와 더불어 브레멘 극장 발레단의 상임안무가로 발탁된 호프만은 발레단을 브레멘 탄츠테아터로 개칭한 후 81년까지는 보흐너와 함께, 그리고 그가 떠난 후에는 홀로 브레멘 탄츠테아터의 안무를 총 책임진다. 당시 연습과 공연을 위한 마땅한 건물이 없어서 과거 영화관으로 사용되었던 비좁은 건물 '콩코르디아(Concordia)'를 개조하여 첫 작품의 발표회장으로 이용했는데, 이후 호프만은 이 건물의 공간적인 한계 조건을 자신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 같은 공간 활용을 통해서도 어떻게 그녀가 사물이 안고 있는 물리적 한계와 미학적으로 관계하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다. 브레멘에서 활동하는 동안 그녀는 앙상블 단원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창작 작업에 몰입하는데, 그 결과 지금까지도 호프만의 대표작으로 단연 손꼽히는 <왕들과 여왕들Könige und Königinnen>(1983), <칼라스Callas>(1983), <디도와 아에네아스Dido und Äneas>(1984) 등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 중 <칼라스>는 유럽 최대 공연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를린 연극제(Berliner Theatertreffen)'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기도 한다. 1986년에 <떠나버리다Verreist>를 마지막으로 다수의 무용수들을 데리고 브레멘을 떠난 호프만은 보훔에 위치한 샤우슈필하우스(Schauspielhaus Bochum)에 새둥지를 튼다. 그리고 그곳에서 동독 출신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Heiner Müller)의 작품이나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의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하며, 이를 통해 타 예술 장르들과의 교류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보훔 앙상블이 재정적 지원 문제로 해체된 후 1995년부터 프리랜서 안무가로 활동해온 라인힐트 호프만은 이후 오페라 연출가로까지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혔으며, 가장 최근의 활동으로는 2008년 10월에 아헨 극장에서 초연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오페라 <살로메Salome> 연출을 들 수 있다.

    기억을 춤추다, 주잔네 링케
    어린 시절에 심각한 언어 장애를 겪었던 주잔네 링케에게 있어 어쩌면 춤은 더듬거리는 몸 속 감각들을 써내려가게 하는 유일한 언어였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말하지 못하는 순간의 주저함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몸을 통해 발화되지 못하는 언어의 망설임을 그려내는 안무가이다. 그런 면에서 무용학자 주잔네 슐리허(Susanne Schlicher)가 언급했듯이 링케는 매 작품을 통해 안무가이자 작가이자 움직임을 그려내는 자로서의 자기 위치를 확고히 해왔다. 다른 무용가들에 비해 뒤늦게 베를린에 위치한 마리 뷔그만 스튜디오에서 무용 학업을 시작한 주잔네 링케는 20살의 나이에 당시 80대의 노장으로 여전히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었던 마리 뷔그만(Mary Wigman)과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대표 안무가 중 하나인 도레 호이어(Dore Hoyer)를 3년간 사사한다. 이후 학업을 이어나가고자 폴크방 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쿠르트 요스에게서 뷔그만과는 다른, 보다 자유로운 창작 방식을 배우게 된다. 많은 평론가들은 독일 무용의 아방가르드 시기를 대표하는, 그러나 표현주의와 구성주의라는 서로 상반된 지향점을 보였던 뷔그만과 요스에게서 무용을 배웠다는 링케의 특수한 이력을 그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특징들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1970년부터 73년까지 당시 피나 바우쉬가 책임자로 있었던 폴크방 탄츠 스튜디오의 무용수로 활동했던 링케는 이 기간 동안 자신의 초창기 안무 작품들을 발표한다. 이후 1975년에 라인힐트 호프만과 함께 바우쉬의 뒤를 이어 탄츠 스튜디오의 책임자로 임명되며, 호프만이 브레멘으로 떠난 뒤에도 에센에 남아 85년까지 스튜디오를 이끌어간다. 폴크방 탄츠 스튜디오를 이끌었던 약 10년 동안 링케는 자신이 직접 출연한 솔로 작품인 <욕조에서Im Bade wannen>(1980)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박코스의 여신도들>에 기반 한 작품 <윤무의 장에서Am Reigenplatz>(1983) 등 새로운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한다. 이후 프리랜서 안무가로 활동하게 된 링케는 뵐플(VA Wölfl)이나 디트리히(Urs Dietrich) 등, 폴크방 학교 출신의 여러 안무가들과 공동 작업을 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성장과정을 네 단계로 나누어 안무한 솔로 작품이자 그녀의 작품들 중 단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발걸음 따라가다Schritte verfolgen>(1985)이다. 이 작품은 2007년에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한 번 발표되기도 했다. 이 새로운 버전은 오리지널 버전의 솔로 작품이 아니라, 각각의 장에 서로 나이 대가 다른 무용수들이 한 명씩 등장한다. 노년의 주잔네 링케는 마지막 장에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프리랜서 활동을 하며 호세 리몽 컴퍼니, 파리 오페라단, NDT 등 세계적인 무용단의 의뢰를 받아 안무 작업을 하기도 했으며, 1994년에는 우르스 디트리히와 함께 브레멘 탄츠테아터에 새로운 무용단을 창설하여 2000년까지 브레멘 탄츠테아터의 상임안무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글_손옥주ds@dancingspider.co.kr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연극학, 무용학 박사 과정 재학 중 사진_www.drammaturgia.it, www.folkwang-un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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